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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vs 역사, '말모이'와 '시골말 캐기'에 담긴 뜻은...

중앙일보 2019.01.14 18:38
영화 '말모이'.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말모이'.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개봉 5일 만에 100만 관객을 모은 영화 '말모이'는 일제의 탄압에도 우리말 사전을 펴내려고 애쓴 사람들의 이야기. 뒤늦게 한글을 깨치는 판수(유해진) 같은 극 중 캐릭터는 상상의 산물이지만, 실제 조선어학회의 사전 편찬을 비롯한 역사가 영화에 녹아있다. 이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전시가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3월 3일까지 이어지는 기획전 '사전의 재발견'(무료 관람)이다. 허구와 실제가 뒤섞인 영화를 보고 떠오른 궁금증을 풀어가는 데도 좋은 기회다. 
주시경과 그 제자들의 '말모이'
 
말모이 원고. 표지 안쪽의 제목은 '말모이'의 한글 자모를 풀어 쓴 것이다. 조선광문회. 1910년대. 국립한글박물관 소장. [사진 국립한글박물관]

말모이 원고. 표지 안쪽의 제목은 '말모이'의 한글 자모를 풀어 쓴 것이다. 조선광문회. 1910년대. 국립한글박물관 소장. [사진 국립한글박물관]

말모이 원고. 현재 'ㄱ'부터 '걀죽'까지의 원고가 남아 있다.  조선광문회. 1910년대. 국립한글박물관 소장. [사진 국립한글박물관]

말모이 원고. 현재 'ㄱ'부터 '걀죽'까지의 원고가 남아 있다. 조선광문회. 1910년대. 국립한글박물관 소장. [사진 국립한글박물관]

 영화 제목에 나오는 '말모이'는 말을 모은다는 뜻에서 사전을 가리키는 순우리말이자, 1910년대 한글학자 주시경(1876~1914)과 그 제자들이 집필한 최초의 우리말 사전 원고 제목. 완성단계에서 주시경이 세상을 떠난 뒤 실제 발간되진 못했지만 우리말 사전의 기틀이 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재 그 일부인 'ㄱ'부터 '걀죽'까지의 원고가 전해져 국립한글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전시장에는 종이로 겹쳐 붙인 부분까지 재현한 복제본도 마련, 관람객이 넘겨 볼 수 있다. 한자어는 '+', 외래어는 'x'를 낱말 앞에 붙여 순우리말과 구분한 것도 눈에 띈다. 
 금을 캐듯 전국에서 '시골말 캐기' 
영화 '말모이'의 판수(유해진)은 전국 각지 출신의 지인들을 모아 사투리를 수집에도 활약을 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말모이'의 판수(유해진)은 전국 각지 출신의 지인들을 모아 사투리를 수집에도 활약을 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에서처럼, 실제 사투리 수집에 들인 노력도 여러 자료에 나타난다. 영화의 주배경인 1940년대에 앞서 잡지 '한글'에 이미 1935년 실린 광고에 이런 대목이 있다. “조선어사전편찬회에서 각 지방 방언을 수집하기 위해, 사오년 전부터 부내 각 중등학교 이상 학생을 총동원해 하기 방학 시 귀향하는 학생에게 방언을 수집하였던 바, 이미 수집된 것이 만여 점에 이르렀습니다. 이것을 장차 정리하여 사전 어휘로 수용할 예정입니다.” 
시골말 캐기 잡책. 표지 모습이다. 최현배. 3판 1957년(초판 1936년). 발행 정음사. 종이에 활자 인쇄. 15.2X10.8cm. [사진 국립한글박물관]

시골말 캐기 잡책. 표지 모습이다. 최현배. 3판 1957년(초판 1936년). 발행 정음사. 종이에 활자 인쇄. 15.2X10.8cm. [사진 국립한글박물관]

시골말 캐기 잡책. 항목별로 낱말을 열거하고 이에 해당하는 각 지역의 말을 빈칸에 적도록 되어 있다. 최현배. 3판 1957년(초판 1936년). 발행 정음사. 종이에 활자 인쇄. 15.2X10.8cm. [사진 국립한글박물관]

시골말 캐기 잡책. 항목별로 낱말을 열거하고 이에 해당하는 각 지역의 말을 빈칸에 적도록 되어 있다. 최현배. 3판 1957년(초판 1936년). 발행 정음사. 종이에 활자 인쇄. 15.2X10.8cm. [사진 국립한글박물관]

 조선어학회는 각지에서 보내온 사투리를 잡지에 실은 것은 물론이고 학생들이 사투리 수집에 활용할 전용 수첩도 만들었다. 국어학자 최현배(1894~1970)가 엮은『시골말 캐기 잡책』이 그것. 주제별로 약 1000여개에 달하는 낱말을 늘어놓고 빈칸에 이에 해당하는 각 지방의 말을 적도록 했다. 머리말을 보면 '시골말'의 반대가 '서울말'이 아니란 점도 적혀 있다. “여기서 시골말이란 것은 대중말(標準語·표준어)과 사투리를 아직 구별하지 않은 모든 시골(地方·지방)의 말을 이름이니, 서울말도 서울이란 한 시골(地方·지방)의 말로 보고서 캠이 옳으니라”

 서울역에서 기적처럼 발견된 원고  
조선말 큰사전 원고. 조선어학회에서 1929년부터 1942년까지 13년 동안 작성한 원고의 최종 수정본. 조선어학회. 1929~1942년. 한글학회 소장, [사진=국립한글박물관]

조선말 큰사전 원고. 조선어학회에서 1929년부터 1942년까지 13년 동안 작성한 원고의 최종 수정본. 조선어학회. 1929~1942년. 한글학회 소장, [사진=국립한글박물관]

조선말 큰사전 원고. 손으로 쓴 원고를 수정하거나 첨삭한 부분이 그대로 담겨 있다. '유'로 시작하는 낱말 중에 '유관순'도 눈에 띈다. 조선어학회. 1929~1942년. 한글학회 소장, [사진=국립한글박물관]

조선말 큰사전 원고. 손으로 쓴 원고를 수정하거나 첨삭한 부분이 그대로 담겨 있다. '유'로 시작하는 낱말 중에 '유관순'도 눈에 띈다. 조선어학회. 1929~1942년. 한글학회 소장, [사진=국립한글박물관]

 영화 마지막에는 조선어학회 실제 사전 원고가 등장해 묵직한 감동을 준다. 영화에서 이를 되찾는 과정은 상상력을 발휘한 허구이지만, 해방 직후인 1945년 9월 8일 서울역 창고에서 원고가 기적적으로 발견된 건 사실이다. 그 감격은 2년 뒤 드디어 발행된 사전의 앞부분에 이렇게 적혀 이다. “이날 원고가 든 상자의 뚜껑을 여는 이의 손은 떨리었으며, 원고를 손에 든 이의 눈에는 더운 눈물이 어리었다.” 
영화 '말모이'.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말모이'.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2만 6500여장, 총 17권의 방대한 원고 가운데 12권은 한글학회가, 5권은 한글학회의 기증으로 독립기념관이 소장하고 있다. 이번 기획전에는 한글학회의 소장본 가운데 '시~싶''유~윷판''ㅎ~허리' 등 세 권이 나왔다. '유'로 시작하는 낱말 중에는 '유관순'도 눈에 띈다. 김민지 학예연구사는 “백과사전이 없던 당시에 우리말 사전이 언어적 뜻풀이 외에도 전문용어를 풀이하는 백과사전의 역할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화 '말모이'.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말모이'.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에는 그 전모가 그려지지 않지만, 1942년 10월부터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일제에 검거된 사람만도 33명. 사건의 발단이 된 곳을 따라 대부분 함경남도 함흥으로 붙잡혀 갔다. 수감 중에 고문을 당하거나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다 한글학자 이윤재(1888~1943)와 한징(1886~1944)은 감옥에서 숨을 거뒀다. 1947년 시작된 『큰사전』의 발간은 한국전쟁의 발발로 다시 난관을 겪다가 1957년 전 6권으로 완간됐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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