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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 되면 의무적으로 세상을 뜨는 법 발효? 이게 무슨 일

중앙일보 2019.01.14 16:44
[더,오래] 김성희의 천일서화(19)
SKY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의식조사에서 80%가 부모가 63세에 세상을 떠났으면 좋겠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나는 이 뉴스를 보자마자 '가짜 뉴스'라는 확신이 들었다. [사진 pixabay]

SKY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의식조사에서 80%가 부모가 63세에 세상을 떠났으면 좋겠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나는 이 뉴스를 보자마자 '가짜 뉴스'라는 확신이 들었다. [사진 pixabay]

 
“부모님이 63세에 세상을 떠났으면 좋겠다.”
이건 얼마 전, 올해 60살이 되는 후배가 휴대전화로 보내온 메시지의 일부다. 대강 내용인즉슨 이랬다. 서울대 모 교수가 이른바 SKY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의식조사에서 ‘부모가 언제쯤 죽으면 가장 적절할 것 같은가’란 질문에 응답자의 80%가 63세라고 답했다는 이야기였다. 그 이유는 은퇴 후 삶은 적당히 즐기다가 자식들에게 가능한 한 많은 유산을 물려줄 수 있는 나이로 봤다는 거였다.
 
나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이 요즘 한창 붐이라는 ‘가짜 뉴스’란 확신이 들어서였다. 누가, 언제 조사했는지도 분명치 않고 설사 이런 조사결과가 나왔다면 큰 뉴스가 됐을 텐데 도통 들은 적이 없었던 만큼 만들어진 뉴스라고 봤다. 후배도 SNS로 받은 것이라며 뉴스 원은 잘 모른다고 응답한 걸 보면 일종의 ‘조작’이란 심증이 굳어졌다.
 
고령사회 문제 파헤친 『70세 사망법안, 가결』
그렇긴 해도 돌아볼 계기는 됐다. ‘언제 어떻게 삶을 마감하는 게 좋을까’는 한 번쯤 진지하게 고민해볼 문제이니 말이다. 말년에 병상에서 의식도 없는 채 연명하며 가족과 사회에 부담만 주다가 떠나야 할까, 의식이 있을 때 품위 있게 세상을 떠나는 것은 어떨까, 살아진다고 사는 게 과연 누구에게 좋은 건가 등등 말이다.
 
'언제 어떻게 삶을 마감하는 게 좋을까'는 한 번쯤 진지하게 고민해 볼 문제이다. 『70세 사망법안, 가결』 가키야미우 지음, 왼쪽 주머니

'언제 어떻게 삶을 마감하는 게 좋을까'는 한 번쯤 진지하게 고민해 볼 문제이다. 『70세 사망법안, 가결』 가키야미우 지음, 왼쪽 주머니

 
이런 생각을 비단 나만 하는 게 아닌 모양이다. 이를 소재로 한 책이 있다. 『70세 사망법안, 가결』(가키야 미우 지음, 왼쪽주머니)이 그것이다. 책은 이런 기사로 시작한다.
 
“70세 사망법안이 가결되었다. 이 나라 국적을 지닌 자는 누구나 70세가 되는 생일로부터 30일 이내에 반드시 죽어야 한다…. 정부는 안락사 방법을 몇 종류 준비할 방침이다…. 정부 추산에 따르면, 이 법안이 시행되면 1차 연도의 사망자 수는 이미 70세가 넘은 자를 포함해 약 2200만 명, 2차 연도부터 해마다 150만 명 전후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서 ‘이 나라’는 짐작했듯이 일본이다. 저출산 고령화의 심화로 노인의 연금·의료비 부담에 젊은이의 일자리 부족과 복지비 부담에 대한 반발이 커지자 취한 극단적 조치다. 낙하산 인사 금지, 불필요한 대형 공사·공공단체 정비, 의원 정수 및 세비 3분의 1로 삭감 등 개혁적 조치로 지지율이 80%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는 마가이노 레이토 총리가 파탄에 이른 국가재정을 구출하기 위해 밀어붙인 것이다.
 
법 시행까지 유예기간은 2년. 지금 68세 이상인 이들은 2년 뒤 모두 의무적으로 세상을 떠나야 한다.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니 벌어졌을까? 책에선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일이 그려진다.
 
인권유린이란 국제적 비난도 일고, ‘칠반(七反) 동맹’이라 해서 법 시행에 반대하는 노인의 반발도 거세지고, 언론에선 이 문제를 놓고 찬반 토론이 뜨겁다. 더불어 ‘이면법안’이 있다는 소문도 은밀히 돈다. 연금을 반납하고, 의료비를 스스로 부담하며 사회에 도움이 될 자원봉사 활동을 하면 법 적용을 제외해준다는 예외조항이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다카라다 도요코의 가정에 맞춰 이야기가 진행된다. 55세 주부인 도요코는 정신은 있지만 운신하지 못하는 시어머니를 몇 년째 모시고 있다. [사진 pixabay]

이 책은 다카라다 도요코의 가정에 맞춰 이야기가 진행된다. 55세 주부인 도요코는 정신은 있지만 운신하지 못하는 시어머니를 몇 년째 모시고 있다. [사진 pixabay]

 
한데 이야기의 초점은 거대 담론이 아니다. 55세 주부 다카라다 도요코의 가정에 맞춰 이야기가 진행된다. 정신은 있는데 운신하지 못하는 시어머니를 몇 년째 모시는 도요코. 58세 남편 시즈오는 70세 사망법안 시행을 앞두고 남은 인생을 누리겠다며 조기 퇴직하고 혼자 세계 여행을 떠난다.
 
30세 난 딸 모모카는 시어머니 수발에 지친 엄마가 직장을 그만두고 도와달라고 하자 집을 나갔고, 29세 아들 마사키는 일류 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취직했다가 인간관계에 치어 퇴직하고는 집에 틀어박혀 자기만의 생활을 즐긴다. 시누이들은 엄마 봉양은 사절한 채 상속 재산만 노리고.
 
바로 고령 사회의 문제점을 압축해 보여주는 이 가정이다. 가족과 친척들의 무관심과 이기주의에 떠밀려 집안일이며 시어머니 수발을 혼자 도맡던 도요코는 결국 가출을 감행하는데….
 
물론 이건 소설이다. 충격적 소재이긴 하지만 디스토피아를 그린 진지한 내용은 아니다. 가족을 소재로 고령사회의 문제가 무엇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즐거운 상상을 보여준다. 살짝 귀띔하자면 조마조마하지만 따뜻하게 마무리된다. 그렇다 해도 읽는 재미에 더해 묵직한 생각 거리를 던져주는, 이야기 이상의 이야기다.
 
김성희 북 칼럼니스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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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희 김성희 북 칼럼니스트 필진

[김성희의 천일서화] 책생책사(冊生冊死). 책을 읽고 기자를 꿈꿨고, 출판팀장으로 기자 생활을 마무리했다. 닥치는 대로 읽었지만 핵심은 ‘재미’였다. 공연히 무게 잡는 책은 싫기도 하고 읽어낼 깜냥도 못 되었으니. 이 경험을 바탕으로 ‘재미있는 책’ 이야기 또는 재미있는 ‘책 이야기’를 쓰려 한다. 실타래가 풀려나가는 듯한 아라비안나이트식 책 이야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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