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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피 양아들' 김영권, 뒷짐지고 '옛스승' 막는다

중앙일보 2019.01.15 05:30
2013년 중국 광저우 헝다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뒤 기념사진을 찍은 김영권(왼쪽)과 리피 감독. [김영권 제공]

2013년 중국 광저우 헝다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뒤 기념사진을 찍은 김영권(왼쪽)과 리피 감독. [김영권 제공]

 
"널 아들처럼 생각한다."

중국 광저우 시절 사제지간
리피, 김영권에 "널 아들처럼 생각"
16일 아시안컵에서 적으로 조우
김영권 "한번 더 온몸 던지겠다"

 
중국축구대표팀 마르첼로 리피(71·이탈리아) 감독은 2013년 김영권에게 이런 말을 한적이 있다. 당시 김영권과 리피 감독은 중국프로축구 광저우 헝다에서 사제지간이었다. 김영권은 그해 중국수퍼리그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기여했고, 리피 감독은 김영권을 양아들처럼 아꼈다.
 
2014년 중국수퍼리그 우승을 차지한 뒤 단체사진을 찍은 김영권과 리피 감독. [김영권 인스타그램]

2014년 중국수퍼리그 우승을 차지한 뒤 단체사진을 찍은 김영권과 리피 감독. [김영권 인스타그램]

김영권은 그해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광저우 선수들에게도 소문이 났다. 엘케손이 '리피 파파(리피 아빠)'라고 놀린다"면서 "감독님은 엄하고 가끔 욕도 한다. 하지만 훈련장에 직접 들어와 수비수들의 위치를 잡아준다. 우승 뒤에는 선수들과 한명씩 기념사진을 찍었을 만큼 소탈하다"고 말했다.  
2014년 4월 광저우 헝다와 전북 현대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리피 감독이 김영권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중앙포토]

2014년 4월 광저우 헝다와 전북 현대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리피 감독이 김영권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중앙포토]

 
2013년 11월 중국 시나닷컴에 따르면 리피 감독은 "김영권은 거의 실수가 없다.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에게 김영권을 맨유에서 뛸 수 있는 선수라고 이야기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리피 감독이 2016년 연봉 2300만 유로(약 294억원)에 중국대표팀 감독으로 옮겨가면서, 김영권과도 이별했다. 
 
3년이 흘러 김영권과 리피 감독은 적으로 만난다. 한국과 중국은 16일 오후 10시30분 알나얀경기장에서 아시안컵 조별리그 3차전을 치른다. 리피는 중국 감독, 김영권은 한국수비수다. 
축구대표팀 중앙수비 김영권이 11일 키르기스스탄과 아시안컵 2차전에서 헤딩슛을 하고 있다.[뉴스1]

축구대표팀 중앙수비 김영권이 11일 키르기스스탄과 아시안컵 2차전에서 헤딩슛을 하고 있다.[뉴스1]

 
조1위 결정전이다. '수비의 핵' 김영권이 우레이(상하이 상강) 등 중국 공격진을 막아야한다. 벤투 감독은 골키퍼와 수비수부터 차곡차곡 공격을 전개하는 '후방 빌드업'을 선호하는데, 그 핵심이 바로 발기술이 좋은 김영권이다.  
 
결정적 순간에 실수를 거듭해 '국민 욕받이' 신세였던 김영권은 요즘 '빛영권', '킹영권'으로 불린다. 지난해 6월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에서 2-0 승리의 결승골을 터뜨리고부터다. 특히 상대 슈팅 때 핸드볼 반칙에 의한 페널티킥을 내주지 않으려고 뒷짐을 진 채 육탄방어를 펼쳤다.  
지난해 6월 러시아월드컵 독일전에서 골을 터트린 뒤 환호하는 김영권. 카잔=임현동 기자

지난해 6월 러시아월드컵 독일전에서 골을 터트린 뒤 환호하는 김영권. 카잔=임현동 기자

 
김영권은 이번 아시안컵 키르기스스탄과 2차전에서 실점의 빌미를 제공할 뻔했다. 하지만 아직은 '까방권(까임방지권, 잘못해도 비난받지 않을 권리)'을 가진 김영권을 응원하는 팬들이 더 많다.
 
중국대표팀에는 김영권의 소속팀(광저우 헝다) 동료가 5명이나 된다. 가오린, 위안차오, 정즈, 펑샤오팅, 장리펑이다. 김영권은 누구보다 중국을 잘안다. 
 
김영권은 월드컵 후 프랑스와 터키에서 러브콜을 받았지만, 소속팀이 이적료를 33억원으로 책정하는 바람에 유럽행이 무산됐다. 그런 광저우가 1군 외국인쿼터(4명)을 미드필더와 공격수로만 채웠다. 광저우에 제대로 발목잡힌 김영권은 광저우 2군에서 경기력이 떨어지지 않게 노력했다.  

 
김영권은 2015년 아시안컵 결승에서 호주에 패해 준우승에 그쳤다. 김영권은 이번 아시안컵을 앞두고 "월드컵 때처럼 뒷짐을 지고 온몸을 던져서라도 아시안컵에서 꼭 우승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아부다비=박린 기자 rpark7@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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