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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헌측 “기록 복사 2주, 복사비 1000만원"…20만쪽 기록과의 싸움

중앙일보 2019.01.14 18:01
 “복사한 기록을 다 읽으려면 승용차로는 안 되고 트럭을 불러야 할 정도 입니다. (임종헌 측 변호인)”
 
지난 9일 서울중앙지법 윤종섭 부장판사 심리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3차 공판준비기일이 열렸다. 이날 변호인단은 재판부에 “(구속된 임 전 차장이) 기록을 다 읽으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니 임 전 차장의 재판을 예정보다 더 미뤄달라”고 부탁했다.
[일러스트=김회룡 aseokim@joongang.co.kr]

[일러스트=김회룡 aseokim@joongang.co.kr]

 
2주 걸려 복사비만 1000만원 든 임종헌 수사기록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앞두고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재판은 ‘수사 기록과의 싸움’으로 흐르고 있다. 14일 임 전 차장 측 변호인은 “검찰이 초반에 수사 기록을 내주지 않으려고 해서 겨우 허가를 받아냈는데, 그걸 다 복사하고 읽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고 밝혔다.
 
임 전 차장 측에 따르면 현재 진행되는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재판 관련 수사기록은 약 20만쪽에 이른다. 법원행정처 작성 문건들 이외에도 100명에 달하는 판사들의 검찰 진술 조서도 분량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임 전 차장 측은 “기록 복사 하는데만 2주가 걸렸고, 복사비만 1000만원 가량 들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임 전 차장 측이 “수사 기록 검토를 이유로 보석을 신청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A4 용지 2장짜리 비위첩보 믿고 어떻게 판사 징계하나”
임 전 차장은 지난 재판에서 검찰이 제기한 직무유기 혐의에 대해서도 전면 부정하고 나섰다.
 
앞서 검찰은 임 전 차장의 공소장에 “임 전 차장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이 2015년 9월 대검찰청으로부터 문모 전 판사의 비위 정보를 담은 문건을 전달받고도 조사를 벌이거나 감사위원회에 회부하는 등 조치를 취하지 않아 직무를 유기했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당시 대검으로부터 전달받은 문건은 단 2페이지 짜리에 불과했고 구체적인 내용이 없었다”며 “비위 의혹이 기재돼 있는 것은 맞지만 뒷받침 자료가 없어 법원행정처 입장에서는 비리 사실 통보나 수사를 개시하라는 통보로 보지 않았다”고 반박했다.또 “임 전 차장 등이 문 판사의 비위 의혹이 명백하다는 것을 인식하고도 직무수행 의무를 포기하거나 방임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직권남용보다 어려운 ‘직무유기’…양측 법리공방 치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이는 그동안 법원이 직권남용 뿐만 아니라 직무유기죄에 대해서도 엄격한 잣대를 내려왔다는 점을 노린 전략으로 풀이된다. 형법상 직무유기죄가 성립하려면 공무원이 일을 소홀히 한 것을 넘어 직무수행을 의식적으로 포기했다는 게 입증되어야만 한다.
 
수도권지검의 한 검사는 “직무유기는 일선에서 무혐의 처분이 가장 많이 나는 범죄 유형 중 하나”라며 “적극적으로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니고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것을 이유로 죄를 묻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당시 비위 첩보가 신빙성이 있었음에도 임 전 차장으로부터 언론 노출을 우려해 조사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들의 진술이 있다”고 반박했다. 검찰 측은 관련 조서들을 잇따라 증거로 제출했다.
 
양홍석 변호사(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는 “현재까지 나온 증거들만으로 직무유기죄 성립이 어려운 건 맞다”며 “임 전 차장이 감사를 안했다는 사후조치만 가지고 당시 비위 누락의 고의성까지 판단하는 건 매우 제한적이다”고 말했다. 다만 “재판 지연은 직권남용에 해당해서 별개의 문제”라며 “앞으로 임 전 차장 재판에서 치열한 법리 공방이 벌어질 걸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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