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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 조직원 된 청년들, 범행 실패 땐 1주마다 벌금 100만원씩

중앙선데이 2019.01.12 00:39 618호 2면 지면보기
보이스피싱 적색 경보 
지난해 5월 말, 중국 선양에 있는 한국 총영사관에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보이스피싱 조직 콜센터 상담원으로 일하고 있다는 한국인 청년 A씨(26)였다. 그는 “자수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경찰 공무원으로 2년6개월째 중국 현지 공관에서 일하고 있는 이승엽(39·경감) 주재관에게 임무가 떨어졌다. A씨는 합숙생활을 하는 다른 조직원들과 달리 혼자 살고 있었지만 늘 감시자가 붙어 있었다. A씨는 감시자의 눈을 피해 이 경감이 알려준 장소에 도착했다. 이 경감은 불안한 기색을 보이는 A씨와 3시간 넘게 대화와 설득을 한 끝에 그가 자수를 결심할 수 있도록 도왔다.
 
A씨는 한국을 떠나 선양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 6개월째 일해 왔다고 한다. 우연히 고액 해외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한다는 광고를 본 것이 화근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행 비행기표, 비자, 현지 숙소 등을 모두 처리해 주겠다”며 “열심히 일만 하면 돈도 많이 벌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A씨는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휴대전화와 여권을 압수당했다. 숙소 밖으로는 자유롭게 외출도 할 수 없었고 감시자가 생활을 통제했다. 보이스피싱 상담원 일을 하다 일을 그만두고 싶었지만 그럴 때마다 협박을 받았다. A씨는 몇 차례 자해 시도까지 했다. 가족들은 그가 중국에서 정상적인 일을 하는 줄로만 알고 있었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도 A씨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했다. B씨는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중국 하얼빈의 한 호텔에 취업해 일하고 있다며 안심시켰다. 전화 통화 내내 감시자가 옆에 붙어 스피커폰을 켠 채 거짓말하도록 했다. A씨를 포함해 선양에서 일하던 보이스피싱 조직원 8명은 지난해 9월 중순 한국으로 송환돼 법적 처벌을 받았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무역·통관·바이어 관리 등 합법적 일을 한다는 얘기에 속아 중국에 오게 됐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관계자는 “콜센터 조직원 상당수가 한국에서 일자리를 찾던 10대 후반에서 20대의 청년”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들은 정말 큰돈을 벌었을까. 조직마다 다르지만 보통 사기 금액의 3~5%를 콜 상담원에게 성공 보수로 준다고 한다. 하지만 1주일 단위로 따져 보이스피싱에 실패하는 등 성과가 없으면 오히려 100만원의 페널티(벌금)가 부과됐다. 몇 백만원 상당을 뜯어내는 데 성공하더라도 성공 보수를 한꺼번에 다 챙겨주는 일은 드물었다. 페널티 금액을 제하고 일부만 줬다. 큰돈을 벌기는커녕 수백만원씩 빚을 지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이 경감은 “단기간에 큰돈을 벌 수 있다는 해외 알바 광고에 혹해 중국이나 동남아행 비행기에 오르는 젊은이가 적지 않다”며 “일단 조직원이 되면 빠져나오기도 힘들고 한 순간에 범죄자로 전락한다”고 말했다.
 
고성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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