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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살·동심 있어야 남 웃길 수 있다

중앙선데이 2019.01.12 00:20 618호 20면 지면보기
책 속으로
유머니즘

유머니즘

유머니즘
김찬호 지음
문학과지성사
 
“세종대왕이 만드신 우유는?” 정답은 “아야어여오요우유”다. 회사에서 젊은 직원들에게 이런 식의 아재 개그를 구사했다간 ‘부장 개그’라고 핀잔받기 일쑤다. TV를 켜면 온통 웃음을 억지로 생산해 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예능프로그램이 홍수처럼 넘쳐난다.
 
한국은 그동안의 엄청난 경제적 성취에도 불구하고 결코 행복한 사회가 됐다고 하기는 어렵다. 세상살이는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유머는 여유에서 나온다. 강박을 내려놓고 ‘좋은 삶’을 지향하려면 어느 때보다 유머가 더 필요해졌다.
 
유머와 휴머니즘의 합성어인 『유머니즘』은 한국인과 한국사회가 ‘건강한 웃음’을 찾아가는 데 필요한 가이드북으로 권할 만하다. 단순한 아재 개그를 뛰어넘어 웃음의 미학을 본격적으로 탐구했다.
 
우리는 ‘유머를 강권하는 사회’에 살고 있지만 정작 생활 속에서 격조 있는 유머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누구나 “유머 감각이 있다”는 평을 듣고 싶어 하지만 막상 어떻게 해야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는지는 잘 모른다.
 
저자 김찬호는 유머라는 ‘삐딱선을 타는 놀이’를 즐기기 위해선 단순한 요령이나 스킬에서 벗어나 유연한 지성을 가다듬고 마음의 부피를 확장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과장과 축소, 촌철살인의 위트를 구사하려면 단순히 웃기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되며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어야 하고 오랜 기간 의식적으로 연마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성의 결혼은 많은 남성의 관심을 한 남성의 무관심과 교환하는 것이다.” “나는 세상에 태어났을 때 너무 놀랐다. 그래서 1년 반 동안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영어를 참 잘하시네요?”-“우리 집 강아지보다는 잘합니다.” “나는 지난 30년 동안 오직 한 여인만을 사랑했습니다. 들키면 나는 마누라한테 죽습니다.”
 
자기만의 독특한 관점(포착), 의미를 변주하는 언어의 연금술(표현), 가상의 시공간을 빚어내는 상상력(연기), 세상에 대한 경이로움의 감각(동심), 엉뚱한 것을 감행하는 배짱(넉살), 사소한 농담에도 화답하는 여유(공감)를 가지고 유머 감각을 키워 보자. 누군가 “맏인가?”라고 물으면 “제트…”라고 대답해 보자.
 
한경환 기자 han.ky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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