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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운의 디그롬, 사이영상과 연봉 ‘대박’ 해피엔딩

중앙일보 2019.01.15 00:03 경제 7면 지면보기
평균자책점 1위 디그롬에게 승운은 따르지 않았지만, 연봉은 108억원이나 올랐다. [AP=연합뉴스]

평균자책점 1위 디그롬에게 승운은 따르지 않았지만, 연봉은 108억원이나 올랐다. [AP=연합뉴스]

지난해 ‘가장 불운했던’ 투수 제이콥 디그롬(31·뉴욕 메츠)이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ESPN 등 미국 매체에 따르면 디그롬은 최근 1700만 달러(191억원)에 2019년 연봉 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40만 달러(83억원)에서 960만 달러(108억원)나 오른 액수다. 이는 메이저리그 연봉조정신청 자격 2년 차 선수 중 인상 최고액 기록이다. 연봉조정신청 자격이란 메이저리그 풀타임 3~6년 차 선수의 경우, 구단과 협상에 실패했을 때 연봉조정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하는 제도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기 전의 선수가 고액 연봉을 받기 시작하는 단계다.
 
지난 12일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 무키 베츠(27·보스턴)가 2000만 달러(225억원)에 2019년 연봉 계약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해보다 950만 달러(107억원) 오른 액수로, 연봉조정신청 자격 2년 차 선수 중 최고액 인상이었는데, 하루 만에 디그롬이 베츠보다 10만 달러 더 인상된 금액을 받았다. 그만큼 메츠가 디그롬을 대우한 셈이다.
 
디그롬은 지난해 가장 불행한 투수였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불행한 투수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디그롬은 지난해 32경기에 나와 10승9패를 기록했다. 빅리그 전체에서 다승 공동 47위(내셔널리그 공동 22위)이지만, 평균자책점은 1.70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1위다. 1969년 이래 여섯 번째로 낮은 평균자책점이다.
 
디그롬은 평균 시속 154㎞(최고 시속 161㎞)의 빠른 공을 던질 뿐만 아니라,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등 변화구도 완벽하게 활용한다. 제구력도 좋아 217이닝에서 볼넷 46개만 내줬다. 5월 19일 애리조나전부터 시즌 최종전까지 24연속 경기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2018년 디그롬은, 2000년 페드로 마르티네스(보스턴, 18승6패 평균자책점 1.74), 2014년 클레이턴 커쇼(LA다저스, 21승3패 평균자책점 1.77)와 함께 ‘21세기 최강 투수’ 3인으로 꼽을 만했다.
 
문제는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팀 타율 29위(0.234)에 그친 메츠 타선이었다. 특히나 디그롬 등판 날이면 맥을 추지 못했다(평균 득점 지원 3.5). 불펜에서 승리를 날리거나, 상대 투수가 갑자기 좋은 피칭을 하는 경우도 잦았다. 올스타게임 전까지 디그롬은 19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68을 기록했는데, 5승4패였다. 올스타전 이후 13경기에서도 불운은 계속됐지만, 마지막 2경기에서 2승을 더해 10승을 채웠다.
 
불운은 시즌과 함께 끝났다. 지난달 최고 투수를 뽑는 사이영상 투표에서 디그롬은 전미야구기자협회(BBWAA) 투표인단 30명 가운데 29명으로부터 1위 표를 얻어 내셔널리그 수상자가 됐다. 이어 연봉도 대박을 터뜨렸다. 내년 시즌 후 FA 자격을 얻는 그의 몸값이 어디까지 치솟을지는 어림하기도 어렵다.
 
대학 2학년까지 유격수로 뛰었던 디그롬은 2010년 투수로 메츠에 입단했다. 이듬해 오른쪽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마이너리그 불펜투수로 뛰다가 2014년 빅리그에 올라왔고, 9승8패 평균자책점 2.69를 기록하며 신인왕을 차지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5번째 시즌에 최고 투수의 영예를 안았다. 디그롬은 “지난 시즌을 돌아보면 조금 미친 것 같다”며 웃었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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