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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천문시계는 왜 해와 달 위치까지 알려줘야 했을까

중앙일보 2019.01.14 13:37
여러분은 어떤 시계를 가지고 다니나요? 최근에는 대부분 스마트폰을 갖고 있어 따로 시계를 가지고 다니지 않는 학생들이 많을 거예요. 만약 시계가 필요하다면 저렴한 가격에 쉽게 구할 수도 있고요. 하지만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시계가 얼마나 귀한 물건인지, 또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곳에서 활용됐는지 알 수 있을 거예요. 오늘은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려 보도록 해요. 
 
기계식 태엽 시계의 등장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된 시계 가운데 하나는 물시계예요. 고대 바빌로니아·이집트·인도 그리고 중국 등지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물시계를 제작한 기록이 전해지죠. 기본적으로 그릇에서 물을 조금씩 흘려 내리는 방식으로 제작했는데, 고대 그리스에 이르러 보다 정교하게 발전합니다. 가령, 수학자이자 기계 발명가였던 크테시비오스는 사진 1과 같은 물시계를 제작했어요. 톱니바퀴와 물의 흐름을 이용해 인형이 구체적인 시간 눈금을 가리킬 수 있도록 고안한 것이었죠.
1. 크테시비오스가 고안한 물시계는 M에서 물을 흘려 통 C 안으로 넣어주면 통 안의 물이 서서히 차면서 부표 D가 떠오르면서 인형이 시간을 가리킨다. 물이 B 높이에 이르면 순간적으로 긴 통 속의 물이 아래 톱니바퀴 한 칸을 모두 채우면서 물을 다음 칸으로 붓고 아래 톱니바퀴들을 움직여 위의 눈금이 다음 시간으로 돌아가게 한다.

1. 크테시비오스가 고안한 물시계는 M에서 물을 흘려 통 C 안으로 넣어주면 통 안의 물이 서서히 차면서 부표 D가 떠오르면서 인형이 시간을 가리킨다. 물이 B 높이에 이르면 순간적으로 긴 통 속의 물이 아래 톱니바퀴 한 칸을 모두 채우면서 물을 다음 칸으로 붓고 아래 톱니바퀴들을 움직여 위의 눈금이 다음 시간으로 돌아가게 한다.

이렇게 만든 물시계는 상당히 정확했어요. 다만 계속해서 물이 공급되어야 했기 때문에 설치하기 불편한 지역도 있었죠. 자연스레 물 없이도 돌아가는 시계를 생각하게 됐을 겁니다. 도시가 발전한 서유럽에선 기계 태엽으로 돌아가는 기계식 시계를 만들기 시작했죠. 13세기 후반 총·대포 제작이 중요해지면서 금속을 정교하게 다룰 줄 아는 이들이 나타났거든요. 서유럽의 초기 기계식 시계 제작자들 상당수는 대장장이거나 대포를 제작하던 이들이었죠.
기계식 시계는 14세기에 걸쳐 서서히 서유럽 전역에 퍼졌는데요. 부피가 컸을 뿐만 아니라 제작 비용이 매우 비쌌기 때문에 성당이나 마을의 공공장소에 설치해 모든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먼 곳까지 시간을 알리기 위해 시계에 종도 달았죠. 시간이 흐르면서 도시들은 다른 도시에 비해 더 훌륭한 시계를 갖기 위해 경쟁했어요. 그 과정에서 시계의 본 목적과는 상관없는 장식물들이 추가되기도 했죠. 시계에 딸린 유명한 자동인형 쇼가 많은 이유기도 합니다.
2 체코 프라하의 천문시계. 맨 위의 창문 두 개는 정각에 열리는데, 이때 창문을 통해 열두 사도가 회전하는 등 자동인형 쇼가 벌어진다.

2 체코 프라하의 천문시계. 맨 위의 창문 두 개는 정각에 열리는데, 이때 창문을 통해 열두 사도가 회전하는 등 자동인형 쇼가 벌어진다.

 
천문시계와 점성술
시계는 단지 시간만 알려준 건 아니었어요. 체코 프라하의 천문시계(사진 2·3)는 한눈에 봐도 지금 우리들이 쓰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죠. 큰 시계판이 두 개 있는데, 아래 시계판은 한 해를 열두 절기로 나눈 것을 보여주는 겁니다. 위쪽 시계판은 현재 시각은 물론이고, 특정 시간에 달과 태양이 어떤 위치를 지나는지, 해가 뜨고 지는 시간은 언제인지 등을 보여주죠.
시계에 태양과 달의 위치까지 표시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거 사람들이 천체 현상을 어떻게 이해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천체 현상이 사람과 사회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어요. 인간이 태어날 때 어떤 별자리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그의 성격과 운명 등을 예측할 수 있고, 행성의 배열에 특이할 만한 요소가 발생할 경우에는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한 거죠.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는 분야를 점성술이라고 불렀습니다.
3. 시계를 보면 황금빛 태양이 달린 바늘과 검은 달이 달린 바늘 두 가지가 돌아가고 있다. 태양 바늘은 몇 시인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태양이 황도(지구에서 보았을 때 태양이 지나간다고 생각하는 길, 등이 표시된 작은 원) 위의 어느 위치에서 돌아가고 있는지 보여준다. 아래쪽에는 점점 옅어지는 하늘색 칸과 주황색 칸, 검은 칸이 있는데, 태 양이 주황색 칸에 들어가면 해돋이나 해넘이를, 검은 칸에 들어가면 밤이 된 것을 의미한다.

3. 시계를 보면 황금빛 태양이 달린 바늘과 검은 달이 달린 바늘 두 가지가 돌아가고 있다. 태양 바늘은 몇 시인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태양이 황도(지구에서 보았을 때 태양이 지나간다고 생각하는 길, 등이 표시된 작은 원) 위의 어느 위치에서 돌아가고 있는지 보여준다. 아래쪽에는 점점 옅어지는 하늘색 칸과 주황색 칸, 검은 칸이 있는데, 태 양이 주황색 칸에 들어가면 해돋이나 해넘이를, 검은 칸에 들어가면 밤이 된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사고방식·행위는 고대 바빌로니아와 인도, 중국 등지에서 시작돼 자연스럽게 고대 그리스·아랍 지역에도 전해졌죠. 가령 고대 그리스의 위대한 천문학자 프톨레마이오스는 유명한 천문학 교재 외에도 『테트라비블로스』라는 점성술책을 썼어요. 이 책은 아랍 지역에 전해졌고, 이를 번역해 연구했던 아랍인들은 점성술 연구를 더욱 발전시켰어요. 이후 고대 그리스와 아랍 지역의 문헌들을 받아들인 서유럽인 역시 점성술 연구에 박차를 가했죠. 천체 현상을 통해 특정 개인의 성격과 건강 상태, 그리고 미래의 길흉 들을 예측하기 위한 기법들은 더욱 세밀해졌어요.
이러한 생각은 당시에는 전혀 이상한 게 아니었어요. 대학에서는 학부 때 모든 학생들에게 수학·천문학을 가르쳤는데요.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에 점성술적 사고를 적용할 수 있었죠. 의학의 경우 사람은 태어나면서 각자 별자리가 정해졌는데 그에 맞게 점성술을 적용할 수 있어야 질병의 성격이나 적절한 치료 방식 등을 결정할 수 있다고 봤죠(사진 4). 가령 처녀자리는 배, 구체적으로 복부·내장·췌장·간 등과 연결되어 있다고 여겼어요. 따라서 달이 처녀자리를 지나는 날에는 처녀자리인 사람에게 복부나 내장, 간 등과 관련된 치료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죠.
4. 1413년에 출판된 서적 속 그림. 사람의 장기나 신체 부위가 각각의 별자리와 연결되어 있다고 나온다.

4. 1413년에 출판된 서적 속 그림. 사람의 장기나 신체 부위가 각각의 별자리와 연결되어 있다고 나온다.

이러한 태도는 기후나 전쟁, 전염병 등을 설명하는 데도 적용되었어요. 가령, 1345년에 서유럽에는 흑사병이 돌아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데요. 왜 그런 일이 발생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 의사들은 이를 설명해줘야 했어요. 예를 들면 파리 대학의 한 의학부 교수는 흑사병의 원인을 별들의 배열로 설명했습니다.
“흑사병의 첫째 원인은 1345년에 일어났던 별들의 배열이었는데, 3월 20일 정오가 지나고 1시간 뒤에 물병자리에서 별이 일직선 상에 위치했던 것이다. 이 배열은 공기에 치명적인 오염을 일으켰는데, (일직선 상의 세 별 중) 화성과 목성이 특히 공기 오염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목성은 습하고 덥기 때문에 지구로부터 나쁜 공기를 끌어올리고, 화성은 엄청나게 덥고 말라서 증기를 내뿜는다. (중략) 별들이 일직선을 이루던 당시, 공기가 오염되었고 이후 뒤섞였으며, 남쪽의 폭풍에서 시작된 돌풍이 그 공기를 널리 퍼뜨렸다. 이 오염된 공기를 들이마시면 심장에 들어가 생명력을 부패시키고, 그 열기는 사람의 목숨을 앗아 간다.”
흑사병은 페스트균으로 인해 발병하지만, 당시에는 그 사실을 알 수 없었어요. 더구나 전염 지역의 분포가 매우 넓었고 많은 이들이 희생되었으므로, 지엽적인 원인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웠죠. 이런 상황에서 천체 현상은 광범위한 영향을 설명하는 데 그럴듯해 보였어요. 근대 초까지도 갈릴레오를 비롯해 많은 수학자들이 의학부 학생들에게 천문학과 수학을 가르치면서 돈을 벌었는데, 이는 당시 의학이 점성술을 통해 환자들의 상태를 파악하고 치료법이나 약을 처방했던 배경을 설명해줘요.
5 1530년경에 제작된 휴대용 시계. 시계 판을 자세히 보면 가운데 검은 바늘이 안쪽 원으로는 별자리를, 바깥쪽 원으로는 시간을 가리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5 1530년경에 제작된 휴대용 시계. 시계 판을 자세히 보면 가운데 검은 바늘이 안쪽 원으로는 별자리를, 바깥쪽 원으로는 시간을 가리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근대적 시계의 등장
이렇듯 시계는 당시 사람들의 삶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르네상스기에 상업·무역이 발전하고 도시가 성장하면서 휴대용 시계를 구매하거나, 구매할 여력이 있는 이들이 늘어났죠. 15세기 중엽에 이르면 휴대용 시계가 제작되기 시작합니다. 초기에는 천문시계와 마찬가지로 열두 별자리가 표시되어 있었어요. 단순히 시간만 알려주는 것이 시계가 아니었던 거죠.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과학의 발전과 함께 점성술적 사고가 서서히 사라지면서 지금처럼 시간만 알려주는 시계들이 등장했어요. 이제 중요한 것은 시계의 정밀도와 사이즈였죠. 시계의 새로운 장이 펼쳐진 거예요. 또 다른 시계 이야기는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글=조수남 과학사학자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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