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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성지 몬트리올은 ‘물 반 인재 반’…소스코드·논문도 공짜

중앙선데이 2019.01.12 00:34 618호 5면 지면보기
SPECIAL REPORT 
11분38초.
 
인공지능(AI) 연구자들의 향연인 신경정보처리학회(NIPS) 국제콘퍼런스 참가 신청이 마감될 때까지 걸린 시간이다. 콘퍼런스는 중남미 카리브해 같은 휴양지에서 열리지 않았다. 2018년 12월 초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렸다. 겨울철이면 세인트로렌스강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으로 악명 높은 곳이다. 그런데도 그해 2월 참가 신청용 홈페이지가 열리자 12분도 안 돼 모든 세션이 마감했다. AI 연구자인 이수화 국내 MTCOM 연구소 전문위원은 “한 해 전인 2017년엔 두 주에 걸쳐 참가 신청을 받아야 했다”며 “최근 AI 열기에다 몬트리올이란 장소의 상징성 때문인 듯하다”고 말했다.
 
몬트리올은 AI 연구자들 사이에서 성지로 불린다. 딥 러닝의 전문가인 요수아 벤지오(몬트리올대) 등이 활약하고 있는 곳이다. 두 사람은 현재 한창인 AI 붐을 가능하게 한 주인공들이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 중심이 바로 몬트리올러닝알고리즘연구소(MILA)다. 연구원만도 200명 정도 되는 최대 AI 싱크탱크다. 최근까지 MILA에서 연구한 안성진 미국 럿거스대 교수는 “딥 러닝 분야에서 200명 정도가 연구를 하고 있고 해마다 졸업생 50~70명을 배출할 수 있는 도시는 흔치 않다”고 말했다.  
 
두뇌가 모여 있는 곳에 자금이 몰리는 게 현대 경제다. 한국의 삼성을 비롯해 MS와 구글, IBM, 페이스북이 몬트리올 주변에 AI 연구센터를 경쟁적으로 설립했다. 안 교수는 “글로벌 기업들이 몬트리올로 오는 가장 큰 이유는 숙련된 딥러닝 연구 인력을 수급할 수 있어서”라고 말했다.
 
놀라운 변화다. 몬트리올은 인구를 기준으로 캐나다 2위 도시로 불린다. 하지만 1976년 올림픽 이후 지역 경제는 장기 침체에 빠졌다. 올림픽 경기장 건설 등에 너무 많은 돈을 몰아넣었다. 재정적자가 심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투자가 올스톱됐다. 정치·문화적으로는 자유롭지만 경제적으로 침체된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 몬트리올은 캐나다에서 가장 활발한 곳이다. AI 스타트업이 곳곳에서 간판을 내걸고 있다. 세계 젊은이들이 내일의 금맥인 AI 세계에 뛰어들기 위해 몬트리올에 모여들고 있다.
 
변화의 시작은 캐나다 정부의 ‘조건 없는 돈’이었다. 미국과 영국이 연구자금을 삭감한 1990년대(AI 겨울) 캐나다고등연구재단(CIFAR)이 AI 연구자들에게 자금을 지원했다. MTCOM의 이 전문위원은 “많은 돈도 아니었다”며 “단 몇 백만 달러 자금 덕분에 당시 연구자들을 몬트리올 지역에서 탐구를 이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90년대 AI 연구는 컴퓨터 공학에서 각광받는 분야가 아니었다. 몬트리올은 진보적인 도시이기도 하다.  
 
이 전문위원은 “90년대 정상급 인재들은 정보기술(IT) 분야에 뛰어들었고, 다음 레벨 인재들이 AI 분야에 뛰어들었다”며 “이들은 정치적으로나 인종적으로 소수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이런 사람들이 살기엔 몬트리올이 괜찮은 곳이었다. 힌튼 등이 국방로봇 연구에 집중하는 미국을 떠나 몬트로올에 둥지를 튼 이유 가운데 하나다. 오랜 경기 침체로 집값 등도 상대적으로 쌌다.
 
힌튼과 벤지오 등처럼 캐나다 AI 연구 선구자들의 진보적 성향은 요즘 글로벌 AI 학풍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럿거스대 안 교수는 “AI 연구는 소스코드까지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알려줬다. 컴퓨터 분야에서 소스코드는 생명이고 돈과 직결된다. 그런데도 모든 AI 연구자가 소스코드를 공유한다. 논문 열람도 거의 무료다. 다른 분야의 논문은 유명 학회지를 출판하는 회사에 돈을 내야 열람이 가능하다. 안 교수는 “공공 자금으로 연구한 결과를 민간 회사에 돈을 내고 봐야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게 힌튼과 벤지오 등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연방정부와 퀘벡주 정부 등은 몬트리올을 미국의 실리콘밸리처럼 키우려고 한다. 투자유치 조직인 몬트리올 인터내셔널(MI)을 앞세워 적극적으로 기업의 AI 센터를 유인하고 있다. 2018년 한 해에만 세계적 컨설팅그룹인 맥킨지의 AI 회사인 퀀텀블랙과 위닝마인즈, BIOS 등을 유치했다. BIOS 최고경영자(CEO)인 에밀 휴이지는 MI를 통해 내놓은 성명에서 “몬트리올이 세계 AI 분야에서 가장 큰 인재 캡슐”이라며 “연구센터를 세우는 데 세계 어느 곳도 몬트리올만 한 곳이 없다”고 말했다.
 
아직 몬트리올 경제규모는 미국의 뉴욕시 등과 견줘 작다. 주변 투자자금도 실리콘밸리만큼 막대한 규모는 아니다. 다만 안 교수는 “몬트리올 지역의 AI 연구 역량만을 볼 때는 MILA가 미국 스탠퍼드대와 UC버클리대 등과 함께 AI 연구의 선도 그룹을 이루고 있다”며 “스탠퍼드·UC버클리가 실리콘밸리의 탄생에 기여했던 것과 같은 역할을 MILA가 몬트리올을 AI 주요 도시로 만드는 과정에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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