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시대에 펜을 들고 종이에 글씨를 쓰는 일이 하루에 얼마나 될까요. 스마트폰을 터치해 친구와 메시지를 주고받고, 키보드를 두드려 학교 과제를 완성하는 등 글씨를 쓰는 일의 대부분은 기계의 힘을 빌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디지털화에 반작용처럼 손글씨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데요. 아날로그 감성으로 다이어리에 손글씨로 하루를 정리하고, 예술작품 같은 캘리그래피를 만들어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볼펜이나 만년필, 노트 등의 문구 제품을 찾는 수요도 늘어났죠. 이번 주 소중에서는 종이와 필기구만으로 자신의 감성을 표현할 수 있는 세계로 떠나봅니다.
글=한은정 기자 han.eunjeong@joongang.co.kr, 사진=임익순·송상섭(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권윤경(서울 세화여중 1)·이서연(인천 공항중 2)·이지연(서울 서울여중 1) 학생기자, 참고도서=『매일 캘리그라피, 악필이어도 괜찮아!』(더 디퍼런스)·『손글씨 나혼자 조금씩』(큐리어스)
손글씨는 실용적인 면에서 떨어질지 몰라도 디지털 세상에는 없는 감성을 안겨줍니다. 연필을 쓸 때 들리는 사각사각 소리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마음 속 얘기를 하나하나 끄적이다 보면 마음도 차분히 진정되고 생각도 정리되면서 새로운 즐거움을 맛볼 수 있어요.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는 “감사 일기를 쓰면서부터 내 인생은 완전히 달라졌다. 나는 비로소 인생에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삶의 초점을 어디에 맞춰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라고 얘기했죠. 곽민선 캘리그래피 작가는 “힐링 겸 자기만족 때문에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위로를 받고 위로를 줄 수 있는 게 손글씨인데 한 글자 한 글자 써서 전달하면 이보다 큰 선물은 없죠”라고 말했습니다. 손글씨가 학습능력과 뇌 발달에 도움을 준다는 것도 여러 연구에서 입증된 사실입니다. 아이들은 소근육 발달, 어른은 치매 예방에도 좋죠.
이렇듯 다양한 이유로 손글씨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캘리그래피에 대한 관심도 계속 지속되고 있어요. 캘리그래피는 ‘손으로 그린 그림문자’라는 뜻으로 1990년대 전통서예를 전공한 작가들 위주로 시작된 이후 영화 제목이나 광고 문구, 제품명 등에 사용되면서 점차 대중화됐죠. 스마트폰과 SNS가 등장하고, 전문 작가가 아닌 일반인들이 글을 써서 SNS에서 올리는 게 유행하면서 캘리그래피는 더욱 알려지게 됐어요. 손글씨 대회가 생기고 관련 서적과 필기구가 쏟아져 나왔죠. 최근엔 마음의 위로와 격려가 되는 유명한 시와 문구를 손글씨로 따라 쓰는 필사 가 힐링 수단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서점가에는 다양한 필사책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그동안 필사는 문장력을 늘리기 위해 유명한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 썼는데, 최근 출간되는 책을 보면 짧은 문장이나 단어를 반복적으로 따라 쓸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 놓은 게 특징이죠.
캘리그래피에 도전하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곽민선 캘리그래피 작가를 만나 신년 메시지를 담은 캘리그래피 작품을 만들어봤다. 왼쪽부터 이서연 학생기자·곽민선 캘리그래퍼·권윤경 학생기자
어릴 때부터 예쁜 글씨를 보면 따라 쓰는 것을 좋아했던 곽 작가는 국내 최초로 캘리그래피를 소개한 이상현 선생님을 만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캘리그래피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강사로 활동하며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고, 『매일 캘리그라피, 악필이 어도 괜찮아!』, 『매일 성경 필사』책을 내기도 했죠. 소중 학생기자단을 반갑게 맞아준 곽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간단히 소개한 후, 초보자도 쉽게 할 수 있는 캘리그래피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캘리그래피 배우기 첫 단계로 여러 가지 선의 표현과 기본형 글씨를 써보고 있다.
다음은 기본형 글씨를 써보는 단계입니다. 딱딱 끊기는 강한 느낌으로 ‘가나다라…’를 쓰고, 곡선지게 부드러운 느낌으로도 써보세요. “프린트를 보면 강한 느낌의 글씨 사이즈가 다 똑같죠. 높이가 맞아야 해요. 두 줄을 그어놓고 그 틀 안에 딱 맞게 각지고 끊기듯이 글씨를 쓴다고 생각하면 돼요.” 이때 권윤경 학생기자가 종이 한 켠에 글씨를 쓰고 있는 게 보였죠. 곽 작가는 종이 안 아껴도 되니 크게 쓰라고 말했어요. 글씨를 크게 쓰는 걸 연습을 하다가 작게 쓰는 건 쉬운데 작게 쓰다가 크게 쓰는 건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하셨죠. 연습할 때는 무조건 크게 쓰는 게 좋다는 것 잊지 마세요.

예문을 보고 간단한 문장을 써보고 있는 학생기자들.
두 학생기자는 신년 메시지를 담은 문구를 써보기로 했죠. “너무 긴 문구보다는 10글 자에서 15글자가 제일 예쁠 거예요.” 문구를 정하는 일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고민에 고 민을 거듭한 끝에 드디어 결정했어요. 권윤경 학생기자는 평소 좋아하는 방탄소년단의 ‘Whalien52’ 노래 가사 한 구절을 쓰기로 했죠. ‘내 미래를 향해 가, 저 푸른 바다와 내 헤르츠를 믿어’ 희망적인 메시지가 신년에 딱 맞아 보이네요. 평소 좋아하던 문구를 예쁘게쓸 수 있기 때문에 캘리그래피가 더욱 매력적이죠. 이서연 학생기자는 ‘2019년에도 행복해야 돼지’를 쓰기로 했어요. 황금돼지 해를 맞 아 ‘~돼지’라는 문구가 유행이죠. 사실 이서연 학생기자는 나태주 시인의 ‘사랑에 답함’에 나오는 구절을 쓰고 싶어 했는데요. 신년 메시지로는 살짝 어울리지 않는다는 판단에 신년 문구를 따로 정하고 두 개 다 작성하겠다는 목표를 정했습니다.

캘리그래피를 쓸 수채화 종이에 글씨와 어울리는 꽃을 그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학생기자와 곽민선 캘리그래퍼가 작업한 캘리그래피 작품들.




곽민선 캘리그래퍼 일문일답

저도 손글씨 진짜 못 써요. 사람들이 손글씨 못 쓰는데 캘리그래피 배울 수 있냐고 많이 물어보시는데 손글씨는 나만 알아보면 되니까 편하게 쓰잖아요. 캘리그래피 같은 경우에는 규칙은 없지만 또박또박 쓰려고 하고, 자기가 생각하면서 예쁘게 쓴다는 걸 인식하 면서 쓰니까 잘 쓸 수 있어요.
집에서 셀프로 연습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요.
남의 글씨를 많이 보면 보는 눈이 생겨요. SNS에서 보다 보면 본인이 원하는 스타일의 글씨가 있잖아요. 그 글씨를 출력해서 위에 종이를 덧대고 형태를 따라서 필사해 보세요. 그럼 그 글씨를 닮아갈 수 있어요. 물론 제일 기초는 책을 구입하는 것인데 책을 봐도 이해가 안 될 수가 있어요. 그럼 작가에게 가서 원데이 수업이라도 들으세요. 그럼 어느 정도 기초는 알 수 있으니까요. 어느 정도 습득 후에 자기가 해보는 게 좋아요. 기초가 없이 혼자 하다가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분들을 많이 봤거든요.
어떤 문구를 연습하는 게 좋을까요. 처음에는 한 단어 두 단어씩 끊어서 연습하고 점점 길게 쓰는 게 좋아요. 처음부터 장문을 쓰면 초보는 실수를 하게 돼요. 첫 흐름의 느낌대로 쭉 가야되는데 익숙하지 않으니 끝으로 갈수록 다른 느낌으로 변화되거든요. 문구가 마음에 든다고 무턱대고 쓰지 말고 한 단어, 두 단어, 세 단어, 문장, 단문 이렇게 점점 늘려가는 게 중요해요.
체험하는 문구숍 ‘모나미 콘셉트 스토어’

권윤경(왼쪽)·이지연 학생기자가 모나미 콘셉트 스토어를 방문해 다양한 문구제품을 살펴보고 나만의 잉크 만 들기 체험을 해봤다.
그중에서도 단순 판매를 넘어 브랜드 가치와 고객 체험 마케팅을 앞세운 곳도 있었죠. 나만의 개성이 담긴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모나미 콘셉트 스토어입니다. 권윤경·이지연 학생기자가 만년필 잉크 DIY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는 모나미 수지 본사 콘셉트 스토어를 방문했어요. 권윤경 학생기자는 “최근 저희 반에 다이어리가 유행하면서 애들이 컬러펜을 많이 사요. 전 마카펜에 관심이 많은 편이에요”라고 얘기했죠. 이지연 학생기자도 “친구들이 육공 다이어리를 만들다보니 얇은 펜을 비롯한 각종 펜을 많이 사고 있다”고 전해줬죠.

모나미 콘셉트 스토어에선 원하는 컬러의 리필심, 보디 부품을 조합해 나만의 펜을 만들 수 있다.

매장 안에는 모나미 제품뿐 아니라 가죽필통, 연필, 계산기 등 다양한 문구 제품을 만날 수 있어 문구 덕후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각종 펜과 마카 등을 실제로 써볼 수 있는 체험 코너도 있다. 학생기자들은 다양한 펜으로 글씨를 써봤다.

잉크랩 내부를 둘러보는 이지연 학생기자.

권윤경 학생기자가 유리 비커에 원하는 컬러의 잉크를 조합해 나만의 잉크 컬러를 만들고 있다.

학생기자들이 레시피 카드에 작성한 잉크 비율을 바탕으로 잉크를 배합하고 있다.
프로 악필러를 위한 손글씨 예쁘게 쓰는 법


자간과 띄어쓰기 간격을 좁혀 쓰기 글자와 글자 사이, 자간과 띄어쓰기 간격을 좁혀보세요. 띄어쓰기를 너무 정확하게 하지 않아도 돼요. 간격이 넓으면 한 덩어리로 보이지 않아 한눈에 안 읽히거든요. 특별한 효과를 위해 간격을 넓혀 쓰는 경우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좁혀서 쓰는 게 예쁘고 세 련되어 보입니다.
문구의 구도부터 잡아보기 쓰고 싶은 문구를 몇 줄로 쓸지, 어떤 글자를 강조할지 구도를 잡고 쓰세요.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스케치를 하는 거죠. 블록을 끼워 맞추듯이 글자와 글자를 붙여서 배치해 보세요.
자음 ㄹㅁㅂㅎ을 개성 있게 써보기 글씨체가 확 달라보이게 만드는 마법 같은 자음이 ㄹㅁㅂㅎ입니다. ㄹ은 알파벳 Z나 뒤집은 S처럼 Z 두 개를 연결해서 쓴다는 느낌으로 써보세요. ㅁ은 세로로 작대기 하나를 긋고, 거기에 알파벳 Z를 붙여서 쓴다거나 정사각형 직사각형을 그린다고 생각하고 써보세요. 마름모로 ㅁ을 표현해도 독특한 효과를 낼 수 있죠. ㅂ은 작대기를 긋고 그 옆에 무한대 혹은 물고기 모양을 그리듯 써보고, A를 거꾸로 한 것처럼 뾰족하게, 혹은 둥글게도 써보세요. ㅎ은 획을 둥글게 아래 방향으로 쓰면, 웃는 눈처럼 글자가 변하고, 반대로 획을 위쪽으로 구부리면, 화가 난 것 같은 모양이 돼요. 점을 찍고 6을 좌우로 뒤집은 것처럼 써보고 ㅎ의 첫 번째 획이나 두 번째 획을 쓸 때 길게 늘어뜨려보고, 짧게도 써보고, 세모 또는 물방울 모양처럼 뒤집힌 세모로도 o을 쓸 수 있어요.
문구 덕후들을 위한 문구숍

위치 서울 서초구 사임당로23길 43 태영빌딩 1층 문의 02-3144-3180 영업 오전 11시~오후 8시(일요일 휴무)

위치 서울 마포구 동교로 266 3층 문의 070-47990923 영업 오후 2~7시(일·월요일 휴무)

위치 서울 마포구 서강로11길 28 문의 010-9223-3484 영업 금·토·일 오후 1~6시

위치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11길 21 2층 문의 070-51766113 영업 평일 오후 2~8시, 주말 및 공휴일 오전 11시~오 후 8시(쉬는 시간 오후 6~7시)
로우틴을 위한 신문 ‘소년중앙 week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