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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Y 캐슬’에서 노승혜 역할을 맡은 윤세아. 로스쿨 교수 사모님으로 우아한 매력을 뽐낸다. [사진 JTBC]

‘SKY 캐슬’에서 노승혜 역할을 맡은 윤세아. 로스쿨 교수 사모님으로 우아한 매력을 뽐낸다. [사진 JTBC]

배우 윤세아(본명 김보영·41)가 달라졌다. 헤어스타일은 ‘비밀의 숲’(2017) 때부터 선보여 온 우아한 단발 그대로인데 커다란 눈망울에 담긴 감정의 깊이가 깊어졌다고 해야 할까. 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에서 남편을 향해 “내 딸에게 손대지 마”라고 소리치며 그간 참고 있던 분노를 한순간에 폭발시키는 노승혜 캐릭터를 보고 있노라면 우리가 아는 그 윤세아가 맞나 싶을 정도니 말이다. 염정아ㆍ이태란ㆍ오나라 등 다른 사모님들이 기존에 잘해온 분야를 발전시킨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면, 윤세아는 예전에 미처 보지 보여주지 못한 모습을 끌어내고 있는 셈이다. 
 

드라마 ‘SKY 캐슬’의 노승혜로 열연
가부장적 가정서 자란 순종적 캐릭터
깨고 나오면서 호평…워너비 맘 등극
청순가련 혹은 섹시발랄 넘어서 호평

노승혜는 SKY 캐슬 내에서도 가장 우유부단한 캐릭터다. 한서진(염정아 분)이 선짓국 집 딸로 출발한 흙수저이고, 진진희(오나라 분)가 강남 빌딩주 딸로 대표되는 금수저라면, 노승혜는 육군참모총장 출신 국회의원 딸로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쥔 진짜 로열로 자랐기 때문이다. 전사도 탄탄하다. 문학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대학 강단에 서길 원했다. 반대로 말하면 가장 고민할 게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자칫 잘못해서 흠집이라도 생기면 완벽한 커리어에 금이 갈 수 있는 탓이다.
 
극 중 쌍둥이 아들로 호흡을 맞춘 조병규와 김동희. 윤세아도 아이들의 좋은 성적을 바라지만 눈이 오면 바깥에 나가 함께 눈을 맞을 만큼 낭만을 추구하는 소녀 감성을 가지고 있다. [사진 JTBC]

극 중 쌍둥이 아들로 호흡을 맞춘 조병규와 김동희. 윤세아도 아이들의 좋은 성적을 바라지만 눈이 오면 바깥에 나가 함께 눈을 맞을 만큼 낭만을 추구하는 소녀 감성을 가지고 있다. [사진 JTBC]

하여 그는 한 발짝씩 조신하게 내딛어왔다. 세탁소집 아들로 태어나 피라미드 꼭대기까지 오르길 희망하는 남편 차민혁(김병철 분)의 요구 사항을 충실하게 이행하는 한편 쌍둥이 아들만큼은 남편의 무리수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도록 보듬어온 것. 가부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서 가부장적인 남편을 만난 그가 할 수 있는 건 아이들을 그들과 똑같은 사람으로 키우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째 딸 세리(박유나 분)가 하버드 입학 사기극을 벌인 사실이 드러나자 그는 마구 흔들린다. “애들 잘 키우는 게 우선이지 싶어서 내 꿈은 다 포기하고 살아왔는데 내 인생이 빈껍데기 같다”는 벽에 부딪힌 것이다.
 
극 중 모녀로 호흡을 맞춘 윤세아와 박유나. 머리부터 발끝까지 커플룩으로 맞췄다. [사진 스타캠프202]

극 중 모녀로 호흡을 맞춘 윤세아와 박유나. 머리부터 발끝까지 커플룩으로 맞췄다. [사진 스타캠프202]

윤세아의 변신이 빛나는 순간도 이때부터다. 드라마 데뷔작 ‘프라하의 연인’(2005)부터 선보인 청순가련함이나 대표작 ‘신사의 품격’(2012)에서 보여준 섹시 발랄함 사이를 오가는 대신 자신 안으로 한 발짝 들어간 듯한 내면 연기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14회에서 화해를 위해 모녀 데이트에 나선 장면이 대표적이다. 길거리 쇼핑을 통해 가죽 재킷에 청바지, 롱부츠 등 딸과 똑같이 맞춰 입고 쑥스러워 하는 모습은 그가 여전히 아름다운 몸매의 소유자라는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출 줄 아는 진정한 공감 능력의 소유자라는 것을 한눈에 보여준다. 아이들의 좋은 성적을 바라는 마음에 욕심을 부린 것은 사실이지만 이같은 촌극을 빚어낸 데는 부모의 잘못이 더 크다는 것을 인정할 줄 아는 포용력도 보인다. 덕분에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가장 닮고 싶은 ‘워너비 맘’으로 등극했다. 
 
사실 그간 그녀의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은 너무 예쁜 외모였을는지도 모른다. 커다란 눈에 오똑한 코 등 서구적인 외모는 그녀가 맡을 수 있는 역할에 한계를 짓게 만들었다. 용인대 영화연극과를 졸업하고 2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오디션을 통과해 영화 ‘혈의 누’(2005)로 데뷔한 실력파지만 무슨 역할을 맡아도 연기보다는 패션으로 더 큰 화제를 모은 탓이다. 스물일곱이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데뷔해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을 맡아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신사의 품격’에서 골프선수 홍세라 역할로 출연한 윤세아. 김수로와 연인 사이로 나온다. 윤세아는 이 때 시작한 골프와 필라테스로 꾸준히 몸매 관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 SBS]

‘신사의 품격’에서 골프선수 홍세라 역할로 출연한 윤세아. 김수로와 연인 사이로 나온다. 윤세아는 이 때 시작한 골프와 필라테스로 꾸준히 몸매 관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 SBS]

그렇다면 그의 본격적인 필모그래피는 이제부터가 아닐까. 예쁜 외모를 내려놓는다면, 귀티가 흐르는 부잣집 딸이란 설정에서 벗어난다면 그가 보여줄 수 있는 연기의 스펙트럼은 한층 넓어질 테니 말이다. ‘착한마녀전’(2018)에서 항공사 전무 역할을 맡아 보여준 갑질 연기나 ‘그냥 사랑하는 사이’(2017~2018)에서 클럽 마담 역할을 통해 드러난 노련한 강약 조절에서 그 변화의 단서들을 찾아볼 수 있다. 어쩌면 친구들과 예상 문제를 돌려봤다는 쌍둥이 아들에게 건넸던 “경쟁은 자기 자신하고 하는 거지. 남하고 하는 경쟁은 사람을 외롭게 만들거든”이란 말을 진즉에 깨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왕이면 그녀가 가진 털털한 성격과 넘치는 흥을 십분 발현할 수 있는 역할이면 좋을 듯하다. 테크노를 준비했다가 탈춤을 춰서 ‘혈의 누’ 오디션에 합격했다는 그는 ‘아는 형님’에서는 선미의 ‘가시나’, ‘SNL 코리아 9’에서는 포미닛의 ‘미쳐’ 무대를 선보이는 등 춤출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으니 말이다. 프랑스 모델 줄리엔 강과 7개월간 가상 부부로 호흡을 맞춘 예능 ‘우리 결혼했어요’(2012~2013)가 로코 대표작이 되기엔 타고난 애교와 폭발하는 흥이 너무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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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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