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본문

툭하면 폭언·부당지시…'보건소장 갑질' 반복 왜?

중앙일보 2019.01.14 08:00
보건소장들의 갑질이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 없음. [연합뉴스]

보건소장들의 갑질이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 없음. [연합뉴스]

광주광역시의 한 자치구 보건소장으로 근무하던 A씨는 한 직급 낮은 구청 과장으로 최근 자리를 옮겼다. 보건소장 근무 당시 불거진 갑질 논란 등으로 4급 서기관에서 5급 사무관으로 강등 징계가 이뤄지면서다. 의사 출신으로 특별채용돼 보건소장 자리에 오른 A씨는 폭언과 반말 등 갑질이 잦았다고 부하 직원들은 주장했다. A씨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소청심사를 청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보건소에서의 상급자 갑질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보건소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보건소장들의 갑질에 부하 직원들은 문제 제기 자체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상당하다.
 
광주광역시에서는 A씨처럼 다른 보건소장 B씨도 갑질 논란으로 최근 불문경고 처분을 받았다. 구청 측이 사실관계 파악에 나선 결과 의사 출신 B씨는 과거 부하 직원으로 일했던 공무원이 인사를 왔을 때 다른 직원들 앞에서 무시하며 악수를 거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직원의 보건휴가를 사실상 쓰지 못하게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남의 군 단위 보건소장 C씨도 최근 해임 처분을 받았다. C씨는 업무 관련 규정 위반과 함께 보건소 직원들에게 막말했다는 주장이 부하 직원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보건소장들의 갑질이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 없음.[중앙포토]

보건소장들의 갑질이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 없음.[중앙포토]

 
보건소장들의 잇따른 갑질 논란은 ‘보건소’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소수의 직원과 함께 근무하는 특수성이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보건소장이 같은 직위의 다른 간부 공무원과 달리 한 자리에 머물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제왕적' 위치가 된다는 것이다. 대부분 보건소장은 진료 의사를 시작으로 자리에 오른 뒤에는 좀처럼 다른 직책으로 발령이 나지 않는다. 애초에 보건소 근무만을 목적으로 의사 출신을 특채 등 형식으로 채용하는 경우도 상당수다. 
 
일반직으로 채용됐다면 일단 보건소장이 된 뒤에는 임기도 정년까지 보장되는 경우도 많다. 최근 부당지시 논란 등으로 직원들과의 갈등 끝에 스스로 물러난 광주 모 보건소장 D씨의 경우 1998년부터 20년간이나 보건소장으로 재직해왔다. 
 업무 특수성 탓에 보건소를 떠나기 어려운 소수 직렬 공무원들도 보건소장과 함께 오랜 기간 근무해야 한다. 인사철에 다른 부서로 이동이 가능한 일반 행정직과 달리 보건ㆍ간호ㆍ의무 등 소수 직렬은 보건소 등 근무 부서가 제한적이다. ‘보건소장에게 한 번 찍히면 끝’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의료계 특유의 강한 군기 문화 등이 배경이라는 분석도 있다.
 
보건소장을 언제든지 교체 가능한 관련 직렬 공무원으로 뽑는 데도 제약이 있다. 지역보건법 시행령 제13조(보건소장)는 ‘의사 면허가 있는 사람 중 보건소장을 임용한다. 다만 어려운 경우에 (관련) 직렬 공무원을 임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보건소장들의 갑질 논란 해결책으로는 시군구간 인사교류 등이 제시된다. 보건소장들이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정년까지 근무하면서 벌어지는 폐단을 막기 위해 근무지 자체를 옮기는 방식이다. 그러나 당사자의 동의 없이는 어렵다. 
 
보건소장을 임기제로 채용해 문제가 불거지면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 방식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실제 일부 지자체의 경우 이 같은 형식으로 채용하고 있다. 다만 신분이 불안정한 임기제 보건소장 자리에 의사를 채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익명을 요청한 지자체 인사 담당자는 “진료 의사가 있다면 보건소장까지 꼭 의사가 맡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지역보건법령 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