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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호법' 영향… 법원도 '법정구속' 등 음주운전자 엄벌

중앙일보 2019.01.14 06:01
음주운전 사고로 사상자를 낸 운전자를 엄하게 처벌하는 ‘윤창호법’ 이후 법원의 처벌도 한층 높아졌다. 중대한 사고를 내고도 벌금형이나 집행유예 선고를 예상했던 운전자들에게 경각심을 주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지난 4일 밤 경기도 의정부 서울외곽순환도로 호원IC 인근에서 경찰이 일제 음주단속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4일 밤 경기도 의정부 서울외곽순환도로 호원IC 인근에서 경찰이 일제 음주단속을 하고 있다. [뉴스1]

 
‘윤창호법’은 군 복무 중 휴가를 나왔다가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고 윤창호씨 사건을 계기로 강화된 법으로 지난해 12월 18일 시행됐다.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내면 처벌을 강화하는 개정 특정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과 음주운전 단속기준을 강화한 개정 도로교통법(도교법)을 합쳐 부르는 말이다.
 
청주지법 형사2단독 류연중 부장판사는 지난 13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치과의사 A씨(35)에게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A씨는 지난해 8월 1일 오전 3시20분쯤 충북 청주시의 한 도로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22%의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당시 그는 무면허 상태였다.
지난 5일 오후 대구 달서구 유천네거리에서 음주운전 단속에 걸린 20대 남성이 경찰에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5일 오후 대구 달서구 유천네거리에서 음주운전 단속에 걸린 20대 남성이 경찰에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 [중앙포토]

 
A씨는 2017년 1월과 12월에도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돼 각각 벌금 400만원과 500만원을 선고받은 적이 있었다. 1년 8개월 사이 음주운전으로 세 번이나 적발된 셈이다.
 
류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벌금형을 넘는 중한 처벌을 받은 적은 없지만, 단기간에 같은 범죄를 반복해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혈중알코올농도가 높은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음주운전을 재판에 넘겨진 뒤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운전자는 항고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청주지법은 무면허와 음주운전으로 세 번째 적발된 30대 치과의사에게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중앙포토]

청주지법은 무면허와 음주운전으로 세 번째 적발된 30대 치과의사에게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중앙포토]

 
대전지법 제4형사부는 지난 5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 혐의로 기소된 B씨(22)에 대한 항소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B씨는 지난해 6월 11일 오전 8시쯤 대전시 서구의 한 도로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161%의 상태로 운전하다 인도에 있던 시민 3명을 들이받고 도주한 혐의로 기소됐다. 대전지법은 지난해 “진지하게 반성하고 나이가 어린 점을 고려했다”며 B씨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당시는 윤창호법 시행 전이었다.
음주운전 처벌 강화를 핵심으로 한 ‘윤창호법’ 발의를 주도한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26일 대법원을 방문해 안철상 법원행정처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음주운전 처벌 강화를 핵심으로 한 ‘윤창호법’ 발의를 주도한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26일 대법원을 방문해 안철상 법원행정처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검찰은 ‘원심의 형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며 항소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만취 상태에서 피해자들에게 상해를 가하고 도주한 점은 의무위반의 정도가 중하다”며 “사고 규모가 크고 피해자의 부상 정도고 가볍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원심의 선고 형량은 너무 가볍다”고 했다.
 
음주단속에서 적발된 운전자들도 속속 구속되고 있다. 법원이 사안이 중대하고 판단,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있어서다. 불구속 수사를 예상했던 일선 경찰들은 놀라면서도 반기는 분위기다.
술에 취해 부산 해운대 미포오거리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故 윤창호씨를 들이받아 숨지게 한 BMW 운전자 박모씨. [뉴스1]

술에 취해 부산 해운대 미포오거리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故 윤창호씨를 들이받아 숨지게 한 BMW 운전자 박모씨. [뉴스1]

 
지난 2일 경남 창원에서는 혈중알코올농도 0.142%의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사고를 낸 C씨(25)가 구속됐다. C씨는“술에 취해 사고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선처를 호소했지만, 법원은“범죄의 중대성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 관계자는 “음주운전은 상습적으로 이뤄지는 데다 처벌이 상대적으로 낮아 재발 우려가 높았다”며 “구속 여부도 중요하지만, 지금보다 더 강력한 처벌로 운전자들에게 경각심을 갖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오후 대구시 달서구 유천네거리에서 경찰이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5일 오후 대구시 달서구 유천네거리에서 경찰이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한편 개정 특가법이 시행된 뒤 일주일(12월 18~24일)간 전국에서 음주운전 사고 245건이 발생, 2명이 숨지고 369명이 다쳤다. 시행 일주일 전(12월 11~17일)에는 285건이 발생, 3명이 숨지고 443명이 다쳐 시행 이후보다 사고 건수와 사상자가 많았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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