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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SF 속 진짜 과학 35화. '스타트렉'과 달력

중앙일보 2019.01.14 14:20
여러 시리즈를 선보인 ‘스타트렉’은 작품마다 우주력이 다르다. 제대로 된 시간 표시라기보다는 드라마의 기준점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여러 시리즈를 선보인 ‘스타트렉’은 작품마다 우주력이 다르다. 제대로 된 시간 표시라기보다는 드라마의 기준점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지구와 안드로메다 공통 달력 만들 수 있을까
 
매년 12월 31일이 되면, 사람들은 ‘새해’를 맞이하여 분주한 움직임을 보입니다. 세계 전역에서 연말과 연초를 기념하는 행사가 진행되고 12월 31일에서 1월 1일로 넘어가는 순간을 손꼽아 기다리며 시계와 달력을 바라보게 되죠. 새해를 기념하기 위해 폭죽을 터트리고 서로 인사를 하는가 하면 어떤 곳에서는 일제히 종을 치기도 해요. 이는 모든 곳에서 동시에 진행되지 않습니다. 태평양의 여러 섬에서 가장 먼저 시작되며, 한국에선 3시간이 지나 첫 종을 울려요. 지구 전역의 모든 지역에서 ‘새해 인사’가 끝나는 것은 거의 하루, 23시간이 지난 뒤의 일이죠.
 
세계 각지의 시간대가 모두 달라서 벌어지는 현상인데요. 각 장소의 시간은 태양의 움직임을 중심으로, 더 정확히 말하면 태양을 바라보는 지구의 자전을 바탕으로 결정되며 지금 우리나라가 낮 12시라면 바로 옆에 중국은 아침 11시, 오스트레일리아의 시드니는 낮 1시, 지구 반대편에 있는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는 밤 12시라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그야말로 혼란하기 이를 데 없죠. 하지만 이 같은 혼란은 사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우주로 나아가면 시간만 아니라 하루, 일 년이라는 기준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죠. 화성의 하루를 나타내는 자전주기는 지구 시간으로 24 시간 37분 22초로 꽤 비슷하지만, 수성의 하루는 지구 시간으로 58일이 넘고, 금성에 이르면 243일에 달합니다. 밤에 진 태양이 아침에 다시 떠오르기까지 자그마치 4달의 시간이 필요한 거죠. 화성의 일 년(공전주기)은 지구 시간으로 약 686일. 지구에서 40살인 사람 이 화성 나이로는 고작 20살밖엔 안 됩니다. 금성의 일 년은 금성의 하루보다 짧아서 224일이죠. 우주 시대, 사람들은 달이나 화성만이 아니라 태양계 전역, 나아가 은하계 각지의 여러 곳으로 나가서 생활하게 됩니다. 채팅으로 만난 친구의 나이가 똑같이 30살이라고 해도 우주여행 끝에 만나보니 한쪽은 머리가 허연 할아버지나 할머니, 또 한쪽은 10대 청소년이 나타나는 상황도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처음에는 지구를 기준으로 시간을 따질지도 모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들이 사는 세계의 시간을 이용해서 생활하겠죠. 기준은 지구도, 다른 별도 될 수 없습니다. 그보다는 다른 어떤 시간이 필요하겠지요.
 
‘스타트렉’에서는 ‘우주력(스타데이트)’이 라는 역법이 기준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함장 일지. 우주력 41254.7, 우리는 지구를 떠나서 벌칸 행성을 향한 첫 항해를 시작했다.” 이처럼 5개의 숫자와 소수점 숫자를 이용하여 시간을 표시하는 것이죠. 이 시간 역시 하나의 기준으로 제시한 건 아닙니다. 여러 개로 나뉜 스타트렉 작품마다 우주력은 다르게 표시되는데요. 가령 41로 표시한 건 24세기를 무대로 한 ‘스타트렉 넥스트 제네레이션’의 첫 번째 시즌이라는 뜻입니다. 그만큼 제대로 된 시간 표시라기보다는 드라마의 기준점이라 는 느낌이지만 연도, 날짜, 시간, 그리고 분이나 초를 표시하지 않고 하나의 숫자로 표시하는 우주력은 많은 사람에게 공통으로 사용하기 좋은 기준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외계인을 만나면 어떻게 될까요. ‘스타트렉’의 우주력은 0~9까지 있는 10진법을 바탕으로 합니다. 10진법은 손가락이 10개가 있는 우리나 ‘스타트렉’의 대다수 외계인에겐 편리하죠. 하지만 외계인의 손가락이 8개여서 8진법을 쓰거나, 12개여서 12진법을 쓴다면 어떨까요. 10진법의 우주력은 그들에게 상당히 불편할 겁니다. 어쩌면 그 때문에 뭔가 다툼이 일어나지 않을까요. 예로부터 달력이나 시계는 중요한 권력의 상징이기도 했습니다. 누구나 기준으로 삼아서 사용하는 달력과 시계는 정치를 비롯한 사회 전반에 적용되었기 때문인데요. 라틴어를 기준으로 하는 서양의 요일 이름에 북유럽신화의 신들 이름이 들어간 것도, 달력의 일부 달 이름에 로마 황제의 이름이 들어간 것도 모두 권력 때문이었죠. 우주에 서 사용하는 달력도 강력한 힘을 가진 누군가에 의해 결정될지도 모릅니다. 가령 외계인이 지구를 정복하고 나면 지구의 달력도 그들의 기준에 맞추어 바꿀지도 모릅니다. 반대로 우리가 우주로 나가 미개한 외계인을 만나면 ‘지구의 달력을 써야 한다’라고 결정 할지도 모르죠.
 
먼 훗날 우리 후손들은 우리와는 다른 달력을 쓸지도 모릅니 다. 달의 중력 때문에 지구의 자전 속도가 매년 느려지는 만큼, 하루의 시간조차 달라질지도 모르죠. 하지만 달력이나 시계가 어떻게 바뀌건, 사람들은 매년 새해가 될 때마다 이런 인사를 하겠죠? “여러분 모두 새해 복 많 이 받으세요.”
 
 
글=전홍식 SF & 판타지도서관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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