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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2019년 미·중 무역분쟁 관전법

중앙선데이 2019.01.12 00:20 618호 31면 지면보기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새해가 밝았다. 만나는 사람마다 올해 통상문제는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해한다. 상식 파괴의 보호무역주의에 시달린 지난해의 후유증이다.
 
안타깝지만 지난해와 별반 차이 없는 한 해가 우리를 기다리는 듯하다. 보호무역주의 기세는 여전하고 갈등의 골은 깊어만 간다. 2018년을 복기하면 뭘 덜 팔고 더 사고의 문제가 아니라 교역체제 지각변동의 경고음이 울린 한 해다. 기존 체제와 서로에 대한 불신이 확인되었다. 해가 바뀌었다고 없던 이해심과 여유가 생길 리 만무하다.
 
오히려 상황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전 세계적 경기둔화 움직임을 주목하자. 2018년을 빼면 최근 보호무역주의 조치가 급증한 시점은 각각 1997~1998년, 2008~2009년 직후다. 금융위기 시점이다. 불황의 화살을 외국 상품으로 돌린 탓이다. 경기 하강이 현실화되는 올해 그 재연이 우려된다.
 
새해 여러 통상 현안 중 그 핵심은 역시 미·중 분쟁이다. 새해 벽두부터 전 세계의 관심 속에 진행된 미·중 차관급 협상이 나름 일부 성과를 내고 종료하였다. 일단 반가운 소식이다. 지난해처럼 대놓고 다투지 않는 게 어딘가.
 
한 걸음 더 들어가 보자. 지금 미국의 가장 큰 불만은 ‘중국 제조 2025’로 대표되는 중국의 경제·산업정책이다. 3단계로 나뉘어 장장 2045년까지 이어진다. 이 정책에 대한 미국의 그림은 이러하다. 중국 정부가 지원대상 산업을 정한다. 그럼 국영기업이 이를 떠맡거나 측면에서 지원한다. 그다음 정부 소유 은행들이 나서 대규모 금융지원을 한다. 정부는 다양한 정책수단으로 외국 경쟁업체를 견제하고 시장을 조정하며 이 산업의 육성을 이끌어 간다. 미국은 이 흐름을 차단하지 않고는 앞으로 중국과의 경쟁이 힘들다고 판단한다. 특히 AI(인공지능) 시대와 디지털 경제에서 이러한 발전 모델이 더욱 힘을 발할 것을 우려한다. 그러니 중국에 이를 포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이렇다. 이 흐름은 결국 한 나라의 산업·금융정책을 망라한다. 이를 바꾼다는 것은 거의 환골탈태 수준이다. 과연 중국이 그간 자신의 발전을 뒷받침한 핵심 기제를 버리고 이 요구를 수용할 수 있을까. 아니 중국 말고 다른 나라라도 과연 이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일부 개선은 약속할 수 있다. 그러나 본질적인 변화는 전혀 다른 문제다. 어찌 보면 미국과 중국은 근본적인 해결이 힘든 이슈를 사이에 두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그러니 앞으로도 이 분쟁의 불씨는 그대로 남아 발화와 진화를 거듭할 것이다. 이 부분을 직시하자.
 
일단 올해는 일부 가시적 조치를 주고받고, 서로의 입장을 확인한 후 문제를 덮어 두고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일종의 관리 모드다. 중국이 미국산 에너지와 상품을 수입하고 지식재산권 보호에 성의를 보여 미국을 달래는 것은 그러한 맥락이다. 미국도 대중(對中) 압박은 지속하지만 몇 가지 전리품을 챙기면 정면충돌로까지 나가지는 않을 것이다. 이렇게 서로 조심하며 몇 년 지내다 새로운 정치·경제적 계기가 생기면 충돌 모드로 전환된다.
 
앞으로의 관리 모드를 양국 갈등이 해소된 것으로 잘못 판단하지는 말자. 막장 드라마를 벗어났다고 해피엔딩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제 양국의 정면충돌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여러 중요한 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 어쩌면 사드(THAAD) 문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어려운 결정의 순간이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우리 수출기업들은 애만 탄다. 두 나라는 이들의 투자, 생산, 판매의 핵심이다. 불확실한 양국 관계는 사업계획 수립과 조정에 너무나 중대한 변수다. 몇 년 뒤를 내다볼 수 없으니 뭘 어찌할 수가 없다. 기업들도 나름 여러 루트로 정보를 모으지만 종당에는 정부만 쳐다본다. 우리 정부가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이들의 의사결정에 중요한 퍼즐이다.
 
정부는 대체로 조용한 관망 모드다. 사실 지금 정부라고 뾰족한 수가 있으랴. 그래도 중요한 것은 간절히 쳐다보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메시지 전달과 방향의 제시다. 현재 상황이 이러하고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으로 본다는 정부의 이야기를 기업들은 애타게 기다린다. 여러 시나리오와 대응방안을 담은 목소리를 간절히 기대하고 있다.
 
정부의 고충과 한계를 설명하고 솔직한 논의를 진행하자. 하다못해 정부와 수출기업들이 모여 비통한 심정을 서로 나누어도 좋다. 부동산·교육정책에 대하여 설명하는 만큼이라도 기업들에 전해진다면 이들의 불안감은 꽤 줄어들 것이다. 다른 분야처럼 소통은 여기서도 필요하다.
 
책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으니 누구든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설사 예측이 빗나간다 해도 지금 같은 상황에서 누가 정부를 탓하랴. 얼마 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안이 큰 문제 제기 없이 국회를 통과한 것도 바로 정부의 어려움을 국민들이 알고 있다는 방증이다. 좀 더 자신감 있게 대처하자. 마치 아무 일도 없는 듯한 정부의 관망 모드는 기업들을 더욱 혼돈에 빠뜨린다.
 
이런 소통을 위한 상시적인 논의의 장이 필요하다. 위원회든, 포럼이든, 토론회든, 타운홀 미팅이든 그 형식은 문제 되지 않는다. 올 한 해 이것만 이루어도 지난해보다는 큰 진전이다.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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