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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00원 vs 1억2500만원…설 선물세트도 양극화

중앙일보 2019.01.16 00:02 경제 3면 지면보기
‘5900원 대 1억 2500만원’ 유통업체가 내놓은 올해 설 선물세트 최저가와 최고가다. 경기 침체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설 선물세트의 양극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설 선물세트는 크게 실속형과 가치소비형으로 나뉜다. 불경기에 대한 불안감에 더해 새해 들어 물가가 뛰면서 소비자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한 5000원대 선물세트까지 등장했다. 반면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을 위해 아낌없는 투자를 하는 상위 0.1% 가치소비형 소비자를 겨냥한 1억 2500만 원짜리 선물세트도 있다.
 

샴푸·치약 소포장 실속형부터
한정판 수제 위스키·코냑까지
편의점은 홍삼·생즙 건강식품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청탁금지법 개정으로 농·수·축산물 선물 상한액이 상향됐지만, 불경기 등의 영향으로 중저가와 소포장의 실속형 선물세트 수요가 올해도 많다”며 “다만 가까운 사람을 위해 개성 있고 가치 있으며 차별화된 제품을 찾는 고객의 수요에 맞춘 프리미엄 선물세트들도 명절을 앞두고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애경산업의 5900원짜리 샴푸·치약세트

애경산업의 5900원짜리 샴푸·치약세트

애경산업은 한국 예술인 복지재단과 협력해 판매가 5900원인 감사 선물세트를 선보였다. 복지재단 소속 작가가 디자인을 맡았으며, 샴푸 1개와 치약 4개 등으로 구성됐다. CJENM오쇼핑 부문은 온라인 쇼핑몰인 CJ mall을 통해 ‘서울약사신협착한석류 100’ 제품을 1박스를 9900원에 판매한다.
 
편의점업계도 지난해 설 선물세트 판매 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고객 기호에 맞춘 실속형 선물세트를 내놓고 있다. BGF리테일 트렌드 분석팀이 지난해 설 선물 검색 키워드를 분석했더니 홍삼이나 슈퍼푸드, 생즙과 같은 건강 관련 상품 검색 비중이 36.7%였다. 이는 과일, 육류, 수산과 같은 전통적인 명절 식품(35.2%)보다 더 높다. 이런 소비 트렌드에 맞춰 CU는 유기농 노니와 모링가 분말을 담은 ‘유기농 노니&모링가’ 선물세트(2만9900원)와 귀리와 서리태 분말을 넣은 쉐이크 2종 선물세트(2만9900원) 등을 내놨다.
 
신세계백화점의 1억2500만원 ‘발베니 DCS’ 컬렉션.

신세계백화점의 1억2500만원 ‘발베니 DCS’ 컬렉션.

1억원을 넘는 초고가 선물세트도 등장했다. 신세계백화점은 발베니 몰트 마스터인 데이비드 스튜어트의 ‘발베니 DCS’ 컬렉션을 설 선물세트로 내놨다. 이 한정판 수제 위스키 선물세트의 가격은 1억 2500만원이며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상담과 주문할 수 있다.
 
수천만 원대 초고가 선물세트도 인기를 끌고 있다. 특급 호텔은 가치소비형 프리미엄 선물세트로 차별화를 뒀다. 롯데호텔은 3900만원의 프리미엄 코냑 ‘루이 13세 제로보암(Louis XIII Jeroboam)’을 준비했다. 루이 13세 제로보암 코냑은 전 세계 단 100병만 유통되는 최고급 상품이다. 신세계조선호텔은 1200만원의 샤또페트루스 와인을 선물세트로 선보였다.
 
백화점도 초고가 선물세트 구매 수요가 지속해서 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해 프리미엄 선물세트를 강화하고 있다. 실제로 롯데백화점이 지난 추석 때 선보인 135만 원짜리 한우 선물세트는 100세트가 완판됐다. 또 1000만원에 내놓은 최고급 코냑과 샴페인 선물세트도 준비 물량(10세트)이 모두 소진됐다.
 
롯데백화점은 올해에도 최상위 등급의 구이용 부위로 구성된 프리미엄 한우 선물세트(135만원)와 굴비 세트(250만원)를 내놓는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최근 명절 선물세트 소비 트렌드를 보면 양극화가 더 뚜렷해지고 있다”며 “불경기라 저가 선물세트가 많이 나가는데, 반대로 초고가 프리미엄 제품의 경우 사전 물량 확보 요청도 계속 늘고 있어 이에 맞춘 선물세트 구성에도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설 명절을 앞두고 사전예약 판매가 많이 늘어난 것도 특징이다. 롯데마트가 지난 6일까지 4주 동안 설 선물세트 사전예약 판매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대비 매출이 98.2% 신장했다. 품목별로는 가공식품(142.6%)과 건강기능식품(180.3%)의 신장률이 높았다. 이마트도 사전예약 판매가 늘었다. 지난해 12월 13일부터 지난 6일까지 사전예약 매출을 집계했더니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과일(586.8%)과 수산(360.2%) 선물세트의 매출 증가 폭이 컸다.
 
유통업계의 사전예약 판매 비중이 증가한 것은 판매 기간이 늘어났고 할인과 프로모션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최훈학 이마트 마케팅 담당은 “사전예약을 활용하면 세트 상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며 “또 명절 기간 해외여행이나 여가생활을 즐기는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업계가 사전예약 행사 기간이나 품목을 꾸준히 확대하는 추세”라고 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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