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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 고통 이겨내려면 마음과 몸 함께 훈련해야

중앙선데이 2019.01.12 00:20 618호 20면 지면보기
기다림이 평화로울 때

기다림이 평화로울 때

기다림이 평화로울 때
앨리스 D. 도마 지음
김미연 옮김
사회평론아카데미
 
“당신을 찾느라 차창 밖으로 목을 뺀 십오 분 사이/ 겨울이 왔고/ 가을은 저물 대로 저물어/ 지상의 바닥까지 어둑어둑했습니다”.
 
이병률 시인의 시 ‘장도열차’에서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는 “십오 분”은 한없이 긴 시간으로 묘사됩니다. 열린 차창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던 그 십오 분 동안 어느덧 겨울이 오고 지상은 바닥까지 어두워지고 마니까요. 이렇듯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은 마음을 졸이고 애태우는 일입니다. 흔히 ‘피가 마른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이 역시 일리 있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사람은 불확실한 상황에 처한 채 누군가를 기다릴 때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그때 분비되는 호르몬이 혈액을 끈끈하게 하여 서로 달라붙기 쉬운 상태로 만들어버리니까요.
 
그렇다면 난임인 여성이 ‘아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 시간은 어떻게 흘러갈까요? 사실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흐르지 않습니다. 우리가 시간의 흐름에 신경을 쓸수록 상대적으로 시간은 늘어나고 길어집니다. 난임치료 중인 여성은, 그렇게 무한히 늘어난 듯 느껴지는 시간 속에서 때에 맞춰 병원을 찾아야 하고 지시사항을 따라야 하며 그런 뒤에 떨리는 마음으로 임신테스트기를 들여다보거나 혈액검사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거지요.
 
조사결과에 의하면, 난임치료를 받은 여성의 50% 이상이 인생의 가장 힘들었던 시기로 난임시술을 받던 때를 꼽는다고 합니다. 예전에 약국 일을 할 때 저를 자주 찾던 C도 그랬습니다. 시술을 받기 시작한 지 1년이 좀 지난 그녀는 이 모든 상황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어 불안과 스트레스 상태에 놓여 있었습니다. 어느 날이던가, 임신테스트기 여러 개를 사면서 C는 이렇게 물었지요. “혹시 임신에 좋은 뭔가가 더 없을까요?” 하지만 C는 또한 다 알고 있었을 겁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데까진 이미 다 해보고 있다는 것을요.
 
극심한 난임의 고통. 『기다림이 평화로울 때』의 저자 앨리스 도마는 ’훈련을 통해 평온을 유지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박종근 기자]

극심한 난임의 고통. 『기다림이 평화로울 때』의 저자 앨리스 도마는 ’훈련을 통해 평온을 유지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박종근 기자]

책을 읽으면서 정말 오랜만에 C가 떠올랐습니다. C만이 아니라, 임신테스트기나 엽산 영양제를 사면서 걱정 어린 얼굴로 혹은 불안과 기대가 교차하는 얼굴로 여러 가지를 묻던 또 다른 C들도 말입니다. 만약 그때 이 책을 알고 있었더라면, 분명 더 나은 이야기를 해줄 수 있었을 겁니다. 어쩌면 책 제목을 말해주고 찬찬히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할 수도 있었겠지요.
 
여기엔 난임과 여성건강에 관한 심신 프로그램의 권위자 앨리스 D. 도마 박사의 16년간의 임상경험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도마 박사는, 난임치료에서 의학기술은 경이로울 정도로 발전했지만 정작 그 모든 과정을 겪어내야 하는 여성은 여전히 심리적 갈등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상황을 주목했습니다. 난임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병원은 수도 없이 많았지만 그에 동반되는 갈등, 분노, 슬픔, 혼란스러움에 대처하는 방법은 아무도 일러주지 않았던 거지요. 따라서 책은, 난임치료 중인 여성이 평화로운 마음으로 그 기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감정을 이완하는 여러 방법을 통해 우울이나 불안을 가라앉히고 부정적인 느낌을 긍정적으로 바꿈으로써 스스로 삶을 통제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지요.
 
물론 누구나 불안해하는 사람에게 쉽게 말해줄 수는 있습니다. “마음을 편히 가져”라고요. 혹은 원하는 것을 이루려면 이러이러한 것을 해보라고 조언해줄 수도 있지요. 그러나 이 책이 다른 점은, 마음과 몸을 하나로 보면서 여러 훈련을 통해 평온함을 유지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을 알려준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 다른 것은, 책의 궁극적 목표가 ‘아이를 갖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도마 박사는, 이 모든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여성이 다시 스스로의 삶의 주인이 되어 행복하고 긍정적인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라고 강조하지요.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이들이 아기를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현대사회에서 난임은 결코 드문 일이 아니니까요. 또한 그렇기에 더더욱, 그로 인한 고통과 고민이 혼자만의 것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기다리는 내내 세상이 언제나 아침처럼 밝고 평온하기를 바라며, 예측할 수 없고 통제할 수 없는 시간을 지나고 있을 많은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김희선 소설가·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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