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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김정은 2차 회담 가시권…싱가포르 방식 재연되나

중앙선데이 2019.01.12 00:30 618호 6면 지면보기
북한 조선중앙TV는 11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뒤 지난 10일 귀국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역에 마중 나온 당·정부 간부들과 대화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김 위원장 오른쪽으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최용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박봉주 내각 총리,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등의 모습이 보인다. [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TV는 11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뒤 지난 10일 귀국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역에 마중 나온 당·정부 간부들과 대화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김 위원장 오른쪽으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최용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박봉주 내각 총리,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등의 모습이 보인다.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1일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왔으며 지체되지 않고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 장관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초청 간담회에서 “미국이 북·미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고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갖고 있다고 판단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동향으로 볼 때 2차 회담 개최 준비를 위한 회담이 조만간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서울의 한 외교소식통은 “2차 정상회담에 앞서 합의안을 논의할 실무협상이 열리는 게 상식적이지만 이번 2차 회담도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정상회담과 마찬가지로 ‘선(先) 정상회담, 후(後) 실무협상’ 방식으로 개최될 가능성이 커보인다”고 말했다.
 
북·미는 당시 1차 북·미 정상회담 장소와 날짜를 먼저 정한 뒤 회담 합의안을 놓고 판문점 등에서 마라톤 실무협상을 벌였지만 별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비난 성명을 근거로 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급히 친서를 보내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구체적인 사전 합의 없이 1차 회담으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두 정상이 지나치게 추상적인 공동성명에 합의하면서 향후 실무협상이 6개월 이상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런데 이번에도 같은 방식으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무협상 건너뛰고 곧바로 정상회담?=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쯤 되면 머지않아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고위급 협상 소식을 듣게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협상 교착의 원인이 된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조치와 관련, “가능한 프로세스를 놓고 북한이 어떤 구체적 조치를 취해 나가고 미국이 어떤 상응조치를 취할지를 마주 앉아 담판하는 자리가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사전 고위급 실무협상에서 합의안이 만들어지지 않더라도 정상회담 자리에서 두 정상이 담판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런 만큼 실무협상은 정상회담 일정과 장소만 협의하는 자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소식통은 “현재로선 북한이 합의안을 논의하기 위한 실무협상에 아예 응하지 않거나, 2차 정상회담 날짜와 장소가 정해져야 실무협상에 나설 수 있다고 주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싱가포르 회담 방식이 재연될 가능성과 관련, 정부 안팎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처해 있는 정치적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역대 최장기로 접어드는 정부 셧다운(shut down·미 연방정부 일시 업무정지)과 특검 수사 결과 발표, 의회 탄핵 가능성 등 미국 내 정치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관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등 정치적 이벤트를 최대한 활용하려 할 것이란 분석이다.
 
◆북·미, 비핵화 로드맵은 이미 마련=실무협상을 추진하되 여의치 않을 경우 두 정상의 담판을 통해 조율하게 될 비핵화 로드맵은 북·미 양국 모두 이미 마련해 놓았다고 한다. 지난해 말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상응조치의 일환으로 대북 인도적 지원 재개를 시사했다. 또 한·미 워킹그룹 2차 회의에서는 향후 비핵화 로드맵과 관련해 북한이 거부해 온 초기 비핵화 단계에서의 핵 리스트 신고 및 검증을 절차상 뒤로 돌리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한다.
 
다만 미국은 여전히 대북제재 완화와 관련해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다.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미국 조야에 비핵화와 관련해 ‘미국이 얻은 게 없지 않느냐’는 분위기가 상존하는 만큼 대북제재 완화를 전제로 한 가시적 변화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북한도 비슷한 사정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0일 “(김 위원장이) 조·미(북·미) 관계 개선과 비핵화 협상 과정에 조성된 난관과 우려, 해결 전망에 대해 말씀하셨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중 정상이) 조선반도 정세 관리와 비핵화 협상 과정을 공동으로 연구·조종해 나가는 문제와 관련해 심도 있고 솔직한 의사소통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북한도 나름의 비핵화 로드맵을 만든 뒤 이번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공통의 안을 마련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문 대통령도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핵·미사일 발사 중단,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 폐기, 영변 핵단지 폐기 등 김 위원장이 지난해 언급한 비핵화 조치 외에 새롭게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과 IRBM(중거리탄도미사일) 폐기 ▶미사일 생산 라인 폐기 ▶영변 외 다른 핵 단지들 폐기 등이 테이블 위에 오를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런 비핵화 조치에 미국의 상응조치가 이뤄져 (북·미 간에) 신뢰가 깊어지면 그때 전반적인 신고를 통해 전체적인 비핵화를 해나가는 프로세스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처럼 싱가포르 방식이 재연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우려의 목소리 또한 높아지고 있다. 한 소식통은 “2차 북·미 정상회담 결과가 싱가포르 이후 상황의 재판이 될 경우 상황이 더욱 꼬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은 “그동안 혼자 미국을 상대하면서 현실적 한계를 체감한 김 위원장이 중국이란 레버리지를 선택한 상황”이라며 “(북·미 협상이) 해피 엔딩으로 끝날 것이라고 전망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차세현·이유정 기자 cha.se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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