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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인도적 지원 제재 완화, 한국은 개성공단 검토…북한 호응할까

중앙일보 2019.01.14 00:04 종합 8면 지면보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7~10일 중국을 찾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찰떡궁합’을 과시한 가운데 한국과 미국을 향한 다음 행보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일 신년사에서 “언제든 또다시 미국 대통령과 마주 앉을 준비가 돼 있다”거나, 남북관계에서 속도전을 강조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취했다.
 
특히 한국이 개성공단 재개 가능성을 검토하고, 미국은 대북 인도적 지원의 대북제재 예외를 인정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북한이 이에 얼마나 호응해 나올지가 관심이다.
 
비핵화가 이뤄질 때까지 대북제재를 계속하겠다던 미국은 최근 한 걸음 물러서는 분위기다. 미국 외교전문 매체인 포린폴리시(FP)는 11일(현지시간) 미 외교가와 구호단체 활동가들을 인용해 “미국인 구호단체 관계자들의 방북 금지를 해제하고, 대북 인도주의 물자에 대한 봉쇄를 완화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FP는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이 같은 결정을 지난 9일 국제 구호단체들에 전달했다고도 했다. 이번 결정은 유엔과 민간 구호단체들이 미국의 대북 지원 금지정책 때문에 생명을 살리는 구호 노력이 심각한 타격을 받는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란 게 FP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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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같은 미국의 움직임은 지난해 11월 8일 예정됐던 북·미 고위급회담이 연기된 뒤 협상이 중단되고, 북·중 간 밀월이 강화되자 북한을 움직이기 위한 일종의 ‘당근책’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지난 11일 “현금이 유입되지 않는 방식으로 개성공단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있는지 연구해 봐야 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한반도 비핵화 대책특별위원회 초청 강연에서다. 강 장관이 비록 “비핵화 조치의 진전과 연동될 것”이라는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정부가 대북제재를 우회할 수 있는 방안 검토에 들어갔다는 게 당국자의 설명이다. 이 당국자는 12일 “개성공단의 가동을 재개할 경우 북한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기존에는 1인당 월평균 150달러 안팎의 현금을 지급했는데 국제사회가 북한에 벌크 캐시(Bulk Cash·대량현금)를 지급하지 못하도록 제재하고 있어 현금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이 폐쇄되기 직전인 2015년 공단에 입주한 기업들은 근로자 임금으로 1억2224만 달러(약 1364억원)를 지급했다. 이 당국자는 “정부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성실하게 이행한다는 입장”이라며 “그래서 임금을 현금 대신 현물로 제공하는 방법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에 대해 북한의 비핵화와 속도를 맞추겠다던 입장이었다. 하지만 가시적인 비핵화가 없는 상황이더라도 북한을 적극적인 비핵화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북한이 간절히 바라는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방법 찾기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문제는 북한이 한·미의 손짓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다. 북한이 내심 이런 변화를 반기면서도 대응 전략 찾기에 고심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경제 회복을 위해 외부 자원의 수혈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완전한 대북제재 해제가 절실한데, 정상회담 등을 통한 일괄타결이냐, 부분적으로 한·미의 당근책을 받아들이느냐를 두고 저울질할 것이란 얘기다. 전현준 한반도평화포럼 부이사장은 “주민들에게 경제회복을 약속한 김 위원장도 시간에 쫓기고 있다”며 “한국이나 미국이 내민 당근책보다는 정상회담을 통해 통 큰 결판(전면적인 제재 해제)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과거 같았으면 북한이 당장 거부했겠지만 판을 깨는 것이 북한에도 부담이고, 외부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정상회담을 통한 일괄타결(대북제재 해제)을 추진하면서도 현물 지급 문제에 대해선 밀고 당기기를 하는 투 트랙 전략으로 나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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