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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캐슬은 대표적인 사례일 뿐…‘부모의 욕망’ 한서진 보다 거대”

중앙일보 2019.01.14 13:25
                드라마 '스카이캐슬' 스틸

드라마 '스카이캐슬' 스틸

“스카이캐슬은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라 대표적인 경우를 모아놓은 것”

 
정신분석가인 이승욱 닛부타의숲 정신분석클리닉 대표가 JTBC 드라마 ‘스카이 캐슬’을 보고 한 말이다.  
 
이승욱 대표는 1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같이 말하며 ‘이보다 더한 경우를 봤단 말인가’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렇다. 대한민국 부모들이 가지고 있는 욕망을 다 모아놓으면 드라마에서 나오는 한서진(염정아) 같은 캐릭터보다 훨씬 더 거대하지 않을까 싶다”고 답했다.
 
드라마 첫 회엔 서울대 의대에 합격한 아들이 부모와 인연을 끊겠다면서 가출하고 충격을 받은 어머니가 목숨을 끊는 장면이 나온다. 이렇게 극단적인 에피소드도 과연 현실을 반영한 것일까.
 
이 대표는 이 사례 역시 현실에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대) 인턴까지 끝낸 아들이 엄마한테 공중전화로 전화해 ‘당신의 아들로 산 세월은 지옥이었습니다. 이제 당신하고 인연을 더는 이어나가고 싶지 않습니다. 더 이상 나를 찾지 말아 주세요’라고 말하고 사라진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부모와 갈등을 빚던 영재는 서울대 의대에 합격한 뒤 잠적해버린다. [사진 JTBC]

부모와 갈등을 빚던 영재는 서울대 의대에 합격한 뒤 잠적해버린다. [사진 JTBC]

 
이 대표는 “어머니가 이 아들을 의대에 집어넣기 위해 아들을 삼수까지 시켰다.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삼수할 때까지 매일 밤 아들이 자는 방에 들어와 108배를 했다”고 말했다. 어머니가 아들을 질식하기 전까지 몰아세운 셈이다.
 
이 대표는 “아들이 사라지자 어머니가 아들 행방을 찾기 위해 주변을 탐색하려고 했는데 아들 주변 사람에 대해 알고 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아들이 전화를 바꾸니까 찾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오직 의대에 보내려고만 했을 뿐 친구 관계나 고민 등 아들의 삶에 대해선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진행자가 ‘드라마 주인공이 한서진(염정아)이다. 그는 아이를 위해 모든 걸 완벽하게 관리한다. 전교 1등 만들기 위해서 코디를 고용하는데 그 코디 비용이 수십억 원이다. 이 코디가 공부는 말할 것도 없고 아이 봉사 활동은 물론 학생회장 선거까지 개입한다. 이런 사람이 진짜 있나’라고 묻자 이 대표는 “해외에도 잘 알려진 유명 산악인과 등반하는 모습을 영상에 담아 편집해 대학에 들어갈 때 포트폴리오로 제시하는 사례도 봤다”고 했다.
 
또한 이 대표는 “아이들이 ‘학업 스트레스’라는 이름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근본적인 스트레스의 원인은 부모다. 학업 문제로 부모와 갈등을 겪기 때문이다”라며 “‘스카이 캐슬’이 얼마나 현실적인가 여부를 따지기 전에 부모의 욕망이 얼마나 극악한지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기저귀 회사인 하기스가 99개 국가를 대상으로 기저귀를 제일 빨리 떼는 나라가 어디인지 조사한 적이 있는데 1등이 한국이었다. 아이가 기저귀를 얼마나 빨리 떼는지를 놓고 아이의 영재성을 확인하려는 부모들의 경쟁 심리가 있는 걸 보면 단순히 한서진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부모가 다 한서진처럼 되고 싶어 하는 건 아닐까”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아이들이 ‘바보’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엄마가 나한테 ‘나는 너를 믿어. 네가 잘될 거라고 생각해. 다 너를 위해서야’라고 얘기하지만 아이들은 ‘당신(어머니)의 행복을 위해 나를 이용한다는 거 다 안다’고 말한다”면서 “부모에게서 독립할 수 없는 청소년기까지는 무기력하기 때문에 부모의 강압과 억압을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강연을 많이 다니지만 5~6년 전부터는 강남 지역 강의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부모들에게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안 들어주는 게 뻔한데 가서 시간과 에너지를 쓸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며 “‘그냥 이러면 안 되지’라고 자책 한 번 하고 금방 잊어버린다. 아이들을 공부하는 기계로만 생각한다”고 말했다.
 
억압적인 부모의 양육 방식은 아이들의 정신적인 고통으로 이어진다. 이 대표는 “제일 우려스러운 게 청소년 자해 문제”라며 “초중고 학생 중 약 20% 정도가 최소한 한 번 이상 자해를 한 경험이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스카이캐슬의 비극을 막기 위해서 우리 사회는 또 우리 부모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묻자 이 대표는 “부모님이 자기의 욕망을 잘 알았으면 좋겠다. 내 욕망이 뭔지 아이를 통해서 실현하려는 욕망이 뭔지 본질을 보았으면 한다”며 “그 욕망을 자기 자신을 통해서 실현시켰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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