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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 사내에 주점·병원·만화방···구글 뺨치는 '깨알복지' 판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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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에 주점·병원·만화방···구글 뺨치는 '깨알복지' 판교

중앙일보 2019.01.14 01:00 종합 5면 지면보기
 
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
판교는 대한민국의 새 성장동력이다. 공장 굴뚝 하나 없는 이곳에 1200여 개 기업, 7만 여 명의 인재들이 한국판 구글ㆍ페이스북을 꿈꾸며 일한다. 한국 제조업은 휘청거리지만, 판교 기업들은 기술과 아이디어로 미래를 바꾸려 한다. 판교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중앙일보는 2019년 한해 [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 디지털 시리즈를 통해 판교 태크노밸리 기업과 사람들의 꿈·희망·생활을 해부한다.  
 
 
 
펄어비스 구내 식당. 아침점심저녁 3끼를 모두 무료로 먹을 수 있다. [펄어비스]

펄어비스 구내 식당. 아침점심저녁 3끼를 모두 무료로 먹을 수 있다. [펄어비스]

 
168만 시간. 판교 테크노밸리에서 일하는 7만 여 명 인재들의 하루 시간을 모은 산술적 총합이다. 이 곳에 있는 1200여개 기업은 매일 축적되는 직원들의 168만 시간을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새로운 기술과 제품으로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직원 수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 스타트업이 많아 직원 한 명 한 명이 가진 시간자산의 상대적 가치는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수천 명, 수만 명 인력을 동원할 수 있는 기존 대기업과는 직원의 시간을 다루는 DNA 자체가 다르다는 얘기다.
그래서 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에선 "직원의 시간을 회사가 아껴준다"는 말이 나온다. 업무 외 분야에서 회사가 직원들 시간의 누수를 최대한 줄여 업무 집중도와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도 좋고 직원도 좋은 이른바 ‘판교식 직원복지 모델’은 그렇게 탄생했다
 
게임개발자 커트 비용, 회사가 책임진다  
지난 3일 펄어비스 직원이 회사 인근 미용실에서 머리를 손질하고 있다. 펄어비스는 직원들의 미용실 커트 비용을 매달 지원하고 있다. [사진 펄어비스]

지난 3일 펄어비스 직원이 회사 인근 미용실에서 머리를 손질하고 있다. 펄어비스는 직원들의 미용실 커트 비용을 매달 지원하고 있다. [사진 펄어비스]

지난 3일 오후 경기도 안양시 펄어비스 본사. 이 회사 정요한(36) 과장은 회사 앞 상가에 있는 미용실 ‘주안헤어’에 다녀왔다. 유명 배우들의 스타일링을 담당했던 경력의 헤어 디자이너가 그의 머리를 30분간 만졌지만 커트비 1만8000원은 내지 않았다. 대신 펄어비스 직원용 장부에 이름을 적었다. 평상시 미용실 다녀올 시간이 부족한 게임 개발자들을 위해 회사가 커트 비용을 지원해주고 있어서다. 이 미용실을 찾는 펄어비스 직원만 한달에 100명이 넘는다. 다른 지정 미용실까지 합치면 전체 직원 700여명 중 200명 이상이 매달 이용한다. 정 과장은 “게임 개발에 너무 바쁜 개발자가 부스스한 장발에 떡진 머리하고 다닌다는 통념은 펄어비스에선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펄어비스 사내에는 전문 안마사가 대기하는 안마실이 있다. 예약하면 30분간 안마로 피로를 풀 수 있다.

펄어비스 사내에는 전문 안마사가 대기하는 안마실이 있다. 예약하면 30분간 안마로 피로를 풀 수 있다.

일반인들에게 펄어비스는 PC용 다중 접속 역할 수행 게임(MMORPG) ‘검은사막’의 개발사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게임 개발자들 사이에서 이 회사는 ‘복지의 끝판왕’으로 불린다. 규모나 금액면에서도 많지만 커트비용 같은 소소한 ‘깨알복지’도 많아서다. 매달 회사 인근에 사는 직원들에게 50만원씩 주거비를 지급한다.
 
직원은 일만 하면, 나머지는 회사가 챙긴다
 
미성년 자녀 한 명당 50만원씩 양육비를 주고, 요양 병원에 계신 부모가 있으면 한 명당 40만원씩 병원비를 지원한다. 사내엔 전문 안마사가 상주해 예약하면 30분씩 안마를 받을 수 있다. 천재니 사업전략실 과장은 “복지컨셉 자체가 직원은 업무를 하고 나머지는 회사에서 다 해준다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게임즈 카페테리아 생맥주 기계 [박민제 기자]

카카오게임즈 카페테리아 생맥주 기계 [박민제 기자]

 
스텔라 아르투아 마음껏 뽑아먹는 생맥주 기계 
 
판교역 바로 앞에 위치한 카카오게임즈 카페테리아에는 무료 생맥주 기계가 설치돼 있다. 지난해까지는 일본 맥주 에비스를 마실 수 있었는데 최근 직원들의 선호도를 반영해 벨기에 맥주인 스탤라 아르투아로 바꿨다. 하루 나가는 맥주량은 평균 60잔. 멀리 술을 사러 나가기는 싫은데 가볍게 ‘혼맥’하며 일하고 싶은 직원들, 굳이 술집을 찾아가기 보단 사내에서 간단히 회식하려는 이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회사에서 설치했다. 24시간 운영된다.
카카오게임즈 카페테리아에는 약 1700여권의 만화책이 구비돼 있다. [박민제 기자]

카카오게임즈 카페테리아에는 약 1700여권의 만화책이 구비돼 있다. [박민제 기자]

카카오게임즈에는 직원들을 위한 만화방도 있다. 소장 만화책 수만 1700여권이다. 사내에선 언제든 읽을 수 있고 금요일 오후 3시부터는 주말기간 대여도 가능하다. 콘솔게임 타이틀도 40개, 보드게임도 14종을 구비해 놨다. 금요일 오후만 되면 대여를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설 정도로 인기다. 지난해 11월부터는 캠핑카와 캠핑 트레일러도 장만해 직원들에게 2박3일간 대여해준다. 이나정 커뮤니케이션실장은 “업무시간엔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하고, 일과 휴식의 균형을 잘 맞춰주는 쪽으로 복지제도를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게임즈 휴게실에 있는 손가락 마사지 기계 [박민제 기자]

카카오게임즈 휴게실에 있는 손가락 마사지 기계 [박민제 기자]

 
병원ㆍ한의원ㆍ우체국ㆍ5성급호텔 식당도 회사 안으로
엔씨소프트 사내에 설치된 병원인 메디컬센터

엔씨소프트 사내에 설치된 병원인 메디컬센터

엔씨소프트 판교R&D센터 안에는 병원(메디컬센터)이 있다. 회사 소속 전문의 한명이 상주해 있어 신경계 및 근골격계 질환부터 흔히 발생하는 내과, 소아과, 피부과 질환, 스트레스로 인한 각종 질환까지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겨울철에는 독감 예방 접종도 실시한다. 
인근에 있는 넥슨 코리아 사내에는 문서 수발실이 있다. 다른 기업과 다른 점은 업무용 뿐만 아니라 개인용 등기우편 및 일반우편, 퀵서비스 발송도 가능하다는 점이다. 한글과 컴퓨터는 지난해 10월부터 매달 한차례 한의사가 회사를 방문해 직원들 진맥을 해주는 ‘찾아가는 한의사’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업무로 바쁜 직원들이 병원ㆍ우체국을 찾아 회사 밖을 나서는 수고를 덜어주는 복지제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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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 좋은 구내 식당과 분위기 좋은 사내 카페 시설은 판교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힘주는 복지 분야다. 직원들이 매 끼니 뭘 먹을지 고민하고 커피 한잔을 위해 회사 밖을 헤매는 대신 사내에서 삼시세끼 만족도 높은 식사와 음료로 해결하라는 것이다. 
 
한 끼에 스테이크, 스시, 안동찜닭, 피자, 쌀국수…
공학기술용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마이다스아이티는 5성급 호텔 뷔페 출신 셰프 10명이 만드는 식사를 매일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3일에는 스테이크, 스시, 안동찜닭, 피자, 치킨, 회, 쌀국수, 똠양꿍, 간장닭구이, 육회비빔밥, 소고기 볶음면, 김치찜 등이 나왔다. 아침은 1000원, 점심은 4000원, 저녁은 무료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한달에 한번 셰프가 요리한 반조리 상태의 음식을 집에 가져가는 ‘시크릿 셰프’ 행사도 진행한다”고 말했다. 박민제ㆍ이우림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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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제 박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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