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본문

전투차량 싹 바꾼다...터미네이터 같은 무인車도 검토
이철재 기자 사진
이철재 중앙일보 국방부 출입기자 seajay@joongang.co.kr

전투차량 싹 바꾼다...터미네이터 같은 무인車도 검토

중앙일보 2019.01.13 06:00
 
육군이 차세대 전투차량(NGCV) 사업을 시작한다. 2030년대 배치가 목표라고 한다. NGCV는 아주 새로운 개념의 전투차량이라는 게 육군의 설명이다.

 
한화디펜스의 AS21 레드백 컴퓨터 그래픽. 육군의 K-21 보병전투차의 업그레이드 모델이다. 이 전투차량이 육군의 NGVC에 영향을 줬다.  [그래픽 한화디펜스]

한화디펜스의 AS21 레드백 컴퓨터 그래픽. 육군의 K-21 보병전투차의 업그레이드 모델이다. 이 전투차량이 육군의 NGVC에 영향을 줬다. [그래픽 한화디펜스]

 
육군에 따르면 현재 NGCV 사업은 백지상태다. 궤도형으로 할지, 차륜(바퀴)형으로 할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는 뜻이다. 다만 육군은 NGCV에 첨단 센서와 통신 장비를 기본으로 달려고 한다. 군 소식통은 “공통 플랫폼을 기반으로 경(輕)전차, 보병전투차(IFV) 등 다양한 목적의 전투차량을 파생형으로 만들 예정”이라며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이 상당 수준에 이른다면 경전차를 완전 무인차량으로 만드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육군이 NGCV를 생각한 배경엔 병력과 부대의 수가 주는 반면 1개 부대가 지켜야 하는 지역은 더 넓어지는 미래 전투환경이 자리 잡고 있다. 상당한 숫자의 전투차량이 필요한 상황이 될 텐데 아직 노후 전투차량은 그대로며, 신형 전투차량의 도입은 제자리인 게 현실이다. 육군은 1950년대 개발한 M48 패튼 전차를 아직 600여 대 갖고 있다. 반면 K-2 흑표 전차는 680여 대(목표)에서 200여 대(현재), K-21 보병전투차는 900여 대(목표)에서 400여 대(현재)로 각각 수량이 줄었다. 군 소식통은 “전 병력을 기동화(차량에 태우는 것)하고 첨단 센서로 연결하겠다는 ‘백두산 호랑이’ 체계를 갖추려면 지금의 전투차량을 개조하면서 새로운 전투차량도 도입해야 한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말했다.

 
 
육군의 NGCV에 영감을 불어 넣어 준 전투차량이 있다. 국내 방산기업인 한화디펜스가 지난해 9월 4~6일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열리는 랜드포스(Land Force) 2018 컨퍼런스에 선보인 AS21 레드백(Redback) 보병전투차다. AS21은 K-21을 바탕으로 한 신형 전투차량이다. 40㎜ 기관포, 대전차미사일에 각종 탐지ㆍ추적 센서, 방어 시스템을 갖췄다.  
관련기사
 
해병대도 상륙돌격장갑차(상장차)-Ⅱ(KAAV-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상장차-Ⅱ는 대강의 그림이 나왔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전투중량의 35t에다 40㎜ 기관포를 달 예정이다. 상장차는 육지를 달릴 뿐만 아니라 바다 위에서도 움직일 수 있다. 상장차-Ⅱ의 수상 최대 속도는 시속 20㎞다. 이는 현재 해병대가 사용하고 있는 KAAV(시속 13㎞)의 수상 최대 속도보다 빠르다.  
 
현대 로템이 지난해 7월 공개한 하이브리드 차륜형 장갑차 개념도. 대형 수송기에 실어 공수부대를 지원하는 용도의 장갑차라고 한다. [그래픽 현대로템]

현대 로템이 지난해 7월 공개한 하이브리드 차륜형 장갑차 개념도. 대형 수송기에 실어 공수부대를 지원하는 용도의 장갑차라고 한다. [그래픽 현대로템]

현대 로템이 지난해 7월 공개한 차세대 전차 개념도. 전열화학포와 전자기 장갑 등 각종 첨단기술이 들어갔다. [그래픽 현대로템]

현대 로템이 지난해 7월 공개한 차세대 전차 개념도. 전열화학포와 전자기 장갑 등 각종 첨단기술이 들어갔다. [그래픽 현대로템]

 
상장차-Ⅱ는 장갑을 더 두껍게 하고, 생화학전(NBC)을 대비하는 생존장비도 탑재할 계획이다. 다양한 무기 체계와 교신이 가능한 통신 장비도 상장차-Ⅱ용으로 개발한다. 해병대는 당초 목표인 2020년대 후반보다 더 이른 시점에 상장차-Ⅱ가 배치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해병대의 KAAV가 화력과 장갑이 약해 적 전차는 물론 장갑차와도 교전이 어렵기 때문이다.  
 
차세대 전투차량을 찾는 미국과 호주
한국뿐만 아니라 주요 국가들도 차세대 전투차량을 도입하려고 한다.

 
러시아의 신형 보병전투차 쿠르가네츠-25. [사진 VitalyKuzmin]

러시아의 신형 보병전투차 쿠르가네츠-25. [사진 VitalyKuzmin]

 
미국과 호주가 가장 열심이다. 육군은 두 나라의 사업을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 군사 전문 자유기고가인 최현호씨는 “주요 국가들은 냉전이 끝난 뒤 전 세계적으로 대대적인 군비 축소가 잇따르면서 이들 국가에서 장갑차량을 교체할 시기를 놓쳤다”며 “미국은 미래전투체계(FCS)와 지상전투차량(GCV) 프로그램 등 두 번의 기갑장비 현대화 노력이 모두 무산되면서 상황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미국에게 최대 위협이 나타났다. 중국과 러시아다. 중국과 러시아는 2000년대부터 지금까지 상대한 테러리스트와는 차원이 다르다. 강력한 전투차량이 시급한 이유다. 특히 러시아가 최근 공개한 T-14 아르마타 전차와 쿠르가네츠(Kurganets)-25 보병전투차는 서방 세계의 전차와 보병전투차보다 더 뛰어난 성능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호주도 인도ㆍ태평양 지역에서 중국과 맞서려는 동맹국 미국을 도와야 할 형편이다.

 
호주 국방부는 육군의 ASLAV 차륜장갑차와 M113AS4 병력수송장갑차(APC)를 대체하는 랜드(LAND) 400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한화디펜스의 AS21는 이 프로그램을 노리고 내놓은 것이다. 모두 675대를 도입하는 이 사업은 전투정찰 장갑차(CRV)와 보병전투차(IFV) 등 2종류의 전투차량을 구하고 있다. 전투정찰 장갑차는 독일의 라인메탈 디펜스가 만드는 복서(Boxer) 차륜형으로 선정됐다. 보병전투차를 놓고 한화디펜스의 AS21, 라인메탈 디펜스의 KF41 링스(Lynx), 영국 BAE 시스템즈의 CV90 Mk.4, 미국 제너럴다이나믹스 랜드시스템(GDLS)의 에이젝스(Ajax) 등 4종류의 전투차량이 경합하고 있다.

 
 
미국의 차세대 전투차량(NGCV) 사업은 좀 복잡하다. 장갑다목적차량(AMPV), 선택적유인전투차량(OMPV), 기동방어화력(MPF), 로봇전투차량(RCV), M1 에이브럼스 전차 교체 사업 등 모두 5가지다. 한국 육군의 NGCV는 미국 육군의 NGCV를 상당 부분 따라 할 가능성이 크다. 이 가운데 M113 병력수송차(APC)를 교체하는 AMPV의사업자는 BAE 시스템즈로 결정됐다. M2 브래들리 보병전투차에서 포탑만 없앤 모델이다. 올해 OMFV와 MPF 사업자가 가려진다.

 
차세대 보병전투차를 찾는 OMFV는 최소 30㎜ 기관포에 대전차미사일을 함께 무장한다. MPF는 전차와 같은 화력을 제공하면서 C-17 수송기에 공중투하를 할 수 있는 전투차량이다. 지뢰나 급조폭발물(IED)로부터 지킬 수 있는 장갑은 필수다.

 
라인메탈 디펜스의 보병전투차 KF41 링스. [사진 Wolpat]

라인메탈 디펜스의 보병전투차 KF41 링스. [사진 Wolpat]

 
최현호씨는 “미국과 호주의 차세대 전투차량은 미사일과 같은 대전차 무기를 요격하거나 무력화할 수 있는 능동방어 체계를 다는 게 공통점”이라며 “육군의 NGCV와 해병대의 상장차-Ⅱ도 능동방어 체계 탑재를 기본으로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일본과 중국도 열심히 개발 중
육군의 NGCV와 해병대의 상장차-Ⅱ는 도입 목적과 운영 방식이 명확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이웃 나라 일본과 중국의 사례를 거울로 삼을 필요도 있다. 두 나라도 요즘 차세대 전투차량 사업이 한창이다.
 
일본 미쓰비시 중공업의 차기 상륙돌격장갑차. [사진 Navy Recognition]

일본 미쓰비시 중공업의 차기 상륙돌격장갑차. [사진 Navy Recognition]

 
일본 육상자위대는 경전차인 16식 기동전투차를, 중국 해군 육전대(해병대)는 양서보병전차(상장차)인 ZBD-05를 각각 배치하고 있다. 일본의 16식 기동전투차는 차륜형으로 최대 속도가 시속 100㎞다. 105㎜ 포를 장착했고, 방어력도 나름 탄탄하다. 중국의 BD-05는 방어력을 희생하는 대신 최고 속력(수상 최대 속도 시속 28㎞)을 키웠고, 30㎜ 기관포ㆍ12.7㎜ 기관총ㆍ대전차 미사일 등 무장이 충실하다.
 
일본의 미쓰비시 중공업은 2017년 6월 신형 궤도형 상장차 모형을 공개했다. 이 전투차량이 만들어지면 ‘일본판 해병대’인 육상자위대 수륙기동단에 배치될 것이다. 이 상장차는 워터제트 엔진을 2개 달아 수상에서의 최고 속력이 무척 빠르다. 마치 물찬 제비처럼 물살을 가를 듯하다. 미 해병대가 개발하다 포기한 원정전투차량(EFV)과 비슷한 모양이다. 아직 무장은 정해지지 않았다. 모두 15명이 탈 수 있다.
 
중국은 신형 경전차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15식 경전차가 실전 배치 중이라고 발표했다. 105㎜ 주포를 가진 이 전차는 무게가 32~35t으로 추정된다. 중국 육군의 주력인 99식(54~58t), 96식(42.8t)보다 훨씬 가볍다. 인도와 국경 분쟁을 벌이고 있는 시짱(西藏)의 고산 지대에 우선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 중국 블로그에 해군 육전대 위장 패턴으로 칠한 15식 경전차가 거리를 지나가는 사진이 올라왔다. 그만큼 중국 해군 육전대도 15식 경전차에 관심이 많다.

 
중국 해군 육전대가 시험 주행 중인 15식 경전차. [사진 웨이보]

중국 해군 육전대가 시험 주행 중인 15식 경전차. [사진 웨이보]

관련기사
 
일본은 적성 국가가 특정 섬을 뺏을 경우 탈환하기 위해, 중국은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지역에 급하게 파견하려는 목적으로 차세대 전투차량을 원하는 모양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배너

이철재의 밀담

구독하기를 하시면 기사 업데이트 시
메일로 확인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