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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탄 카페 사장님 "직원 11명 다 대표 만들어줘야죠"

중앙일보 2019.01.14 09:00
 '커피맛을 조금 아는 남자' 김현준(40) 대표가 커피를 내리고 있다. 그는 지체장애 1급으로 휠체어를 타고 생활한다. [사진 커피맛을 조금 아는 남자]

'커피맛을 조금 아는 남자' 김현준(40) 대표가 커피를 내리고 있다. 그는 지체장애 1급으로 휠체어를 타고 생활한다. [사진 커피맛을 조금 아는 남자]

"앞으로 분점을 꾸준히 내서 가족 같은 카페 직원들을 대표로 만들어 주는 게 꿈입니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는 평균 경력 7년의 바리스타 11명이 커피를 내리는 카페가 있다. '커피맛을 조금 아는 남자(이하 커조남)'다. 커조남은 오는 3월 본점 인근에 2호점을 연다. 대표는 본점에서 8년간 일한 이호준(30)씨, 부대표는 7년간 일한 이창재(29)씨다.  
 
커조남을 11년간 이끌어 온 김현준(40) 대표는 직접 2호점을 열지 않고 오랜 시간 함께 일한 직원들에게 카페 이름을 무료로 쓸 수 있도록 해줬다. "2호점을 해보고 싶다"는 이씨가 사업자가 될 수 있도록 위해서다. 
 
2008년 퇴직금 등을 모아 1억원으로 시작했던 카페가 직원들 덕분에 성장했기에 이름 사용을 허락했다고 한다. 현재 다른 직원도 3호점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11일 오후 수성구의 커조남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대구 로컬 카페 브랜드인 '커피맛을 조금 아는 남자'. 직원들과 김현준 대표가 본점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사진 커피맛을 조금 아는 남자]

대구 로컬 카페 브랜드인 '커피맛을 조금 아는 남자'. 직원들과 김현준 대표가 본점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사진 커피맛을 조금 아는 남자]

이날 그는 1m 높이의 의자에 앉아 커피를 내렸다. 2008년 초 창업하면서 주문 제작한 의자다. 김 대표는 뼈가 쉽게 부러지는 골형성부전증을 가지고 태어나 휠체어를 타고 생활한다. 지체 장애 1급이지만 마음속에는 성공하고자 하는 열정이 있었다. 그는 "21살 대기업에 입사해 평범한 회사원 생활을 하다 29살 회사를 나오면서 받은 퇴직금으로 남구 봉덕동 골목에 카페를 차렸다"며 "여러 카페를 돌아다니며 커피 내리는 법을 배우고 연구했다"고 말했다. 
 
처음에 사람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장애인이 커피를 내린다", "대표는 따로 있고 장애인 알바를 데려와서 쓰는 것 같다"는 등 모진 말도 들었다. 하지만 손님께 내는 커피 한잔에 최대한 정성을 담았다. 그의 커피 맛이 알려졌는지 손님들이 몰려왔다. 개업 몇 달 지나지 않아 월 매출이 1500만~2000만원까지 올랐다. 
 
김 대표는 창업 1년여 만에 지금의 자리로 카페를 이전했다. 매장 면적은 330㎡. 1년 여 만에 이전 카페보다 매출이 4배가량으로 늘었다. 
 
대구 로컬 카페 브랜드인 '커피맛을 조금 아는 남자' 전경.[사진 커피맛을 조금 아는 남자]

대구 로컬 카페 브랜드인 '커피맛을 조금 아는 남자' 전경.[사진 커피맛을 조금 아는 남자]

그는 처음엔 "직원을 대표로 만드는" 생각 같은 건 하지도 못하는 돈벌이에 급급한 사장이었다고 했다. 
 
생각이 바뀐 계기는 2009년 휠체어를 타고 매장에서 일하다 넘어진 뒤다. 휠체어 바퀴가 바닥에 있는 수건에 걸리면서 휠체어가 뒤집혔다. 넘어진 김 대표는 7개월간 병원 신세를 졌다. 그는 "벌 받았다고 생각했다. 첫 직원이자 지금의 와이프가 나 대신 매장을 지켰는데 휠체어 사고 후 둘이서 더 나은 미래를 그렸다"고 했다.  
 
이후 김 대표는 직원들에게 교육·바리스타·기획총괄 분야 팀장이라는 직책을 주면서 이들이 단순 직원이 아닌 동행자라고 느끼게 했다. 4대보험(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산재보험)이 적용되는 정규직으로 채용하며 연차·월차·병가를 보장해 주는 등 복지에도 힘썼다. 직원들은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 김 대표와 일하고 있다. 
대구 로컬 카페 브랜드인 '커피맛을 조금 아는 남자'. 100평의 가게에 바리스타 11명이 근무한다. 가게엔 상장과 감사패 20여 개가 걸려 있다. [사진 커피맛을 조금 아는 남자]

대구 로컬 카페 브랜드인 '커피맛을 조금 아는 남자'. 100평의 가게에 바리스타 11명이 근무한다. 가게엔 상장과 감사패 20여 개가 걸려 있다. [사진 커피맛을 조금 아는 남자]

김 대표는 현재 창업 교육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교육팀장과 신세계백화점 문화센터, 대구 청각장애인 학교 등에서 바리스타 교육을 한다. 김 대표는 "저 같은 장애를 지닌 친구들도 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카페 내에는 직원들과 교육 봉사활동을 하고 받은 감사패와 바리스타 대회에서 받은 상장이 20개 넘게 걸려 있다. 
 
김 대표는 자신을 '커피 맛을 조금 아는 남자'라고 부른다. 자신을 성장시켜준 커피 앞에서 늘 겸손해지고 싶어서다. 김 대표는 "자식에게 '아빠는 커피맛을 많이 알았던 것 같다'고 말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대구=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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