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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부메랑’ 우려 남긴 전 대법원장과 현 대통령

중앙일보 2019.01.14 00:05 종합 30면 지면보기
문병주 사회팀 차장

문병주 사회팀 차장

대한민국 의전서열 1위, 그리고 3위였던 분들이 하루 간격으로 던진 메시지의 강도는 비슷했다. 관심을 더 끈 건 검찰 조사를 위해 출두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모습이었다. 예고한 대로 그는 11일 아침 대법원 청사를 등지고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준비한 발언을 했다. “절대다수의 법관들은 국민 여러분께 헌신하는 마음으로 사명감을 갖고… 그 사람들에게 과오가 있다고 밝혀진다면 그 역시 제 책임이고 제가 안고 가겠습니다.” 사법부 전 수장다운 말이었다.
 
하지만 장소가 적절했는지 의문이다. “인생을 법원에서 근무한 사람으로, 수사하는 과정에서 법원을 들렀다 가고 싶었다”는 게 그의 항변이었다. 감정이입을 해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려고 해도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몇 가지 해석이 나왔다. 사법부 독립의 상징인 대법원 앞에서 입장을 밝힘으로써 헌법적 삼권분립의 권한이 침해되고 있다는 항변을 한 것일 수 있다. 900여명의 경찰 병력이 동원된 삼엄한 경비 속에 설치된 포토라인을 무시하고 바로 조사실로 향한 모습도 그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다. 또 검찰의 사법부에 대한 수사가 확대된 데에는 김명수 현 대법원장의 책임이 크다는 항의성일 수도 있다.
 
걱정은 다른 데 있다.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하거나 최소한 기소하겠다는 입장을 직·간접적으로 밝혀왔다. 양 전 대법원장은 경력상 후배이자 사법부라는 한 울타리에 있었던 판사들의 심판을 받게 예정된 상황이다. 대법원 건물 앞에서 소회와 각오를 밝히는 전 수장의 모습에 동요가 없을 판사가 있을까. 재판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올 경우, 그 재판이 공정했다고 믿을 여지를 양 전 대법원장 스스로 줄여버린 건 아닌지 모르겠다.
 
하루 전날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는 말 자체로 위력적이었다. 청와대 특별감찰반 활동을 했던 김태우 검찰 수사관이 “민간사찰이 있었다”고 폭로한 것과 관련, “김 수사관이 제기한 문제는 자신이 한 행위를 놓고 시비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김 수사관은 서울동부지검에선 자유한국당이 청와대 특감반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이 있다며 임종석 전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 등을 직무유기·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사건의 참고인 조사를 받고 있다. 곧 자신의 각종 비위행위에 대한 수사를 수원지검에서 본격적으로 받게 된다. 예단일지 몰라도 인사권을 가진 대통령의 말과 상반된 수사 결과를 검사들이 내놓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김 수사관이 제기한 문제가 일부 혹은 전부 사실이 아닐 수 있다. 그의 개인 비리가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 이런 수사 결과가 나올 경우, 대통령의 발언은 오히려 수사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부메랑이 될 것이란 걱정이 앞선다.
 
문병주 사회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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