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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에 반한 영국 남자 “이 맛을 영국 사람은 모른다니…”

중앙선데이 2019.01.12 00:02 618호 19면 지면보기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이 10일 개최한 ‘제 15회 한국 이미지상 시상식’에서 한국을 널리 알린 공로로 ‘징검다리상’을 받은 ‘영국 남자’의 조쉬(왼쪽)와 올리를 인터넷의 바다에서 마우스 징검다리를 건너고 있는 모습으로 형상화했다. [신인섭 기자]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이 10일 개최한 ‘제 15회 한국 이미지상 시상식’에서 한국을 널리 알린 공로로 ‘징검다리상’을 받은 ‘영국 남자’의 조쉬(왼쪽)와 올리를 인터넷의 바다에서 마우스 징검다리를 건너고 있는 모습으로 형상화했다. [신인섭 기자]

하고 싶은 것과 잘하는 것이 신기술과 만나면 어떻게 될까. 유튜브를 시작한 지 5년 만에 독자 300만명, 총 조회수 7억 5079만회를 돌파한 ‘영국 남자(Korean Englishman)’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될 수 있다. 열두 살 때부터 한국 문화를 접한 영국 청년 조쉬(Joshua Carrott·30)와 어릴 적부터 영상 만드는 재주가 있던 그의 친구 올리(Oliver Kendal·32)가 의기투합해 만든 이 ‘한국과 영국 문화 비교체험’ 영상은 이제 양국은 물론 전세계를 이어주는 단단한 ‘징검다리’가 됐다.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이사장 최정화)이 15년째 주최하고 있는 ‘한국이미지상 시상식’에서 한국을 널리 알린 외국인에게 주는 ‘징검다리상’을 받기 위해 내한한 이들을 10일 만났다.
 
조쉬는 어떻게 한국과 인연을 맺게 됐나.
“12세부터 18세까지 중국에서 살았다. 처음에 문화적 충격이 너무 커서 많이 힘들었는데, 그때 내게 친구하자고 손을 내민 아이들이 한국인들이었다. 신기한 게, 당시 국제학교 우리 반은 나 빼고 다 한국인이었다. 집에 놀러가기도 하고 밥도 얻어먹으며 한국 문화를 접하기 시작했다.”
 
올리와는 어떻게 만났나.
“런던으로 돌아온 뒤 런던대 SOAS(School of Oriental and African Studies)에 들어가 한국학을 공부했는데, 입학식 날 만난 친구가 국제개발협력학을 전공하는 올리였다. 교환학생으로 고려대에 와서 1년간 공부할 때, 외로워하지 말라며 올리가 영국 친구들 동영상을 찍어 보내주면서 더 친해졌다.”
 
‘영국 남자’를 시작한 계기는.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익숙해진 나는 내가 알게 된 것들을 사람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었다. 또 올리는 영상을 재미있게 찍기로 소문난 친구였다. ‘우리가 좋아하는 일을 해보자’는 생각에 둘 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넉 달간 꼼꼼한 준비를 거쳐 2013년 6월 첫 방송을 시작했다. 당시 로버트 할리 빼고 한국어 잘하는 외국인이 별로 없었기에 우리의 역할이 있을 것 같았다. 당시 유튜브가 나온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고, 얼마나들 볼까 궁금했다.”
 
역할 분담은 어떻게 하나.
“기획 40%, 촬영 10%, 편집 40% 정도로 구분한다. 내가 내용을, 올리가 편집을 맡는다. 이번에도 한국에 온 김에 3테라바이트 분량을 촬영했다. 10개의 에피소드로 올릴 예정이다.”
 
한국 수능시험 소개, 할리우드 연예인 인터뷰도 화제가 됐지만 ‘불닭볶음면 먹기’ 같은 ‘먹방’으로 떴다.
“사실 먹방을 찍는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했다. 다만 문화를 소개할 때 제일 쉽고 어울리는 것이 음식 콘텐트다. 나는 K팝으로 한국을 알게 된 사람이 아니다. 그 이전에 친구 어머님들이 차려준 한국 음식이 있었다. 이 맛있는 걸 영국 사람들이 모른다는 게 억울할 정도였다.”
 
‘삼겹살 처음 먹어본 영국인 반응’을 본 횟수가 1562만회나 된다.
“한국 음식은 비빔밥이나 불고기가 유명하지만 내가 즐겨먹던 것은 비빔밥이 아니라 삼겹살과 치킨이었다. 처음 먹었을 때 너무 맛있어서 놀랐다. 내 친구들에게는 한국의 젊은 친구들이 좋아하는 것을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삼겹살을 소개하는 콘텐트가 거의 없었다는 게 오히려 신기했다.”
 
영국에서 잘 팔릴 것 같은 음식이 있다면.
“지금 영국에서는 한국식 K치킨이 인기다. 똑같은 프라이드인데 맛이 틀리다. 기름진 영국 치킨에 비해 한국 치킨은 종류도 많고 더 맛있다.”
 
2017년 2월엔 ‘졸리(Jolly)’도 런칭했다. 다른점은.
“졸리는 조쉬와 올리의 합성어다. ‘즐거운’ ‘쾌활한’이라는 뜻으로 우리에게 딱 어울린다. 구독자분들이 우리 둘의 삶과 우정에도 관심을 보여주신다는 것을 깨닫고 만들었다.”
 
시청자 피드백은 어떤가.
“국제적 시청자가 점점 늘고 있다. 우리 영상을 보고 한국에 간다는 연락도 자주 온다. 그럴 때마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청자 중 한국인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
“‘영국 남자’의 경우 약 60%, ‘졸리’의 경우 약 30% 정도다.”
 
북한에 대한 영상을 만들 계획도 있나.
“북한을 충분히 알아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한국에 대해 만들고 싶은 영상이 너무 많다.”
 
유튜브 환경도 많이 달라졌다.
“무서울 정도다. 우리는 거대한 유튜브에서 아주 작은 조각에 불과하다. 큰 기회를 얻었고 그런만큼 책임감도 크다. 무엇보다 파트너가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흔히 ‘1인 미디어’라고 하지만 혼자서는 제대로 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 말고도 네 명의 직원이 모두 힘을 합쳐 일한다.”
 
한국 초등생들 꿈이 유튜버라고 한다. 조언을 해준다면.
“다른 유튜버들이 재미있어 보이기 때문에 그냥 따라하려 한다. 저희는 남들이 안 하는 것을 시도했다. 무엇보다 열정을 갖고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을 찾아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열정이 동력이 돼야한다. 지속적인 열정이 없으면 빨리 지친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같은 유사 포맷 방송도 나왔다.
“트렌디한 한국 문화를 외국과 외국인에 알리는 방법이 많아졌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처음에 긴장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한발 뒤에서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됐고 새로운 열정이 생겼다.”
 
성공 비결이라면.
“우리가 배운 것은 숫자에 집중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어떤 것이 히트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는 매번 최선을 다해 만들려고 노력할 뿐이다. 완벽주의자인 올리가 마음에 들어야 올리는 것이다(웃음). 영상으로 돈 많이 벌어 잘 사는 게 아니라 이 일을 계속 하고 싶은 것이 우리의 목표다.”
 
요리사인 부인(국가비)도 유튜버인데.
“미국 LA의 문화행사장에서 만났다.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 스페인과 미국에서 거주하며 다양한 문화경험이 있다는 것이 나와 잘 맞는다고 느꼈다. 같은 직업이라 서로 이해하는 점이 많아서 좋다. 우리집 1층을 사무실로 공유하지만, 채널은 각자 독립적으로 운영한다.”
 
앞으로 계획은.
“사무실에 걸린 커다란 화이트 보드에 아이디어가 가득 적혀있다. 한국 연예인들이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을 우리에게 소개하는 콘텐트도 곧 선보인다.”
 
정형모 전문기자/중앙 컬처&라이프스타일랩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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