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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드롭,무릎 높이서 … '복불복' 스코어 사라졌다

중앙일보 2019.01.14 13:00
[더,오래] 민국홍의 19번 홀 버디(21) 
최혜진이 지난달 9일 베트남 호찌민 트윈도브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효성 챔피언십 위드 SBS 골프’ 마지막 라운드 3번홀에서 티샷을 날리고 있다. [뉴스1]

최혜진이 지난달 9일 베트남 호찌민 트윈도브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효성 챔피언십 위드 SBS 골프’ 마지막 라운드 3번홀에서 티샷을 날리고 있다. [뉴스1]

 
올 새로 선보인 골프규칙의 백미는 드롭 조항이다. 어깨높이가 아닌 무릎 높이에서 볼을 떨어뜨리되 볼은 구제구역 내에 정지시켜야 한다는 조항이다. 복잡한 골프규칙을 단순화하고 공정성을 확보하면서 경기속도를 높이자는 게 골프 규칙 현대화의 목적이었는데 드롭 조항 개정 하나만으로도 세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 되었다.
 
골프는 볼을 놓인 대로, 코스를 눈에 보이는 대로 플레이하라는 기본원칙과 이를 뒷받침하는 제3의 원칙 즉 구제의 원칙이 있다. 앞의 2개의 원칙만으로는 플레이 진행이 안 된다. 첫 홀 티에서 친 볼로 기본 원칙만 고집하면 플레이가 멈출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볼을 아웃오브바운즈로 보내거나(오비를 내거나) 볼을 분실하면 1벌타와 거리의 구제를 받고 다시 쳐야 한다. 또 페널티에어리어에 볼이 들어가도 1벌타를 먹고 구제를 받고 친다. 볼이 도로 위에 정지하거나 땅에 박히거나 일시적으로 고인 물의 방해를 받게 되면 페널티 없이 구제를 받고 다시 친다.
 
볼이 덤불 안에 들어가거나 나무뿌리 사이에 있으면 치기가 불가능하다. 이럴 때도 1벌타를 먹고 구제를 받고 다시 친다. 페어웨이에서 볼을 움직이면 1벌타 먹고 볼을 원위치에 다시 놓고(리플레이스) 플레이한다. 또 그린 위에 올라가면 볼에 마크한 뒤 집어 올린 뒤 다시 원위치에 리플레이스하고 퍼팅한다.
 
이 모든 게 끊어진 볼의 흐름을 다시 이어주는 볼을 플레이에 되돌려 놓는 구제라고 불리는 제3의 원칙이다. 되돌려 놓은 절차가 바로 드롭과 리플레이스이다. 축구에서 코너킥, 페널티킥, 프리킥, 스로인 등으로 끊어진 볼의 흐름을 되찾아 주는 방법과 마찬가지다. 리플레이스는 볼을 원위치에 다시 놓아 플레이의 흐름을 이어주지만, 드롭은 볼의 위치를 옮겨가며 플레이를 정상으로 돌려놓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이런 드롭 절차가 매우 복잡했다. 어깨높이에서 볼을 떨어뜨리다 보니 볼이 많이 굴러갔고 볼이 정지하지 말아야 하는 지점도 9개나 되었다. 절차가 복잡하다 보니 프로선수는 물론 레프리마저 규칙적용 때 헷갈리는 경우도 많았을 정도다.  
 
많은 플레이어가 2번 이내에 규칙에 맞는 지점에 떨어뜨려 정지시키지 못하고 두 번째 떨어뜨린 지점에 놓고(플레이스)하고 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다 보니 자연히 드롭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현대 스포츠가 요구하는 스피드에 많은 문제를 던진 것이다.
 
개정된 드롭 절차. 무릎 높이에서 드롭하고 1클럽, 2클럽 길이 내의 구제구역 안에 정지해야 드롭이 완성되는데 대부분 1번으로 끝이 난다. [출처 민국홍]

개정된 드롭 절차. 무릎 높이에서 드롭하고 1클럽, 2클럽 길이 내의 구제구역 안에 정지해야 드롭이 완성되는데 대부분 1번으로 끝이 난다. [출처 민국홍]

 
이번에 개정된 드롭 절차는 간단하면서도 골프의 원칙에 충실하다는 점에서 골프의 역사에 한 획을 긋는 규칙변화라 평가받을만하다. 무릎 높이에서 드롭하고 1클럽, 또는 2클럽 길이 내의 구제구역 안에 정지해야 드롭이 완성되는데 대부분 1번으로 끝이 난다. 
 
골프의 골칫거리 두 개를 동시에 해결했다. 골프규칙이 복잡하다는 문제를 간단히 해결했고 대부분 한 번의 드롭으로 볼을 인플레이시킬 확률이 높아졌다. 드롭 시간이 확 줄어들 것 같다. 또 볼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무작위성(랜덤니스)을 확보했고 볼의 구제구역을 최소화함으로써 드롭의 공정성을 지켰다.
 
이전에는 선수들이 드롭을 잘하면 볼이 떨어뜨린 지점에서 2클럽 길이나 더 나아가 좋은 자리에서 볼을 구제받는 행운을 누리기도 하고 어떤 선수는 재수 없이 플레이하기 어려운 자리에서 놓인 볼을 치게 되는 불운을 발생했는데 이런 복불복이 사라지게 됐다. 
 
볼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무작위성을 확보했고 볼의 구제구역을 최소화함으로써 드롭의 공정성을 지켰다. [출처 민국홍]

볼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무작위성을 확보했고 볼의 구제구역을 최소화함으로써 드롭의 공정성을 지켰다. [출처 민국홍]

 
원래 규칙 개정초안에는 볼을 1인치 위에서 볼을 드롭하는 방안이 들어있었다. 이러면 사실상 볼을 놓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볼을 다른 위치로 옮겨 플레이의 흐름을 이어가는데 1인치 위 드롭은 너무도 작위적이고 라이개선이라는 문제점이 지적되어 무릎 높이 드롭으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으로 드롭 절차가 바뀌었고 골프에 행운요소가 줄어들고 과학이 좀 더 입혀진 것이다.
 
드롭할 때 이전에는 구제범위를 정할 때 길이를 측정했는데 이번 개정으로 측정 말고도 추정이라는 개념이 추가됐다. 구제가 시작되는 기준점이나 가장 가까운 완전구제지점을 잡은 뒤 1클럽 또는 2클럽 길이(사실상 드라이버길이)를 클럽으로 직접 재서 티를 꼽고 그 안에 볼을 드롭한 다음 플레이를 하는 것보다 눈이나 머릿속으로 길이를 잰 다음 볼을 드롭해도 좋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플레이어들이 구제를 받을 때 일일이 클럽을 가지고 나오지 않아도 된다. 여기서도 플레이 시간이 많이 줄 것이다.
 
드롭을 허용했다가 리플레이스로 바뀐 절차도 있다. 볼이 놓인 라이가 변경된 것을 알지만 그것이 어떤 상태인지를 모르는 경우에는 드롭하지 말고 그 자리를 추정해 리플레이스하라는 것이다. 이런 케이스는 US오픈 등 메이저급 대회의 깊은 러프에서 발생했다. 티샷하고 페어웨이를 벗어나 깊은 러프에 빠진 볼은 대회 진행요원들이 찾는 과정에서 긴 풀이 낱낱이 헤쳐지게 된다.
 
이전 규칙으로는 이런 경우 플레이어가 볼을 드롭해야 했는데 운이 좋으면 볼이 좋은 라이 상태에 정지하는 행운을 얻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깊은 러프의 어느 한 장소를 추정해서 볼을 리플레이스하고 플레이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번 개정안이 참 공정하다는 생각이 든다.
 
민국홍 KPGA 경기위원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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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국홍 민국홍 KPGA 경기위원 필진

[민국홍의 19번 홀 버디] 골프 전문가다. 현재 KPGA(한국남자프로골프협회) 경기위원과 KGA(대한골프협회) 규칙위원을 맡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전무를 역임했고 스포츠마케팅회사인 스포티즌 대표이사로 근무하는 등 골프 관련 일을 해왔다. 인생 2막을 시작하면서 골프 인생사를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풀어나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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