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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 연합이 기술굴기 눌렀다

중앙일보 2019.01.14 00:02 경제 1면 지면보기
이번 CES에선 아마존과 구글 간 인공지능 대결이 치열했다. 별관 베네시안 호텔에 차려진 아마존 부스. [김영민 기자]

이번 CES에선 아마존과 구글 간 인공지능 대결이 치열했다. 별관 베네시안 호텔에 차려진 아마존 부스. [김영민 기자]

“구글과 아마존 둘 중에 고르자면 막상막하이긴 한데, 구글이 더 빼어났다. 애플과 삼성도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존재감을 드러냈다. 화웨이 등 중국업체 부스에선 그다지 신기할 게 없었다.”
 
이번 CES에선 아마존과 구글 간 인공지능 대결이 치열했다. 헤이 구글 구호가 선명한 구글 부스. [AFP=연합뉴스]

이번 CES에선 아마존과 구글 간 인공지능 대결이 치열했다. 헤이 구글 구호가 선명한 구글 부스. [AFP=연합뉴스]

미 정보기술(IT) 매체 ‘씨넷’이 11일(현지시간) 폐막한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19’를 정리하며 밝힌 관전평이다. 8일부터 나흘간 열린 CES 2019는 미국의 기술 리더십이 중국의 제조 파워를 압도했다. 최근의 IT 콘퍼런스 상당수를 장악했던 중국 업체 참가수(1251곳)가 전년 대비 22% 감소한 까닭이다. 미·중 무역분쟁 와중에 화웨이는 신제품을 내놓지 않았고, 샤오미는 아예 불참했다. 한국 기업들은 틈새를 적절히 파고 들며 참가 업체가 지난해 217곳에서 올해 338곳으로 50% 넘게 늘었다.
 
이번 CES에선 아마존과 구글 간 인공지능 대결이 치열했다. 각종 상을 휩쓴 LG전자 올레드 롤러블TV. [AP =연합뉴스]

이번 CES에선 아마존과 구글 간 인공지능 대결이 치열했다. 각종 상을 휩쓴 LG전자 올레드 롤러블TV. [AP =연합뉴스]

애플과 삼성은 CES 개막을 하루 앞둔 7일 TV 분야 협업을 공개하며 분위기를 달궜다. 올해 말부터 아이폰에 내려받은 각종 동영상 콘텐트를 별도 장치 없이도 삼성 TV에서 끊김없이 볼 수 있는 방식이다. 애플은 LG·소니·비지오 등 북미시장 점유율이 높은 3개 TV 업체도 협업 파트너로 삼았다. 공교롭게도 글로벌 TV 3·4위 업체인 중국의 TCL·하이센스는 애플과의 협업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번 CES에선 아마존과 구글 간 인공지능 대결이 치열했다. 혈압을 체크해주는 삼성전자 로봇 삼성봇. [삼성전자]

이번 CES에선 아마존과 구글 간 인공지능 대결이 치열했다. 혈압을 체크해주는 삼성전자 로봇 삼성봇. [삼성전자]

CES 현장에서 만난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애플마저 중국 기업을 배제한 것은 적어도 미국 내에선 트럼프식 통상 정책이 승리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앞으로 미국이 특허권 문제 등으로 중국을 더 압박할텐데, 한국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누리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 기업들은 이번 CES에서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렸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잇따라 로봇을 내놓으면서 쇼 기간 내내 관람객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LG전자가 공개한 롤러블 올레드 TV는 ‘CES 최고 TV(Best TV Product)’로 선정됐다.
 
이번 CES에선 아마존과 구글 간 인공지능 대결이 치열했다. 중국 로욜이 내놓은 폴더블폰. [김영민 기자]

이번 CES에선 아마존과 구글 간 인공지능 대결이 치열했다. 중국 로욜이 내놓은 폴더블폰. [김영민 기자]

중국 ‘로욜’이 내놓은 폴더블 폰은 눈에 띄는 하드웨어였지만, 다소 투박했다. 화면이 펼쳐진 상태에선 다소 힘을 강하게 줘야 스마트폰을 구부릴 수 있었다. 접었을 때 화면이 바깥쪽(아웃폴딩)을 향해 2개가 되는 점도 불편했다. TCL이 내놓은 ‘더 시네마 월’ 역시 삼성의 벽걸이형 TV ‘더 월’ 보다 화질이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보였다. 한 한국 기업 임원은 “중국의 제조 능력이 세계 최고 수준과 비슷할 정도로 따라왔지만, 역설적으로 이 때문에 더이상 예전같은 비약적 성장은 할 수 없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따라잡는 것과 앞서가는 일은 완전히 다르다는 의미다.
 
중국세가 다소 위축되는 가운데 아마존 알렉사 대 구글 어시스턴트 간 인공지능(AI) 솔루션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CES를 참관한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현장에 와보니 클라우드·AI에서 미국과의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것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아마존은 처음으로 별관(베네시안 호텔)에 부스를 꾸려 알렉사로 각종 기능을 작동할 수 있는 아우디·BMW 자동차와 LG 냉장고를 전시했다. 소규모 부스도 곳곳에 세웠다. 구글은 지난해 처음으로 부스를 차리더니, 올해는 부스를 2층 규모(1400㎡)로 키우고 라스베이거스 시내 전광판을 ‘헤이 구글’ 구호로 도배했다. LG전자 관계자는 “AI 분야는 알렉사 대 구글 간 양대 진영이 갖춰져 있고, 여기 참여하는 것이 좋은 상품을 만들기 위한 필수 조건이 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김상철 한컴 회장은 “5G·AI 등으로 데이터 사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 결국 클라우드 서버에 대규모 투자를 거듭했던 MS, 애플(Apple), 구글(Google), 아마존(Amazon) 등 미 IT 4대 기업(MAGA)의 영향력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클라우드 ‘애저’를 갖추고 있는 MS는 이번 CES에서 그래픽 칩을 만드는 AMD, 가전을 만드는 LG와의 제휴를 공식 발표했다.
 
CES 2019만 보면 중국의 급부상은 지나갔다고 평가할 만 하다. 실리콘밸리 MAGA기업을 앞세운 미국이 어떻게 IT산업을 바꿔나갈 지 주목할 때다. MAGA는 트럼프의 대선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의 약자이기도 하다.  
 
라스베이거스=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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