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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 홀드가 7000만원…실내암장의 비밀

중앙선데이 2019.01.12 00:02 618호 26면 지면보기
지난 8일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맑음클라임에서 처음으로 실내암장을 찾은 사람들이 같은 초보자가 등반하는 모습을 보고 놀라고 있다. 교육만 충실히 따르면 6개월 뒤엔 일취월장할 수 있다. 김홍준 기자

지난 8일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맑음클라임에서 처음으로 실내암장을 찾은 사람들이 같은 초보자가 등반하는 모습을 보고 놀라고 있다. 교육만 충실히 따르면 6개월 뒤엔 일취월장할 수 있다. 김홍준 기자

# 1장  
서울 마포구 성산동의 홍대 클라이밍. 음악이 흐르고 불이 켜진다. 선수(기자) 입장. 초크를 묻힌 손이 스타트 홀드를 잡는다. 선수는 불이 켜진 다음 홀드를 노려본다. 풀쩍. 다시 풀쩍. 다섯 번의 큰 동작 뒤에 마지막 홀드를 두 손으로 잡는다. 암장 관리자 조은성(33)씨 등장.

 

[조은성] V4로 올려볼까요?
[기자] (안색이 굳어지며) 안 될 것 같은데요.

 

조씨가 스마트폰으로 ‘문보드(Moonboard)’ 앱을 만지작거린다. 영국 클라이머가 만든 이 앱은 클라이밍 월(wall)과 블루투스로 연결돼 있다. 벽면 모든 홀드 밑에는 LED가 있다. 앱에서 난이도를 고르면 LED가 켜진다. 이른바 볼더링(bouldering)이라고 불리는 등반 문제가 뜨는 것이다. 볼더는 작은 바위를 가리키는데, 이곳을 오르는 행위를 볼더링이라고 한다. 그것을 실내로 가져왔고 앱으로 진화시켰다. 문보드에는 전 세계 클라이머들이 낸 문제 3만 여개가 있다. 클라이밍 월과 홀드의 종류·위치·방향은 세계 곳곳에서 일치시킨다.
 

조씨가 기어이 볼더링 난도를 높인다.
[조은성] 몸을 좀 날려야 할 것 같군요.

[기자] 으왁!(철퍼덕)

괴상한 비명과 함께 기자가 매트에 떨어진다. 암전.

서울 성산동의 홍대클라이밍에서 '문보드' 앱을 통해 실내암벽을 즐기는 클라이머. 앱에서 등반 문제를 선택하면 클라이밍 월의 LED가 반짝이고(사진상의 초록색, 파란색, 붉은색) 클라이머는 이 LED를 따라 등반하게 된다. 김홍준 기자

서울 성산동의 홍대클라이밍에서 '문보드' 앱을 통해 실내암벽을 즐기는 클라이머. 앱에서 등반 문제를 선택하면 클라이밍 월의 LED가 반짝이고(사진상의 초록색, 파란색, 붉은색) 클라이머는 이 LED를 따라 등반하게 된다. 김홍준 기자

새해부터는 운동 좀 하겠다는 다짐이 쏟아진다. 매년 그 다짐이 다짐으로 그치지 않으려면 운동에 흥이 있어야 한다. 실내암장에는 홀드가 난수표처럼 펼쳐져 있다. 실내암장은 홀드와 홀드 사이의 수수께끼를 머리와 몸으로 푸는 재미를 불러일으킨다. 실내라 추위도, 미세먼지도 덜하다.  
 
 
 
지난해 9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스포츠클라이밍 종목에서 나란히 금·은·동메달을 딴 천종원(22)·사솔(24)·김자인(30)도 평소에 ‘동네 실내암장’에서 몸을 만들었다. 의외로 가까운 곳에 실내암장이 있다는 얘기다. 동으론 강릉, 서로는 목포, 남으론 제주, 북으론 춘천 등 전국에 220여 곳이다. 수도권에만 100곳이 훌쩍 넘는다. 그 실내암장이 바뀌고 있다. 앱과 증강현실 등을 이용한 진화, 동네 아이들까지 불러들이는 친화다. 그 현장을 연극 대본 형식으로 엮었다.
 
# 2장    
경북 구미시 옥계동의 킹스클라임. 지난달에 문을 연 따끈한 실내암장. 희미한 조명 속 암장지기 장세복(43)씨가 빔 프로젝트를 클라이밍 월에 비춘다. 명랑, 쾌활한 음악이 터져 나오며 화려한 색이 점점이 펼쳐진다.

경북 구미의 '킹스 클라임'에서 한 클라이머가 증강현실을 이용한 스크림 암벽을 체험하고 있다. 홀드를 잡고 이동을 많이 할수록 점수가 높아지는 '땅따먹기' 게임이다. 김홍준 기자

경북 구미의 '킹스 클라임'에서 한 클라이머가 증강현실을 이용한 스크림 암벽을 체험하고 있다. 홀드를 잡고 이동을 많이 할수록 점수가 높아지는 '땅따먹기' 게임이다. 김홍준 기자

[장세복] 땅따먹기 하시죠. 많이, 더 크게 움직일수록 본인의 땅이 커집니다.

신체 활동을 추적하는 증강현실(AR)을 이용한 게임이다. 주어진 시간에 활동을 많이 해야 이긴다. 경쟁심을 적당히 자극하면서 운동량을 늘릴 수 있다. 어른뿐 아니라 아이들도 좋아한다. 이 동네는 최근 개발이 이뤄지는 곳. 젊은 부부의 거주가 늘면서 그 아이들을 위한 서비스를 마련한 것이다.

[기자] (안 풀린다는 듯) 한 번 더하죠. 

기자의 연전연패로 그 ‘한 번 더’가 수차례 이어진다. 팔의 전완근에 펌핑(pumping·과부하를 뜻함)이 온다.
 
이어 장세복씨와의 식사 자리.

[기자] 암장 제작비는 어느 정도인가요.

[장세복] 최근 추세에 따라 지상에 암장을 들였어요. 이전에는 암장들이 임대료가 비교적 싼 지하에 있었습니다. 회원들이 환기·채광이 좋은 지상을 선호합니다. 임대료 빼고 벽면 제작, 홀드 구입, 탈의실·샤워장·에어컨 설치 등 330m²(100평) 규모에 2억 원은 들죠. 홀드 비용만 … 좋은 것을 쓰면 7000만 원선입니다. ‘펌핑’ 탓에 젓가락질이 제대로 안 된다. 암전.
 

# 3장  
몇 번의 신호음. 홀드를 수입 판매하는 최석문(46)씨의 목소리가 나온다.  

[기자] 홀드가 얼마씩 하기에….

[최석문] 요새는 덩어리 형태의 볼륨을 많이 씁니다. 질 좋은 것을 기준으로 하면 어른 몸통만한 게 40만원, 팔 길이만한 게 30만원, 팔뚝만한 게 20만원, 주먹만한 게 3~5만 원 정도죠.

갖가지 형태의 홀드. 최근에는 큰 덩어리 형태의 볼륨을 많이 쓴다. 김홍준 기자

갖가지 형태의 홀드. 최근에는 큰 덩어리 형태의 볼륨을 많이 쓴다. 김홍준 기자

개당 25만원에 이르는 홀드. 4개를 묶은 한 세트에 100만원이다. 김홍준 기자

개당 25만원에 이르는 홀드. 4개를 묶은 한 세트에 100만원이다. 김홍준 기자

[기자] 동물·종유석·원통 등 홀드 생김새가 최근 들어 많이 바뀌었는데.  

[최석문] 예전에는 최대한 자연 바위의 감촉이 전해질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요즘은 재미와 운동능력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형태로 제작합니다. 플라스틱에 규사를 얼마나, 어떻게 섞는지가 관건이죠.

최씨는 스포츠 클라이밍 대회 루트 세터(setter)이기도 하다. 스포츠 클라이밍 대회에서는 부상으로 홀드를 주기도 한다. 몸통만한 것 3개 한 세트에 120만원이니. 암전.

 

#4장
초보자 판에 불이 켜지고 클라이머들이 하나 둘 등장한다. 이제 10살이 된 아이부터 50대에 접어든 주부까지. 서울 은평구 구파발역 근처의 ‘맑음클라임’ 한대욱(40) 센터장이 난생 처음 실내암장을 찾은 이들을 가르친다. 한 코스, 한 코스 끝낼 때마다 환호성이 터지고 하이파이브가 작렬한다.

지난 8일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맑음클라임에서 실내암장을 처음 찾은 가족과 인근 주민들이 클라이밍 체험을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김홍준 기자

지난 8일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맑음클라임에서 실내암장을 처음 찾은 가족과 인근 주민들이 클라이밍 체험을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김홍준 기자

[한대욱] 힘들지만 한 단계, 한 단계 올리는 재미가 쏠쏠하지요? 이런 게 바로 실내암벽의 묘미입니다.  
일동 박수로 화답한다. 딸과 아들을 데리고 온 ‘초보1’ 윤주희(40)씨는 상기된 표정이다.  

[윤주희] 딸 친구가 실내암벽 몇 달 해봤더니 살이 쫙 빠지고 키가 엄청 컸더라고요. 아이들이 와보자고 했는데, 제가 더 재밌네요. 가족 스포츠로 함께 하렵니다.  

[초보2] (역시 상기된 표정) 이 근처에 사는데, 오며가며 해볼 기회만 엿보다가 막상 오니 왜 그동안 주저주저 했는지 후회 되네요. 

 

맑음클라임은 아이들이 많은 동네임을 감안해 ‘키즈 타임’을 별도 운영하고 있다. 이때 12살 권기범군이 고난도 벽에 오른다. 실내암벽 경험 갓 1년, 웬만한 성인도 붙기 힘든 루트에서 토훅(발등을 홀드에 거는 기술), 힐훅(뒤꿈치를 거는 기술), 플래깅(몸 균형이 깨진 상태에서 중심을 잡는 기술)을 구사하며 힘차게 날아오른다. 막이 내린다.
김홍준 기자 rimrim@joongang.co.kr  
"직장~집 사이 암장 찾아 6개월은 강습 받아야"
■ 윤길수씨가 제시하는 초보자 가이드
암벽등반 경력 40년의 윤길수씨는 '암장운동은 디테일'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윤길수

암벽등반 경력 40년의 윤길수씨는 '암장운동은 디테일'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윤길수

“실내암장은 찾아가기 편한 곳으로, 암벽화는 신어서 아픈 곳 없이 편한 것으로.” 
 
홍대클라이밍·화정클라이밍을 운영하는 윤길수(61)씨는 실내암장에 도전하려는 초보자들을 위해 가이드를 제공했다. 윤씨는 국내 스포츠클라이밍 1세대. 북한산 인수봉 등에 루트를 개척하고 1998년에는 무역센터를 오르기도 했다. 호리호리한 몸매의 그는 실제 나이보다 10살은 젊어 보였다.  
 
실내암장은 역동적이다. 루트라는 목표가 눈앞에 있고 당장 그 목표를 실현할 수 있다. '잔 근육을 많이 써 몸매가 예뼈진다'는 말도 있다. 클라이밍은 체중과의 싸움이므로 다이어트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암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윤씨는 “운동 의욕도 중요하지만 의욕이 이동의 편의를 이기기는 힘들다”며 “직장에서 집으로 향하는 동선 상에 있는 암장을 찾아라”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서울 시청 근처에 직장이 있고 집이 신설동이라면 종로2가의 더코아클라이밍이나 종로5가의 아트클라이밍, 신설동의 산타클라이밍을 이용하는 게 편하다.  

 
준비물은 간단하다. 편한 옷과 암벽화, 초크(손의 땀을 제거하는 분말)만 있으면 된다. 암벽화를 처음 신어보는 초보자들은 일반 신발에 비해 압박감을 느낀다. 윤씨는 “암벽화가 발을 심하게 조이면 발에 체중을 싣고 일어서기가 힘들다”며 “결과적으로 팔에 체중이 과도하게 실려 부상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클라이밍은 디테일’이라고 강조했다. 3~6개월은 체계적인 강습을 받아야 시간도, 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초기에 제대로 배우지 않으면 나중에 쉽게 고쳐지지 않고 진전도 없어 흥미가 반감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실력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길항근’ 트레이닝도 중요하다. 윤씨는 “ 실내암장 운동은 ‘당기는 동작’이 많지만 ‘미는 힘’도 키워야 부상이 덜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마무리 스트레칭까지 해야 운동이 끝나는 것”이라며 “뜨거운 물보다 차가운 물에 샤워를 하는 게 피로 회복에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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