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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손가락 까딱하니 식재료 도착, 손질 안 해도 맛있는 요리 완성

중앙일보 2019.01.15 00:02 4면 지면보기
신년기획 ‘2019 의식주 트렌드’ ②‘여유’ 담는 모바일 장바구니 “손 하나 까딱하지 않게 해줄게.” 예비 신랑의 말이 아니다. 올해 집밥 트렌드를 이끌 ‘모바일 신선식품’의 멘트다. 신선식품 구매 장소가 모바일로 확산되면서 집밥의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가 모바일 장보기의 주소비자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TV에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있다면 밀레니얼 가족의 집엔 밥 잘 사주는 예쁜 ‘엄마’가 있다”고 언급했다. 집이 밥을 ‘사먹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중앙일보 라이프 트렌드는 새해를 맞아 올해 눈여겨봐야 할 의식주 트렌드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두 번째 식(食)과 관련된 2019년 트렌드 키워드는 ‘여유 선물하는 모바일 장바구니’다. 
 
#1981년생 김지현(38·서울 자양동)씨는 만 네 살 아들을 둔 워킹맘이다. 주중엔 부모님이, 주말엔 김씨 부부가 육아를 맡는다. 김씨는 지난해 10월부터 퇴근 후 동네 마트가 아닌 모바일 쇼핑몰에서 장을 본다. 당도 낮은 사과 주스, 송로버섯 오일처럼 평소 마트에서 구하기 힘든 가공식품뿐 아니라 깐 메추리알, 조각 무 등 까거나 써는 시간을 줄인 식재료를 모바일로 주문한다. 김씨는 “예전엔 퇴근 후 마트에 들렀다가 집에 와서 식재료를 다듬고 요리하느라 쉴 틈이 없었는데 모바일에서 장을 본 이후로는 주중 저녁이나 주말에 친구를 만나 밥을 먹거나 영화 한 편 볼 정도의 여유가 생겨서 좋다”고 말했다.
 
배송 업체는 신선도 유지 경쟁
손질한 브로콜리 팩(200g)

손질한 브로콜리 팩(200g)

김씨처럼 모바일에서 장을 보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신선식품만큼은 직접 보고 골라 사야 한다’는 기존의 공식이 깨지면서다. 채소·과일·생선 같은 신선식품은 가공식품과 비교해 유통기한이 짧고 금방 시들해지는 게 사실. 그래서 그간 신선식품은 모바일 주문 예외 항목으로 취급됐다. 그런데 최근 유통업계가 신선식품의 신선도를 유지하면서 집까지의 배송 시간을 단축시키는 서비스를 대거 내놓으면서 신선식품의 모바일 구매가 크게 늘기 시작했다.

 
모바일 쇼핑몰 티몬은 2015년 6월 ‘슈퍼마트’라는 모바일 장보기 카테고리를 개설했다. 3년 만인 지난해 상반기 누적 구매 고객이 3000만 명을 넘었다. 누적 상품 판매량은 1억 개를 넘었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0% 이상 성장했다. 티몬은 2017년 1월 슈퍼마트에 신선식품의 모바일 배송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 결과 지난해 티몬 슈퍼마트의 신선식품 매출은 전년 대비 304% 증가했다. 특히 쌀·잡곡 매출이 470%, 과일·채소가 223%, 수산·축산물이 165% 증가했다.
 
조각 낸 단호박 팩(120g) 제품

조각 낸 단호박 팩(120g) 제품

경쟁사인 쿠팡은 지난해 10월 신선식품의 새벽배송 서비스인 ‘로켓프레시’를 선보였다. 우유·달걀·과일·정육·수산물 같은 신선식품을 자정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받아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쿠팡의 유료 멤버십 서비스인 ‘로켓와우클럽’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상품 가격이 단 몇 백원이어도 무료로 배송 받을 수 있고 아침에 주문하면 그날 저녁에 받아볼 수도 있다. 로켓와우클럽 가입자 수는 론칭 일주일 만에 15만 명, 지난달 말엔 100만 명을 넘어섰다. 김세민 쿠팡 홍보팀 차장은 “현재 새벽배송 서비스는 서울·인천·경기도 지역에 한하지만 급격한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대상 지역을 조만간 전국 단위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원하는 메뉴에 필요한 식재료를 통째로 담은 ‘밀키트(meal kit)’도 모바일 쇼핑몰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밀키트는 1~2인 가구가 집에서 한 끼를 먹을 때 다양하고 신선한 식재료를 따로따로 구매해 손질해야 하는 수고로움을 덜어준다. 한 끼에 필요한 양만큼 담겨 있는 게 특징이다. ‘귀차니즘’이 심한 사람뿐 아니라 요리 초보자에게도 요리를 쉽게 만들 수 있게 도와준다.
 

40대 이상 모바일 장보기 급증
신선식품 전문 쇼핑몰 마켓컬리의 경우 밀푀유나베·양장피·스키야키 밀키트가 가장 많이 판매된다. 3만5900원짜리 밀푀유나베 밀키트(2~3인분 기준)엔 한우 설도와 알배추, 버섯 모둠, 청경채, 육수, 맛간장 등이 들어 있다. 메뉴에 들어가는 식재료를 취향에 따라 골라 담는 ‘레시피 골라 담기’ 기능도 인기를 끈다.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는 “당일 수확한 채소·과일이 소비자의 집 앞까지 배송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8시간 안팎”이라며 “특히 상추와 같은 엽채류의 경우 오늘 아침에 따면 다음 날 아침 배송 완료된다”고 설명했다.

 
모바일 장보기 트렌드는 40대 이후 중년층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티몬 슈퍼마트에서 신선식품을 구입한 40대 이상 소비자는 2017년 37%에서 2018년 43%로 상승했다. 30년차 전업주부인 송화숙(55·서울 성산동)씨는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밥상을 차리는 데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썼다. 그러던 중 딸의 권유로 지난해 말부터 모바일에서 과일·채소 같은 신선식품을 구매하고 있다. 송씨는 “샤부샤부나 잡채 같은 복잡한 메뉴도 클릭 한 번에 식재료를 한꺼번에 배송받으니 요리하는 데 드는 힘이 크게 줄었다”며 “장바구니를 무겁게 들지 않아도 되는데다 휴식 시간도 늘어 여가와 건강을 챙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글=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사진=각 업체 제공, 참고 서적=『트렌드코리아 2019』,『2019 트렌드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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