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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건너오는 중국발 미세먼지 잡았다

중앙일보 2019.01.14 01:00 종합 1면 지면보기
지난해 11월 26일 중국 베이징 징산공원에서 내려다본 자금성. 짙은 스모그로 누각들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베이징=강찬수 기자

지난해 11월 26일 중국 베이징 징산공원에서 내려다본 자금성. 짙은 스모그로 누각들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베이징=강찬수 기자

중국 정부가 한반도 미세먼지 오염에 대한 책임을 부인하는 가운데 기상청 기상 항공기가 서해를 건너오는 미세먼지를 측정한 미세먼지 오염도 자료가 최초로 공개됐다.

서해 600m 상공 첫 항공기 실측
안면도 육·해상 측정치보다 높아
“국내 미세먼지 30~50% 중국 탓”
중국선 “서울 미세먼지는 서울산”

 
중국발 오염물질이 서해를 건너오고 있음이 실측으로 확인된 것이다.
 
중앙일보가 13일 단독 입수한 국립기상과학원·국립환경연구원 등의 ‘2018 서해 상 대기 질 입체관측 보고서’는 2017년 12월 기상청이 도입한 다목적 기상항공기로 측정한 데이터를 담고 있다.
기상청이 2017년 도입한 기상항공기 [중앙포토]

기상청이 2017년 도입한 기상항공기 [중앙포토]

미세먼지 측정에 나선 기상항공기의 운항 경로. 김포공항을 출발해 목포 서쪽 앞바다까지 왕복했다. [자료 국립기상과학원]

미세먼지 측정에 나선 기상항공기의 운항 경로. 김포공항을 출발해 목포 서쪽 앞바다까지 왕복했다. [자료 국립기상과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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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이 지난해 4월 18일 목포~인천 서쪽(동경 124.17도) 서해 상공을 남북으로 비행하며 서해 상공 600m 고도에서 초미세먼지 농도는 ㎥당 30~40㎍(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이었다.
 
이는 같은 시각 안면도 서쪽(북위 36도, 동경 124.17)에 위치했던 기상관측선 기상 1호에서 측정한 값 22㎍/㎥나 육상 안면도 기후변화 감시소에서 측정한 32㎍/㎥보다 높았다.

또 4월 20일 비행에서는 고도 450m에서 측정한 초미세먼지 농도가 30㎍/㎥로 측정돼 기상 1호나 안면도 기후변화 감시소에서 측정한 20㎍/㎥보다 뚜렷하게 높았다.
지난해 4월 20일 진행한 기상항공기의 미세먼지 측정 결과. 위 그래프는 비행 경로에 따른 초미세먼지 오염도. 아래 그래프는 비행 경로의 고도. 목포 앞바다에서 돌아오는 항로인 서해 상의 고도 450m에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게 나타는 것을 알 수 있다. [자료 국립기상과학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지난해 4월 20일 진행한 기상항공기의 미세먼지 측정 결과. 위 그래프는 비행 경로에 따른 초미세먼지 오염도. 아래 그래프는 비행 경로의 고도. 목포 앞바다에서 돌아오는 항로인 서해 상의 고도 450m에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게 나타는 것을 알 수 있다. [자료 국립기상과학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국립기상과학원 관계자는 "항공 측정 데이터가 많이 쌓이지 않아 아직은 중국 오염 영향이 크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오염원이 없는 서해 상공의 오염물질 농도가 높은 게 사실"이라며 중국 오염물질이 건너온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설명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8일 류여우빈 중국 생태환경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서울의 미세먼지는 주로 서울에서 배출된 것"이라며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내 전문가들은 국내 미세먼지 오염의 30~50%는 중국 탓이고, 오염이 심할 때는 중국의 영향이 60~80%에 이른다고 설명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26일 미세먼지가 가득한 중국 베이징 시내. 한낮인데도 신호등 불빛도 잘 보이지 않았다. 베이징=강찬수 기자

지난해 11월 26일 미세먼지가 가득한 중국 베이징 시내. 한낮인데도 신호등 불빛도 잘 보이지 않았다. 베이징=강찬수 기자

꾸준히 제기되는 이 같은 논란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중앙일보 취재팀은 지난해 11월 25~30일 베이징 등 중국 현지를 찾았다.
지난해 11월 26일 오전 11시 중국 베이징 시내 징산(景山)공원 만춘정(万春亭)에서 내려다본 자금성은 짙은 스모그로 가득했다. 자금성 누각 대부분은 윤곽만 흐릿하게 보일 뿐이었다. 
시내를 지나는 시민들도 절반 이상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중국 생태환경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날 베이징의 초미세먼지(PM2.5) 평균 농도는 ㎥당 267㎍(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을 기록했다.
 
같은 날 서울에서는 오후 9시를 전후해 초미세먼지 농도가 평소의 두 배인 53㎍/㎥까지 상승했고 미세먼지(PM10)도 84㎍/㎥로 평상시 두 배 수준이었다.
 
몇 시간 간격을 두고 베이징의 대기 상황이 서울에서도 비슷하게 재연됐지만 오염 농도는 훨씬 낮았다.
기상항공기 측정 자료와 더불어 중국의 대기오염이 한반도에 영향을 준다는 방증이다.

 
동종인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는 “중국과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는 대기공동체, 호흡공동체인 만큼 동북아 지역의 중앙와 연구기관, 민간단체 등이 협력해야 대기오염을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도권에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가 발령된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청 관계자들이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세종문화회관 앞 도로에 물을 뿌리고 있다. 강정현 기자

수도권에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가 발령된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청 관계자들이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세종문화회관 앞 도로에 물을 뿌리고 있다. 강정현 기자

한편, 서울 등 수도권에는 13일 새해 들어 첫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됐다. 비상저감조치는 월요일인 14일에도 유지된다.
중국 베이징시 환경관측센터에 따르면 베이징의 공기질도 전날 오후 6시부터 13일 오전 4시까지 11시간 연속으로 6단계 중 최악 등급(엄중오염)을 보였다. 일부 지역에서는 한때 초미세먼지 농도가 500㎍/㎥를 초과하기도 했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대기 정체로 국내·외 미세먼지가 축적된 상태에서 국외 미세먼지가 유입돼 14일엔 오염도가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천권필 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본 기획물은 한국 언론학회- SNU 팩트체크 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