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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모르면 손을 빼라

중앙일보 2019.01.14 00:03 경제 7면 지면보기
<8강전> ●커제 9단 ○신진서 9단  
 
5보(73~90)=커제 9단이 73으로 붙이자 신진서는 좌변을 마무리한 다음 다시 우하귀로 손을 돌려 88로 늘어뒀다. 그런데, 이 수는 커제 9단의 의도대로 순순히 따라주는 것이다. 여기에선 '참고도' 백1로 우하귀 3·3에 붙이는 게 백 입장에서 최대한 버텨보는 진행이었다. 이렇게 두었다면 흑백 모두 만만치 않은 싸움이 예상된다.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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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은 승률 그래프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 왔다. 88이 두어진 순간, 백 승률은 10% 가까이나 떨어졌다. 승패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엄청난 악수라는 의미다. 바둑이 중반을 향해 가는 지금 상황에서 승률 그래프가 이렇게나 요동쳤다는 것은 신진서의 바둑이 위급 상황임을 암시한다. 
 
참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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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여기에선 어떻게 두는 게 최선이었을까. 인공지능(AI)은 아예 우하 쪽은 손을 빼고 상변을 먼저 치는 수순을 추천했다. 상대의 의도대로 당하기 쉬운 우하는 아예 제쳐 놓고, 상변을 먼저 공격하라는 주문이다. '모르면 손을 빼라'는 유명한 바둑 격언과도 일치한다. 하지만 사람의 감각으론 미완의 과제를 완전히 무시해버리고 새로운 도전 과제를 만드는 게 쉽지 않은 발상의 전환이다. 
 
뒤이어 날일자로 지킨 90도 좋은 수는 아니었다. 신진서 9단의 잇따른 실수로 승률 그래프가 점점 커제 쪽으로 기울고 있다. 신 9단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진다. 그는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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