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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인사이트] "시진핑 경제, 6·7·8 사수 못하면 심각한 위험 빠진다"

중앙일보 2019.01.15 00:03 종합 24면 지면보기
현장에서 본 2019 중국 경제 
체감온도가 영하 10도까지 내려갔던 지난 9일 오전. 서울 인터콘티넨털 호텔에서 열린 코트라(KOTRA) 주최 ‘세계 시장 진출 전략 설명회’는 900여 청중이 뿜어내는 열기로 후끈했다. 현장의 관심은 단연 중국이었다. ‘미·중 무역전쟁의 충격은 얼마나 클까’ ‘중국은 이를 극복할 묘안이 있을까’ ‘올해 대중 비즈니스 전략은 어떻게 짜야 할까’ 등의 질문이 쏟아졌다. 행사에 참여한 박한진 코트라 중국지역 본부장을 만나 중국 경제의 현장 목소리를 들었다.
  
새해 벽두에 터진 ‘애플 사태’로 세계 경제가 잔뜩 움츠리고 있다. 중국발 충격이다. 애플의 중국 판매가 급감하면서 주가에 타격을 줬고, 애플 주가는 불황의 바이러스가 돼 시장을 전염시키고 있다. 도대체 중국 경제가 어느 정도이기에 그 잘나가던 애플을 흔들었던 걸까. 박한진 본부장은 현장에서 본 중국 경제 분위기를 이렇게 전한다.
 
“올 중국 경제는 지난 10년 중 가장 어려운 해가 될 것이다. ‘앞으로 10년 중 가장 괜찮았던 해가 될지도 모른다’는 말도 나온다. 그만큼 어렵다. 실물경제에 돈이 안 돈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잘 나가던 중국 기업인들도 잔뜩 위축된 모습을 종종 본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무역전쟁의 직접 영향보다는 구조적 부실 요인이 더 크다는 게 박 본부장의 분석이다. 장기간 거듭됐던 투자 위주의 성장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얘기다.
 
“개혁·개방 이후, 특히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가입 이후 세계 공장이 된 것까진 좋았는데 너무 많이 만든 게 문제였다. 시멘트·철강 등 중국에서 쓰고 세계에 그렇게 많이 팔았는데도 남아돌았다. 너무 많이 만들다 보니 그게 다 빚이 됐다.”
 
그는 2008년 이후 빠르게 증식한 부채를 ‘방 안의 흰 코끼리’로 비유했다. 겉은 번지르르하지만, 실속 없는 골칫거리를 일컫는다.
 
“중국 내륙 지방을 가면 아파트·상가·체육시설·역사들이 텅텅 빈 경우가 많다. 그게 다 부채 부실 덩이다. 그간 지방정부는 부채를 일으켜 부동산 개발에 앞장섰다. 겉으로는 화려한 성장률을 과시했지만, 속으로는 곪고 또 곪았다. 시진핑 지도부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혁을 시도했다. 강력한 부채 축소 정책을 추진하고 있고, 공급개혁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무역전쟁이 터진 것이다. 울고 싶은데 뺨 맞는 격이다.”
 
그렇다면 올 중국 경제는 어떻게 될까. 박 본부장은 ‘6·7·8을 기억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경제성장률 6%,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 7위안, 소비증가율 8%를 일컫는 수치다. 박 본부장은 “중국 당국은 성장률 6%, 달러당 7위안, 소비증가율 8%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쓸 것”이라며 “이 선을 방어하는 데 실패한다면 중국 경제는 심각한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6% 성장률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건 투자와 소비, 그리고 수출이다. 무역전쟁으로 인해 수출은 크게 기대할 수 없는 상황, 결국 투자와 소비에 의존해야 할 판이다. 우선 정부가 쉽게 할 수 있는 게 투자다. 그러나 박 본부장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처럼 대규모 부양책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베이징에서 만난 한 중국 정부 관리와의 대화를 전해준다.
 
“중국 관리가 ‘2009~2012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느냐’고 묻더라. 질문 뜻을 물었더니 돈을 얼마나 풀었는지 아느냐는 얘기였다. 그때 풀린 돈으로 인해 베이징 일부 지역은 부동산 가격이 크게 폭등했다고 한다. 이제는 그렇게 안 한다는 것이다. 다만 2012년이 최고봉이었다면 2019년은 중간봉은 될 수 있다는 얘기는 한다.”
 
이전과 같은 대규모는 아니겠지만, 중간급 정도의 건설투자는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소비증가율 8%는 가능할까. 박 본부장은 “투자와 수출에 일정한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올해 가장 역점을 두고 시행할 분야가 바로 소비”라고 강조한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1월 시중은행의 지급준비율을 1%포인트 내렸다. 돈을 풀겠다는 사인을 시장에 내보낸 것이다.
 
“내수시장 업그레이드 정책은 이미 여러 측면에서 진행 중이다. 대대적인 관세 인하 방침이 발표됐다. 개인소득세 법을 7년 만에 개정해 과세표준을 높였고 개인 소득공제를 확대했다. 또 고용 비중이 높은 민영기업 지원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내수 확대의 추동력은 도시화다. 중국은 2015~2020년 1억명의 도시 농민공을 도시민으로 흡수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1억명의 소비 시장이 새로 편입되는 것이다. 당국은 도시 정착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후커우(戶口·호적)를 농민공들에게 주고 있다.
 
중국의 ‘6·7·8 경제’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뭘까? 박 본부장은 우선 우울한 현장 분위기를 이렇게 전한다.
 
“중국 경제가 휘청하게 되면 수출의 30%이상(홍콩 포함)을 그곳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에는 직격탄이다. 당연히 현장 분위기도 좋지 않다. 실적이 안 좋은 기업도 중국을 떠나고 실적이 좋았던 기업도 늦기 전에 중국을 떠나고 있다. 간신히 적자를 면한 기업들만 오도 가도 못하고 남았다. 대기업들은 긴장 속에 산다. 지난 2~3년 사이 주재원 반 이상을 뺀 기업들도 있다.”
 
박 본부장은 “상황이 아무리 어려워도 ‘위기라고 쓰고, 기회라고 읽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중국이 급격한 성장 둔화를 막기 위해 내수진작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에 그 기회를 살려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분야로 중국에 대해 산업기술 우위를 점하고 있고 서비스 경쟁력이 있는 첨단산업과 의료·콘텐트 산업을 들었다. 일테면 화장품에 의약품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코스메슈티컬’로 불리는 의약화장품 분야다. 소비 규모가 확대되고 건강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커지면서 의약화장품이 중국 화장품 시장의 20%를 점할 정도로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것이다. 위생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높아져 침구용 진공청소기나 싱글족 또는 영유아용 미니 세탁기도 각광을 받고 있다고 박 본부장은 전했다. 온라인 유아 영어교육 시장도 성장성이 커 콘텐트 제작업체들이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추천했다. 중국 전자상거래법 정비로 해외 직구 시장의 문턱이 낮아진 것도 국내 수출업계엔 희소식이다.
 
대중 교역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반도체다. 전체 대중 수출의 약 33%를 차지한다. 박 본부장은 “올해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업계 안팎의 의견에 동의한다”면서도 “하반기 들어 중국의 4차산업혁명 관련 분야가 좀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여 가격 하락의 충격을 일부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도체 역시 위기 속에서 기회를 봐야 한다는 얘기다.
 
정용환 기자 narrativ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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