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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모낭 ‘수지상 세포’ 제거 … 면역거부 반응 없는 타인 모발이식 길 터

중앙일보 2019.01.14 00:01 건강한 당신 4면 지면보기
병원리포트 서울대병원 피부과 권오상 교수팀 
 다른 사람의 모발을 이식할 때 나타나는 면역거부 반응을 제어할 방안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제시됐다. 자가 모발 이식이 어려운 암 환자 등이 면역억제제 복용 없이 건강한 모발을 이식받을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서울대병원 피부과 권오상 교수와 김진용 임상강사 연구팀은 생쥐를 이용한 동물실험에서 모낭(털 주머니)의 ‘수지상 세포’ 활성도를 조절한 결과, 동종 모발 이식으로 인한 급성 면역거부 반응이 감소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탈모는 정상적으로 모발이 존재해야 할 부위에 모발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유전·남성호르몬·스트레스 등 원인은 다양하다. 남성형(안드로겐성) 탈모의 경우 초기에는 바르는 약이나 먹는 약으로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 하지만 치료제로 효과를 보기 힘들 만큼 탈모가 진행했거나 항암제 사용 등으로 영구 탈모가 발생한 경우 다른 곳의 모발을 옮겨 심는 모발 이식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면역거부 반응 없이 6개월 이상 모발 생존  
 
현재의 모발 이식은 모두 자가 모발을 활용한다. 수염, 가슴 털, 뒷머리 등에 건강한 모낭을 포함한 자신의 피부 조각을 떼어내 탈모 부위에 뿌리째 이식하는 방식이다. 타인의 모발을 이식할 경우 체내 면역 세포가 이를 적으로 인식해 공격하기 때문에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죽는다. 이런 면역거부 반응을 억제하려면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하는데, 간·신장 등 주요 장기 이식과 달리 탈모는 생명과 직결되지 않은 만큼 타인의 모발 이식은 시행되지 않고 있다.
 
 권 교수 연구팀이 모발 이식으로 인한 면역거부 반응을 해결하기 위해 주목한 것은 ‘수지상 세포’다. 수지상 세포는 비정상적인 세포를 인식하고 T세포 등을 끌어들여 이를 제거하는 ‘가이드’ 역할을 담당한다. 타인의 모낭 역시 수지상 세포가 이를 이물질로 판단하기 때문에 면역거부 반응이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권 교수는 “종전의 연구를 통해 공여자(모발을 공급하는 쪽)의 수지상 세포가 급성 면역거부 반응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며 “이식할 모낭에 수지상 세포를 제거하면 타인의 모발 이식이 가능할 것이란 가설을 세우고 연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연구팀은 조혈모세포를 이식해 인간과 동일한 수준의 면역체계를 갖추도록 한 ‘인간화 생쥐’를 사용해 연구를 진행했다. 총 24마리의 인간화 생쥐 중 한 그룹은 사람의 모낭을 이식하기 전 자외선B를 조사해 수지상 세포를 모두 빠져나가도록 유도했고, 다른 그룹은 별다른 처치를 하지 않고 모발 이식을 진행했다. 그 결과 수지상 세포를 제거한 그룹의 모낭에서는 이식 후 검은 머리카락이 자랐고 이 모발은 면역거부 반응 없이 6개월 이상 생존했다. 반면 모낭에 자외선B를 쬐지 않은 그룹은 이식 후 모발이 자라지 못했다. 권 교수는 “임상 현장에서 소아 암 환자가 항암 치료나 골수이식 후 영구 탈모가 발생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며 “이 경우 평생 가발을 써야 하는데 보호자가 자신의 모발을 이식해달라고 하는 모습을 볼 때면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연구는 면역억제제가 필요 없는 새로운 모발 이식의 의학적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급성기를 지나 만성적으로 나타나는 면역거부 반응을 해결할 방안에 대해서도 추가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장기이식 분야 국제학술지인 ‘미국장기이식학회지’ 최신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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