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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우리는 수출 6000억 달러를 지킬 수 있을까

중앙일보 2019.01.16 00:21 종합 30면 지면보기
장정훈 산업2팀 기자

장정훈 산업2팀 기자

지난해 우리 수출액은 6052억 달러를 기록했다. 1948년 수출을 시작한 이후 70년 만에, 대망의 수출 6000억 달러 돌파 기록을 세운 것이다. 세계에서 수출을 6000억 달러 이상 하는 나라는 미국, 중국, 독일, 일본, 프랑스, 네덜란드 정도다. 문재인 대통령도 엊그제 신년회견에서 수출 6000억 달러 달성 얘기부터 꺼냈다. 그만큼 충분히 자랑하고 자부심을 가질만한 쾌거다.
 
하지만 수출 6052억 달러를 뜯어보면 한구석에 불편함을 감출 수 없다. 바로 반도체 편중 때문이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액만 1265억 달러에 달했다.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가 넘는다. 사실 3년 전만 해도 반도체 수출은 600억 달러 정도였다. 최근 2년 동안 반도체 시장은 다시 오기 힘든 유사 이래 최대 호황을 보였다. 이 사이 반도체 수출액이 두 배로 증가했고, 수출 6000억 달러 역시 이런 반도체 호황에 절대적으로 의존한 셈이다.
 
문제는 반도체가 경기에 매우 민감한 업종이라는 데 있다. 당장 연초부터 반도체는 잔치가 끝났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더구나 당국의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업체가 반도체 양산을 본격화하는 것도 올해부터다. 여기에 그동안 우리의 주력 수출 업종은 지난해 모두 뒷걸음질쳤다. 자동차나 조선, 가전, 디스플레이 등의 수출이 모두 줄었다. 이래저래 올해 수출 전망은 어두울 수 밖에 없다.
 
우리는 대외 경제 의존도가 70%가 넘는다. GDP에서 차지하는 수출 비중도 40% 가까이 된다. 소규모 개방 경제의 위험성이 큰 나라다. 내수를 확 키우지 않는 한 경제가 돌아가려면 좋든 싫든 수출이 잘 돼야 한다. 수출이 잘 돼야 일자리도 생기고 소득도 는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수출 6000억 달러를 지킬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선 어느 때보다 미래 먹거리 발굴이 시급하다. 그래야 반도체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낮추고 수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수 있다. 정부는 2017년 미래 먹거리로 8개 선도 사업을 선정했다. 4차산업 혁명과 연관성이 큰 전기차나 로봇, 바이오·헬스, 항공·우주, 에너지, 신소재 등이다. 하나같이 세계 각국이 머리를 싸매고 덤벼드는 분야다. 그만큼 미래 성장성 하나는 분명하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8개 사업중 어느 하나 싹수를 찾아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미약하다. 정부의 연구투자비 지원이 일부 분야에서 오히려 줄었고, 일부는 규제에 옴짝달싹 못 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엊그제 8대 선도사업에 3조6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했다. 뒤늦게나마 미래 먹거리에 주목한 건 다행스럽다. 그래야 앞으로도 수출 6000억 달러를 지킬 수 있다.
 
장정훈 산업 2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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