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본문

울산 실업급여 넷 중 한 명 50대…“경비원도 50대 1 경쟁”

중앙일보 2019.01.15 00:20 종합 2면 지면보기
14일 오후 5시 울산시 동구 현대중공업 앞에 위치한 상가에 ‘점포세’ 문구가 붙어 있다. 평소 이 시각에 문을 열었을 호프집 등의 문도 닫혀 있었다. [이은지 기자]

14일 오후 5시 울산시 동구 현대중공업 앞에 위치한 상가에 ‘점포세’ 문구가 붙어 있다. 평소 이 시각에 문을 열었을 호프집 등의 문도 닫혀 있었다. [이은지 기자]

14일 오후 2시 고용노동부 울산고용센터는 실업급여를 받으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지난해 12월 정년퇴직한 이가 많은 편이고, 40~50대 중장년층도 적지 않았다. 4개월째 실업급여를 받는 최병두(50)씨는 2주마다 고용지원센터를 찾는다고 했다. 지난해 8월까지 일용직으로 전기선 설치작업을 하다 일감이 없어 그만뒀다. 최씨는 “지난해 11월 고용센터가 기계공장을 연결해 알선해 줬는데, 한 달 평균 일하는 날이 열흘이 채 되지 않았다. 결국 입사를 포기하고 다른 일자리를 찾고 있는데 그 이후 일자리가 뚝 끊겼다”고 했다.
 
80대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최씨는 실업자가 된 이후 부모님께 생활비를 한 푼도 드리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노모가 칼국수 장사를 해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며 “날이 풀리면 일자리가 생긴다고 하니 그때까지 어떻게든 버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한국은 50대 인구가 가장 많은 사회가 됐다. 17개 광역자치단체 중에서 50대 비율이 가장 높은 데가 울산이다. 지난해 18.2%다. 세종(12.2%), 서울·광주(15.8%)보다 꽤 높다. 2017년에도 비슷했다. 조선·자동차 산업 근로자가 고령화하면서 50대 비중이 가장 큰 도시가 됐다.  
 
관련기사
 
이런 산업이 침체하면서 ‘최다 인구 50대’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해 울산 지역 실업급여 수급자 3만4864명 중 50대가 8331명(23.9%)이다. 넷 중 한 명꼴이다. 전년보다 32.5% 늘었다. 전체 실업급여 수급자 증가율(14.7%)의 2.2배에 달한다.
 
경기 침체로 명예퇴직이 늘었고, 그 중심에 50대가 있다. 갑자기 현금 소득이 사라지다 보니 조기 노령연금에 의지하는 퇴직자가 급증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58~62세(원래 63세)에 연금을 당겨 받되 최대 30%를 깎아서 받는다. 평균수명까지 살 경우 63세에 제대로 받을 때보다 손해인데도 당장 소득이 없는 50대가 ‘독배’에 손을 대는 것이다. 박판윤 국민연금공단 동울산지사장은 “명예퇴직한 50대 중 2017년 12월~2018년 2월 조기 노령연금을 신청한 경우가 급증했다. 조기연금 신청자의 비율이 부산·경남 지역보다 30% 정도 많다”고 말한다. 올해는 15~20% 많다고 한다.  
 
박 지사장은 “베이비부머(1955~63년생)들은 자녀 결혼비용 등에 목돈을 지출하다 보니 손해보는 줄 알고도 조기 노령연금을 신청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50대에 퇴직한 후 일자리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고용노동부 울산고용센터 중장년 일자리희망센터 관계자는 “50대가 명예퇴직을 하고 나면 최소한 연봉 4000만~5000만원이 보장되는 일자리를 찾는다”며 “하지만 사람을 구하는 데는 경비원·미화원·단순생산직 일자리가 대부분이어서 처음에는 다들 거절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업자 생활이 6개월 넘으면 경비원 자리를 찾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고용센터의 이 관계자는 “경비원 1명 모집에 50명씩 몰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젊은 축에 드는 50대라고 해서 경비원이 쉽게 될 수 없다”며 “에스원 같은 전문 경비업체는 30~40대를 선호하기 때문에 50대 일자리를 찾아주는 게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현대중공업에서 명예퇴직한 김모(46)씨는 취업을 포기했다. 8개월치 실업급여를 다 받은 김씨는 음식점을 차리기로 최근 결심했다. 그는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고용센터에 한 달에 한 번씩 찾아오면서 깨달은 것은 취업할 곳이 없다는 사실”이라며 “중3, 초등학교 5학년 두 아이의 사교육비가 만만치 않아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울산은 부동산 가격이 평균 6.9% 떨어졌다. 전국 최대 낙폭이다. 자산 가치 급락은 집 한 채 가진 50대, 대출을 끼고 있는 50대에 노후 파산 위험을 안길 우려가 크다. 
 
울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