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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문 영세상인 “미세먼지가 야속하다, 매출 반토막 났어”

중앙일보 2019.01.15 00:04 종합 8면 지면보기
2015년 초미세먼지를 공식 측정한 이래 최고 농도를 기록한 14일 서울 남대문시장 거리가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겨 한산하다. [곽재민 기자]

2015년 초미세먼지를 공식 측정한 이래 최고 농도를 기록한 14일 서울 남대문시장 거리가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겨 한산하다. [곽재민 기자]

D(Dust)의 공포가 한국을 덮쳤다. D가 덮친 현장을 취재했다.
 
“매출 반 토막 났지.” 14일 오전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만난 김정헌(53)씨는 “미세먼지가 야속하다”고 했다. 10년 넘게 신발가게를 운영하는 그는 “가뜩이나 경기가 안 좋아 어려운데 미세먼지까지 하늘을 뒤덮으니 사람이 없어 장사가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김씨는 허공에 “이랏샤이마세(어서 오세요)”를 외치며 신발에 쌓인 먼지만 연신 털어냈다.
 
김씨의 신발가게 인근에서 화장품을 판매하는 서모(32)씨는 “시장 유동인구가 절반으로 줄었다”며 “보통 저녁까지도 손님이 다니는데 어젠 미세먼지 여파로 발길이 일찍 끊겼다. 장사가 안 되니 다른 가게도 일찍 문을 닫는다”고 했다.
 
같은 시간 서울 서대문구 인왕시장. 미세먼지로 소비자 발길이 줄면서 장사를 늦게 시작하거나 아예 문을 닫는 상점도 있다. 인왕시장 인근에서 과일을 파는 한모(61)씨는 “동절기라 장사가 안 되는데 미세먼지까지 겹치니 손님이 많이 없다”며 “물가는 오르고 지갑은 안 열리는 상황에서 먼지로 인해 더 악화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 약 5만원을 팔았는데 지금은 3만원 정도 팔린다. 장사가 안 되니 내 밥에 들어가는 돈이 아까워 밥 먹는 것을 제일 먼저 포기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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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가 한국을 덮쳤다. 명절 대목을 앞둔 전통시장은 텅 비었다. 13일에 이어 수도권 지역에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가 시행되면서 더욱 심해졌다. 시민이 외부 활동을 줄이는 데다 관광객마저 실내 쇼핑몰 등으로 몰리면서 시장을 찾는 발길이 뚝 끊겼다. 길거리 음식을 판매하는 노점상인들도 울상이다. 연일 고농도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붕어빵이나 떡볶이, 번데기 등 길거리 음식을 파는 상인도 직격탄을 맞았다.
 
홍제역 근처에서 붕어빵 노점을 운영하는 홍경애(75)씨는 “사는 게 힘들다. 오늘 장사를 괜히 나왔다”고 했다. 홍씨는 “미세먼지가 심해 노점 장사가 더 안 된다”며 “나부터도 이렇게 미세먼지가 많을 땐 노점 음식을 사먹을 생각이 안 드는데 손님들은 오죽하겠냐”고 했다. 그러면서 “평소에 하루 1만원을 벌었다면 지금은 2000원도 못 번다”며 “차라리 박스 줍는 게 낫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박스는 밑천이 안 들지만 붕어빵은 안 팔리면 반죽을 버려야 한다”며 “그래도 그날그날 희망을 갖고 나오는데 한나절만 있으면 나도 목이 아프다”고 덧붙였다.
 
남대문시장에서 번데기를 파는 한 상인은 “미세먼지가 심해진 어제(13일)부터 관광객도 안 와서 주말 장사를 망쳤다”며 “미세먼지 여파로 평소보다 매출이 30% 이상 줄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오전에 일기예보를 챙겨 보는 것이 일상이 됐다”며 “오늘처럼 미세먼지가 심할 땐 장사를 접어야 하나 싶다가도 일을 안 하면 생계가 어려워져 울며 겨자 먹기로 나오는 상황”이라고 했다.
 
소비자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엔 시장을 찾아 쇼핑하거나 길거리 음식을 먹기가 꺼려진다는 반응이다. 직장인 최진영(34)씨는 “조금만 걸어도 눈이 따갑고 숨쉬기가 힘들어 시장을 갈 엄두가 안 난다”며 “뿌연 하늘 밑에서 길거리 음식을 먹고 싶지도 않다. 밖에 있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실내에 머무르려 한다”고 했다.
 
고농도 미세먼지로 인해 마스크 제품 판매도 껑충 뛰었다. 온라인몰 11번가에선 수도권에 올해 첫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가 실시된 지난 13일 하루 동안 마스크 거래량이 전주 같은 날보다 760% 증가했다. 미세먼지 예보가 있던 11일부터 마스크 거래액은 평소보다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11번가 관계자는 “미세먼지의 습격이 일상화되면서 소비자가 제일 먼저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마스크를 대량 구매해 필요할 때 사용한다”며 “지난해엔 필터를 교환해 쓰는 고급형 마스크가 시선을 끌었지만 고가인 데다 필터를 교체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일반 마스크 판매가 꾸준한 상황”이라고 했다. 
 
곽재민·최연수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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