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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400km 고속철 도입 계획, 2년째 서랍 속 잠잔다

중앙일보 2019.01.16 00:04 종합 12면 지면보기
해무는 지난 2013년 시험 주행에서 최고 시속 421.4㎞를 기록해 세계에서 4번째의 빠른 속도를 올렸다. 충북 오송의 차량 기지에 보관 중인 해무. [중앙포토]

해무는 지난 2013년 시험 주행에서 최고 시속 421.4㎞를 기록해 세계에서 4번째의 빠른 속도를 올렸다. 충북 오송의 차량 기지에 보관 중인 해무. [중앙포토]

정부가 지난 2017년 최고 시속 400㎞로 달릴 수 있도록 고속철도를 개선하는 실행계획을 마련해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2년이 지나도록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칫 우리 철도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향상시킬 기회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시속 421km ‘해무’ 2013년 개발
자갈궤도 콘크리트 변경에 큰 돈
국토부 올 업무보고에 포함 안 돼
철도 경쟁력 높일 기회 무산 우려

1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7년 2월 발표한 ‘제3차 철도산업발전 기본계획’에는 “그간 확보한 시속 400㎞급 차세대 고속열차 기술 활용을 위해 고속철도의 업그레이드 추진”이라는 문구가 명시돼 있다. 이 기본계획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정부가 중점을 두고 추진할 철도 관련 사항 등을 정리한 것이다.
 
이는 이미 개발을 완료한 해무(HEMU-430X) 열차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무는 지난 2013년 최고 시속 421.4㎞를 기록해 프랑스(575㎞), 중국(486㎞), 일본(443㎞)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의 빠른 속도를 올렸다. 당시 정부는 2015년까지 10만㎞ 주행 시험을 마친 뒤 해무를 상용화해 서울~부산을 1시간 30분대에 주파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해무의 기술을 수출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계획은 성사되지 못했고, 이후 제3차 철도산업발전 기본계획에 내용이 반영됐다. 2017년 고속철도 개선 실행계획을 세우고 향후 10년간 신호 설비와 선로 등을 정비해 해무를 실제 운영에 투입하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실제론 그동안 국토부의 철도 관련 부서에서 4세대 통신시스템과 자갈 궤도 개량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했거나 진행 중인 게 전부다. 이 사이 해무는 충북 오송의 차량기지에 사실상 방치돼 있다. 게다가 올해 국토부의 업무보고에도 시속 400㎞대의 고속철도 개량사업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3년째 이렇다 할 조치없이 계획이 묻혀있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토부 관계자는 “개량 사업을 할지 말지 결정이 안 된 상태”라며 “내부적으로 고위 관료들 사이에 현재도 고속인데 여기서 더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겠느냐는 부정론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또 다른 국토부 관계자도 “시속 400㎞대로 개량하려면 신호 시스템과 전차선 정비는 물론 현재의 자갈 궤도를 모두 콘크리트 궤도로 바꿔야 하는 등 막대한 돈이 필요하다”며 “굳이 이런 사업을 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들이 있다”고 말했다. 해무가 제 속도로 달릴 경우 경부고속철도 1단계 구간(서울~동대구)의 자갈 궤도에서는 자칫 자갈이 튀어 올라 바퀴나 차체를 파손할 가능성이 커 콘크리트 궤도로 바꿔야만 한다. 일부에서는 수조원이 필요하다고 추정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철도산업의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해무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강승필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고속철도의 경쟁력은 속도”라며 “세계 철도시장 진출을 위해서라도 시속 400㎞대로 고속철도를 개선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또 “당장 남북 철도와 대륙철도 연결만 놓고 봐도 결국 고속철도 건설이 주요 이슈가 될 텐데 현 상태로는 우리가 고속철도 강국인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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