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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몰과 손잡고 빵 팔았더니 불량식품업자 낙인찍히고 벌금

중앙일보 2019.01.15 00:07 종합 5면 지면보기
4 한국의 눈물-빵집 ‘오월의 종’ 정웅 대표
정웅

정웅

“불량식품 제조업자라니 허탈했죠.”
 
지난 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유명 빵집 ‘오월의 종(May Bell)’에서 만난 정웅(51) 대표의 말이다. 정 대표는 2015년 ‘동네 맛집의 인기 제품을 전국에서 맛보게 하자’란 콘셉트로 서비스를 시작한 온라인 식품 유통 플랫폼 ‘마켓컬리’에 입점했다. 아는 사람만 아는 동네 빵집이나 떡집, 반찬가게를 발굴해 더 많은 소비자와 연결한다는 취지에 공감한 정 대표였지만 1년도 안 돼 마켓컬리와의 협업을 포기해야만 했다. 식품위생법상 식품회사가 유통회사를 통해 식품을 판매하려면 식품제조업으로 허가받아야 한다는 규제 때문이었다. 오월의 종과 같은 소규모 베이커리는 ‘즉석판매제조업체’로 분류된다. 온라인 판매를 하려면 식품제조업체로 새 허가를 받아야 한다. 정 대표는 “식품제조업 허가를 받기 위한 설비를 갖추는 데 대략 2억~3억원의 비용이 든다”며 “감당하기 힘든 게 아니라 불가능한 상황으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그는 난생처음 법정에도 섰다.
 
어떻게 법정까지 갔나.
“마켓컬리는 새벽 배송을 위해 경기도 하남 쪽에 집하장을 운영했는데 민원이 들어왔다며 경기도 사법경찰관이 집하장에 나왔다. 우리 제품을 마켓컬리가 재포장하면 위생법상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법에 벗어난 행위라는 결정을 받고 벌금형을 받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제과점이나 즉석판매제조업체가 안전인증기준(HACCP) 적용과 같은 위생관리 수준에서 식품제조가공업체와 차이가 있다며 유통업체를 통해 식품을 판매하는 행위를 제한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즉석판매제조업체도 소비자 주문을 받아 택배나 배달 앱을 통해 직접 배송하는 것은 현행법상 문제가 없다.
 
온라인 진출에 대한 고민은 없나.
“동네에서 빵을 만드는 친구들의 화두다. 결국 소비 형태가 온라인 쪽으로 옮겨가고 오프라인에서의 매출은 떨어지는 상황이다. 이런 부분이 현실에 맞게 바뀐다면 우리와 같은 영세 자영업자에게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지 않을까. 가게 유지를 넘어 일자리를 더 창출할 수도 있다고 본다.”
 
‘꼭 해결됐으면 한다’고 생각한 규제는.
“저같이 음식 만드는 사람 입장에선 위생을 철저히 지켜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깨끗하게 잘 만들면서도 위생법 때문에 판매 같은 쪽에 어려움이 생긴다면 법이 유연하게 쫓아와 줘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  특별취재팀(국내)=이동현·김영주·강기헌·곽재민·문희철·오원석·김정민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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