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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원전 3기 가동 멈추자 겨울 대기오염 심해졌다”

중앙일보 2019.01.15 00:04 종합 14면 지면보기
예중광

예중광

지난해 11월 대만은 국민투표를 통해 원전 가동중단의 시한(2025년)을 법령에서 삭제했다. 기존 공약으로 내건 ‘2025년 원전 완전 중단’에서 정부가 한 발짝 물러난 것이다. 이 국민투표를 주도한 주인공은 예중광(葉宗洸) 대만 국립 칭화대 교수.
 
1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탈원전 정책하에서 시민운동과 학회의 역할’ 특별 세미나에 참석한 예 교수는 중앙일보와 만나 “탈원전 추진을 하려면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주장하고 싶었다”면서 “정부도 현실적인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기를 바랐기 때문에 국민투표에 부쳤다”고 말했다.
 
예 교수가 내세운 슬로건은 ‘이핵양록(以核養綠)’이었다.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원자력으로 환경을 보호하자는 취지다. 그는 “원래 원자력 비중은 20%이었는데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집권하면서 이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려 했다”며 “재생에너지가 원전을 대체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고 짚었다.
 
차이잉원 정부는 2016년 집권하면서 2025년까지 원전을 정지하는 ‘탈원전 국가’를 만들겠다고 명시했다. 2025년까지 천연가스 50%, 석탄 30%, 재생에너지 20%로 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에 대만의 원자력 비중은 2015년 19%에서 2017년 9%까지 낮아졌다. 그는 “대만 정부에 원자력은 최소 20%, 재생에너지는 10%로 건의했다”고 말했다.
 
그가 원전 지속을 주장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대기오염이다. 원전 발전을 줄이면 석탄발전 등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이산화탄소, 미세먼지 등 유해물질이 증가한다. 그는 “6기의 원전 중 3기만 운영되면서 다른 에너지원을 사용한 결과, 난방 철인 겨울에 심각한 공기 오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둘째, 안정적 전기 공급이다. 그는 “태양광·풍력은 (날씨 등 영향으로) 안정적인 공급이 어려워서 주요 에너지원이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풍력 등은 원자력보다 발전단가가 5배 높기에 경제성을 고려해도 원전은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만 일부 지방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고 화력 발전소를 강제로 줄이는 명령을 내린 결과 전력 부족이 심각해졌다”고 말했다.
 
전력 부족은 불편을 가져왔다. 대만에서 예비 전력률이 6% 이하인 날은 2014년 9일에서 2015년 32일, 2016년 80일, 2017년 104일까지 늘었다. 그는 “최근엔 상황이 나아졌는데 원전이 4기 가동됐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결정적 계기는 2017년 8월 15일 대규모 정전(블랙아웃)이었다. 당시 대만의 600만 가구가 2시간 이상 전력을 사용하지 못했다. 그는 “전력 공급이 병원에서 끊어진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경제성장에도 전력의 안정적 공급은 필수다. 2016년과 2017년 대만 경제성장률이 각각 1.5%, 2.6%일 때도 전기 생산증가율은 3%와 2.35%에 달했다. 그는 “경제가 성장하려면 매년 전기 생산이 전년 대비 2~3%는 늘어야 한다”고 말했다.
 
예 교수팀은 원자력과 관련한 정확한 정보를 지속해서 대만 국민에게 전달한 것이 투표 결과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예 교수는 2012년부터 ‘원전 유언비어 종결자’라는 단체를 결성했고 ‘원자력 호기심 해결사’라는 웹사이트를 통해 관련 정보를 제공했다. 그는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는 독일은 이웃 국가로부터 전기를 수입할 수 있고 화력발전도 늘리고 있다”면서 “벨기에 등은 원전 발전을 계속하고 있어 탈원전이 세계적 추세라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는 미국 MIT 대학 에너지 이니셔티브팀과 공동으로 ‘탄소 제약 사회에서의 원자력의 미래’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한국의 원전 발전단가(㎾h당 40.4달러)는 프랑스(82.6달러)와 미국(77.7달러)의 절반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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