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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물단지 ‘청년몰’ 690억 들였지만 30% 문 닫았다

중앙일보 2019.01.15 00:03 종합 18면 지면보기
2017년 진주 중앙시장에 문을 연 ‘청춘다락’. 당초 점포 14곳 중 2곳만 남았다. [위성욱 기자]

2017년 진주 중앙시장에 문을 연 ‘청춘다락’. 당초 점포 14곳 중 2곳만 남았다. [위성욱 기자]

정부가 청년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만든 청년몰이 애물단지 신세가 되고 있다. 상인 자질과 역량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추진해 세금만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남 진주시 대안동 중앙시장 청년몰이 대표적이다. 이곳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청년몰 2~3m 옆에 또 다른 청년몰이 들어섰다. 중소기업청 산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하 공단)은 2017년 4월 이곳에 ‘청춘다락’이라는 쳥년몰을 열었다. 처음에는 손님 발길이 이어졌다. 하지만 당초 점포 12개에서 지난해 초부터 줄기 시작하더니 현재 2개(식당과 커피숍)만 남았다. 진주시 등은 ‘공간 협소와 상인 간 갈등’ ‘청년 상인의 역량 부족’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반면 청년 상인들은 실패의 원인을 다른 데서 찾는다. 아직 점포를 지키고 있는 ‘집·밥·술’ 안현우(37) 대표는 “입주자가 사전 교육도 제대로 받지 않았다”며 “시 등에서도 컨트롤 타워는커녕 사후 관리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씨는 대표적 사례로 청년몰 중심부의 천장에서 떨어지는 빗물을 막기 위해 플라스틱 통을 걸어둔 것과 고장난 자동출입문을 들었다.
 
이런 상황인데도 지난해 12월 27일 새 청년몰인 ‘비단몰’이 들어섰다. 청춘다락과 문을 사이에 두고 코앞에 있다. 청춘다락은 대부분 점포가 문을 닫아 불이 꺼진 채 음습한 느낌이 들지만, 비단몰은 산뜻하다.
 
진주시 관계자는 “청춘다락과 비단몰을 잇따라 개장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했는데 청춘다락이 중간에 위기를 맞았다”며 “청춘다락의 문제점을 보완해 비단몰을 연 만큼 실패가 반복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공단이 청년 상인을 지원하는 사업은 크게 20개 미만의 점포를 개별적으로 지원하는 ‘청년상인창업지원(2015년 시행)’과 20개 이상의 점포를 묶어서 지원하는 ‘청년몰(2016년 시행)’사업으로 나뉜다. 공단은 점포별로 지원하는 창업 지원 사업이 효과를 내지 못하자 점포를 묶어 청년몰을 만드는 사업을 추가로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년 상인 지원 사업에 대해 “정부가 청년 창업자 수만 늘리려는 ‘성과주의’에 빠져 주먹구구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11월 기준 공단이 창업지원 명목으로 524개 점포를 지원했으나 이 중 213개(40.6%)가 문을 닫았다. 청년몰도 지원받은 469개 점포 중 3년여 만에 85개(18.1%)가 영업을 중단했다. 현재까지 창업지원에는 190억원, 청년몰에는 500억원을 썼다.
 
공단 지원 사업은 아니지만 청년몰이 성공한 사례도 있다. 전북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이다. 이곳은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 사업(문전성시)’으로 시작됐다. 이듬해 5월 상점 12개가 문을 열었고, 지금은 각종 공방과 소품점·책방 등 20여 개가 영업 중이다. 독창적인 아이템이 입소문을 타면서 손님을 끌고 있다. 한 해 1000만 명이 찾는 전주 한옥마을과 가까운 것도 성공 요인이다.
 
원도연(55) 원광대 디지털콘텐츠학과 교수는 “청년들이 자생력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정부 지원을 받아 가게를 열면 지원이 끊길 경우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며 “청년들이 경쟁력 있는 아이템으로 ‘홀로서기’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주·전주=위성욱·김준희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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