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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사이다처럼 딱 맞는 비유가 마음을 움직인다

중앙일보 2019.01.15 13:00
[더,오래] 이경랑의 4050 세일즈법(6)
한해를 돌아보는 송년과 새해를 시작하는 신년에는 각종 모임이 많아진다. 여기선 평소와 달리 이런저런 무게 있는 이야기가 등장하게 된다. 유독 한해가 힘들었다고 하는 이야기가 무르익을 즈음 사업 10년 차에 꽤 자리를 잡은 경영자 한 분이 이런 말을 꺼냈다.
 
“저는 비즈니스가 장기보다는 바둑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를 이기는 것만으로 승리하는 게임이라기보다는 스스로 집을 짓고 그 집을 지키면서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면서도 승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올 한해도 경쟁에서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집도 지키고 영역도 넓힐 것인지에 그 자체에 더 집중하려 합니다.”
 
세기의 바둑 대결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국 모습. 사업 10년 차인 어느 경영자는 비즈니스가 장기보다는 바둑에 더 가까운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사진 구글]

세기의 바둑 대결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국 모습. 사업 10년 차인 어느 경영자는 비즈니스가 장기보다는 바둑에 더 가까운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사진 구글]

 
평소 유쾌하고 모임을 잘 이끄는 분이었지만 길지 않은 이 한마디는 모임에 참석한 모든 사람에게 새롭고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비즈니스의 방향, 사업적 철학을 바둑으로 비유해 간결하게 전달해 주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세일즈는 누군가의 마음과 행동에 영향력을 미치는 과정이다. 단순히 ‘설득’이라고 표현할 수 없다. 마음의 문을 열고 메시지가 상대에게 전달돼 그가 고개를 끄덕이고 그 결과로 어떤 변화, 행동, 결심을 일으켜야 한다. 그러려면 어떻게 내 생각을 어떻게 전달해야 할까. 직접적인 내용으로 표현할 수 있겠지만 분명 한계가 있다. 만일 상대방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는다면 더욱 그렇다. 세일즈의 능력은 이럴 때 발휘되는 것이다.
 
비즈니스는 장기보단 바둑에 가까워
결론적으로 말하면 세일즈 관점에서의 ‘메시지 전달’은 상대방의 생각을 자극하고, 동시에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임팩트와 깊이도 느껴지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 직접적이지 않고 간접적으로 표현해 상대방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여백을 줄 때 메시지의 전달은 더 효과적으로 전개된다.
 
우리 주변에 자기 생각을 표현할 때 장황하지 않고 어렵지도 않으면서 전달력이 좋은 사람이 한두 명 정도 있을 것이다. 그들은 대개 간결한 문장, 잘 정리된 문장을 사용하고 여기에 ‘비유’를 들어 상대방의 상상력을 자극하게 한다는 특징이 있다.
 
나는 장기와 바둑을 잘 모르지만 비즈니스를 장기와 바둑에 빗대어 비유하는 이야기를 듣자 자연스럽게 이 두 가지의 게임을 상상하게 됐다. 장기는 뺏어야 이기는 게임이고, 바둑은 뺏지 않아도 이길 수 있는 게임이라는 이 확실한 두 가지 비유를 통해 비즈니스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보다 폭넓게 상상하게 된다.
 
만일 이렇게 비유 없이 이야기를 전개하면 어떨까.
“비즈니스는 꼭 누군가를 이겨야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이 이루어온 성과를 잘 지키면서 어떻게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를 잘 판단해 가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저는 그렇게 비즈니스를 펼쳐가고 있고, 올 한해도 그런 방향에서 사업을 전개하려 합니다.”
 
물론 나쁘지는 않다. 그러나 큰 감흥이나 호응을 얻기는 어렵고 무엇보다 “아, 저분을 그렇게 생각하시는구나” 정도에 머문다. 듣는 이의 생각을 자극하거나 인상에 깊이 남을 수 없는 이유는 너무 직접적이고 직설적이기 때문이다. 직접적인 메시지 보다 간접적인 비유를 섞으면 어떤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 좀 지난 광고이지만 모 증권사 광고에 등장하는 대화 하나를 더 소개한다.
 
광고에 등장하는 아이는 아빠에게 사랑은 닭 다리 두 개 다 아빠 주는 것이라고 답한다. 이 광고에서는 공평함과 양보의 정도가 아니라 소중한 것도 무한정 다 주고 싶은 마음이 사랑이라고 정의하고 있다.[중앙포토]

광고에 등장하는 아이는 아빠에게 사랑은 닭 다리 두 개 다 아빠 주는 것이라고 답한다. 이 광고에서는 공평함과 양보의 정도가 아니라 소중한 것도 무한정 다 주고 싶은 마음이 사랑이라고 정의하고 있다.[중앙포토]

 
광고에 등장하는 아빠는 5~7살 정도의 딸에게 묻는다. “우리 딸은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 그림 그리기에 열중하던 딸은 잠시 멈칫하다가 이렇게 대답한다. “사랑? 음…. 치킨 먹을 때 닭 다리 두 개 다 아빠 주는 거.” 어떤가. 무릎을 탁 칠만한 딸의 명언이 아닐까.
 
아이의 눈높이에서 가장 좋아하는 치킨, 그중에서도 제일 인기 좋은 닭 다리를 하나가 아니라 두 개 다 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한다. 공평함과 양보의 정도가 아니라 소중한 것도 무한정 다 주고 싶은 마음이 사랑이라는 이야기인데, 듣는 사람에게 함박웃음과 함께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사랑에 대한 멋진 정의다. 이 광고의 끝은 이렇다 “쉽게 표현한다는 것은 깊게 생각했다는 것.”
 
삶 속에서 많은 경험과 철학이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메시지가 되려면 여기에 비유를 섞어보자. 길게 이야기하는 것보다 복잡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간결하게 정리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 그만큼 ‘깊게 생각’해야만 가능하다. 그런데 이 깊이도 연습과 습관이라는 과정을 거치면 조금은 쉬워진다. 평상시 사물과 현상을 어떻게 상대방이 쉽게, 그리고 동의할 수 있게 표현할 것인가를 ‘비유’라는 공정을 통해 만들어보자.
 
상대의 행동에 변화를 유발하는 비유
예를 들면 급여는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마음 맞는 동료는 누구인지, 슬럼프는 무엇인지 등 중요한 것 혹은 소소한 주변의 일상을 모두 비유를 통해 표현해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급여는 목마름을 해결하는 생수이지만 우물은 아니다. 우물이 되기 위해서는 남다른 경쟁력이 필요하다’ 등). 비유하기 위해서는 좀 더 깊이 생각해야 하고, 자연스럽게 ‘나’의 시각과 방향 등이 드러나게 된다.
 
상대가 내게 어떤 의미인지, 마음 맞는 동료는 누구인지, 슬럼프는 무엇인지 등은 모두 비유를 통해 표현해 볼 수 있다. 비유하기 위해선 좀 더 깊이 생각해야 하고, 자연스럽게 '나'의 시각과 방향 등이 드러나게 된다. [사진 pixabay]

상대가 내게 어떤 의미인지, 마음 맞는 동료는 누구인지, 슬럼프는 무엇인지 등은 모두 비유를 통해 표현해 볼 수 있다. 비유하기 위해선 좀 더 깊이 생각해야 하고, 자연스럽게 '나'의 시각과 방향 등이 드러나게 된다. [사진 pixabay]

 
나는 이를 ‘정의 내리기’라는 하나의 기법으로 정리해 기업 현장과 세일즈맨의 상담 코치 등에서 많이 활용하고 있다. 정의를 내리게 하고, 비유를 해보게 하면 그가 평소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그 깊이는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 볼 수 있다. 고객과 제품, 시장과 다양한 환경 등을 해석해 상대방이 공감할 수 있는 표현으로 생산해 내는 것이 세일즈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거의 일반화된 용어에 가깝지만 ‘고구마’와 ‘사이다’는 정말 우리의 상상력을 제대로 자극하는 비유이다. 답답한 사람, 상황, 이야기 등을 ‘고구마’로, 속 시원히 할 말을 다해 상황을 정리해 주는 이야기나 상황을 ‘사이다’로 표현한다. 어떤가.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고구마와 사이다의 목 넘김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비유가 가지는 힘이다.
 
상대방의 생각이나 행동에 변화를 유발하는 세일즈형 메시지는 여기에 추가로 ‘통찰력’이라는 힘을 더해야 한다. 이제까지 쌓아온 경험들, 그 속에서 구축해온 생각, 철학 등이 하나의 단어나 문장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것들을 정돈해 그 속에서 가장 중요한 본질과 핵심을 뽑아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상대방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 나의 이야기가 잘 전달 되도록 하는 비유를 결합하는 것이다. 기억하고 연습해 보자. 경험과 연륜이라는 최상의 재료에 적절한 비유가 결합할 때 진정한 감탄사, 세일즈 적 효과가 완성된다.
 
이경랑 SP&S 컨설팅 공동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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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랑 이경랑 SP&S 컨설팅 공동대표 필진

[이경랑의 4050 세일즈법]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중장년층의 재취업과 창업을 위해서는 세일즈 역량이 필수다. 이제까지 세일즈가 나와 무관하다고 생각하고 살아온 4050 세대의 세일즈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걷어내고, 실질적으로 어떻게 해야 세일즈 적 마인드와 기술을 가질 수 있을지 몇 가지 핵심적인 방향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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