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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묵직한 검은 덩어리

중앙일보 2019.01.16 00:03 경제 7면 지면보기
<8강전> ●커제 9단 ○신진서 9단  
 
6보(90~109)=백은 92로 하늘을 향해 머리를 내밀어 보지만 영 행마가 시원찮다. 처음부터 꼬여버린 실타래를 인제 와서 풀어보기엔 역부족이다. 하변 진행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신진서 9단은 94에 이르러서야 상변으로 손을 돌렸다. 분위기를 전환해보려는 몸부림. 그런데 103, 드디어 커제 9단의 실착이 나왔다.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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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에서 커제 9단은 '참고도1' 흑1로 바로 잇고 흑5로 중앙을 향해 뛰어나갔어야 했다. 중앙으로 날일자 뛰는 흑5가 절호점이다. 이런 진행이라면 인공지능(AI)은 7대 3 정도로 흑이 유리하다고 내다봤다. 커제 9단이 확실히 승기를 잡아가는 분위기다.
 
참고도1

참고도1

하지만 한참 잘나가던 커제 9단이 발을 삐끗하면서 드디어 신진서 9단에게 반격의 기회가 왔다. 여기에서 '참고도2' 백1로 호구치고 백5로 흑 세 점을 끊어 잡으면 되레 흑이 곤란해진다. 이럴 경우 반면의 형세는 다시 5대 5가 된다. 신진서 9단에게는 어렵사리 찾아온 기회였다.
 
참고도2

참고도2

하지만 신진서 9단은 상대의 실수를 통쾌하게 꼬집지 못했다. 백이 104로 이으면서 모든 노림이 수포가 되었다. 커제 9단은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105로 잽싸게 이었다. 이렇게 되고 보니, 커제 9단의 실착이었던 103이 결과적으로는 좋은 수가 되어버린 상황이다. 원래 백의 세력권이었던 상변에는 검은 덩어리가 묵직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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