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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모든 게 내 책임”이라고 외쳐보라

중앙일보 2019.01.12 00:02
100% 책임질 때 잠재능력 발휘… 성공적인 결정보다 올바른 결정을
 
사진:ⓒ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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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최근 사장으로 임명됐다. 중책을 맡아 부담도 컸지만, 꿈꾸던 자리인 만큼 하늘을 날듯 기뻤다. 사장 자리는 3개월 공석이었다. 그러다 보니 회사의 중요 의사결정이 많이 미뤄졌다. 취임 직후부터 그녀에겐 결정해야 할 일이 물밀듯 밀려온다. 그녀가 결정해야 하는 것은 모두 만만치 않다. 직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고, 큰 돈이 들어간다.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될 수도 있다. 오늘도 최적의 결정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임직원 의견을 경청하고, 전문가 의견도 참고한다. 의견수렴이 잘 되면 결정이 쉽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정말 제각각이다. 혼란스럽다. 자신 봉급이 의사결정의 대가라는 걸 잘 알지만, 이 모든 결정을 왜 내가 다 해야 하는지 짜증이 난다.
 
얼마 전 지방발령이 있었다. 회사 내규에 따르면 20개월 쌍둥이 엄마인 여직원이 가야하는데, 육아문제로 너무 힘들겠다 싶어 후순위 남직원을 보냈다. 저출산 문제 해결에도 기여하는 일이므로, 자신의 배려와 결단에 직원들이 박수를 보내리라 생각했다. 아니었다. 후폭풍이 컸다. 먼저 노동조합이 항의했다. 직원들도 원칙을 지켜야 할 사장이 원칙을 깼다며 난리였다. 결국 그녀는 사과했다. 후회도 했다. 이후 그녀는 의사결정이 더 어려워졌다. 좋은 결정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항상 긴장되고 불안하다. 뭐 하나 결정하려면 여러 변수가 떠올라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다. 작은 결정 하나 하는 데 일주일 이상 걸릴 때도 다반사다. 뭐 하나 결정할 수가 없다. 많은 생각에 잠을 설치다 보니 항상 몸은 피곤하다. 그녀는 요즘 자신이 결정장애 환자라고 느낀다.
 
꿈꾸던 사장 자리에 올랐는데…
현대인은 대다수 결정장애에 시달린다. 정보 과잉 속에서 무엇을 선택할지 어렵다. 큐레이션 서비스가 난무한다. 우리는 누군가 선택해줘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결정장애는 병이라기보다는 증상(현상)이다. 비슷한 결과에 대한 결정을 할 때는 망설인다. 수많은 선택지가 있을 때는 결정을 못한다. 결과가 불확실할 때도 결정이 어렵다. 선택의 딜레마가 있다. 이래도 최악이고, 저래도 최악일 때다. 햄릿증후군이라 한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햄릿은 우유부단한 현대인의 대명사다. 늘 고민하고 괴로워하며, 마지막 결정을 못 내린다. 결과에 대한 비난과 처벌을 두려워한다.
 
결정장애는 책임에 대한 두려움에서 온다. 의존적인 사람은 결정장애에 잘 빠진다. 결과에 대한 책임을 두려워한다. 모든 결정을 상대에게 맡기고, 고민 없이 선택한다. 잘 되면 상대의 몫이 되고, 잘못 되면 뒤집어쓴다. 결국 권리는 빼앗기고, 책임만 지게 된다. 의존적인 성격은 과잉보호 속에서 자란 경우에 온다. 부모가 모든 결정을 내려 결핍 없이 큰다. 결핍이 없으면 욕망하지 않고, 욕망하지 않으면 원하는 게 뭔지 모른다. 나이가 들면 결정해주던 부모가 사라진다. 누군가가 결정해 주기를 원한다면 최악에 떨어진다.
 
결정장애는 평가에 대한 두려움에서 온다. 완벽한 사람은 결정장애에 잘 빠진다. 결과에 대한 평가를 두려워한다.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최고가 아니면 못 받아들인다. 현재 삶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몰아간다. 자신의 기준을 주위에 똑같이 적용한다. 결정장애는 강박증에서 온다. 강박증은 원초적인 배변 갈등이다. 모든 것을 통제하려 하고, 완벽한 결정을 위해 두려워한다. 현대는 완벽주의 사회다.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다. 현대는 강박사회다. 끝없이 발전해야 한다. 완벽한 결정을 요구하는 업무가 날로 증가한다.
 
결정장애는 시선에 대한 두려움에서 온다. 눈치 보는 사람은 결정장애에 잘 빠진다. 눈치 보기는 남의 마음을 살피는 것이고, 분위기를 파악하는 것이다. 남을 의식하는 것이고, 남을 배려하는 것이다. 우리는 시선에 자유롭지 못하다. 남이 하니까, 남이 하는 대로, 남이 시키는 대로 살아간다. 눈치 보기의 덫에 걸린 사람이 있다. 어려서 남의 집에 얹혀 살거나, 가난해서 주위 도움을 받으며 자란 경우다. 부모로부터 조건부 사랑을 받으며 크거나, 파괴적 비판이 심한 가정에서 자란 경우다.
 
옛날 충신이 왕을 배신해 사형선고를 받게 됐다. 그는 왕이 아끼던 사람이었다. 왕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두 개의 문을 제시했다. 첫째는 확실한 방법으로 죽는 길로 통하는 문이다. 둘째는 과거에 아무도 선택하지 않았던 불확실한 길로 통하는 문이다. 충신은 고민 끝에 확실한 방법으로 죽는 첫째 문을 선택했다. 다음 날 왕비가 물었다. “도대체 둘째 문으로 나가면 어떤 길이 나옵니까?” 왕이 말했다. “어릴 때 호기심으로 그 문으로 들어가 보았는데 그냥 밖으로 통하는 길이었다.”
 
자, 그녀에게 돌아가자. 그녀에게 탁월한 처방은 무엇인가? 첫째, 100% 책임을 지자. 인생에서 행복한 두 순간이 있다. 100% 부모 책임 하에 살 때와 100% 내 책임 하에 살 때다. 책임이란 내가 나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무책임과 책임 사이에는 원망과 불평의 낭떠러지가 있다. 인생에서 중간은 없다. 무책임에 있든지, 훌쩍 뛰어넘어 책임으로 가든지, 떠밀려 낭떠러지에 떨어지는 것이다. 책임지는 만큼 통제하고, 책임지는 만큼 자유가 온다. 100% 책임질 때 숨겨진 잠재능력이 발휘된다. 심호흡을 한 후, 이렇게 외치자. “모든 게 내 책임이다.”
 
“가장 완전한 것은 모자란 듯하다”
둘째, 2% 부족한 결정을 하자. “가장 완전한 것은 모자란 듯하다.” 성공적인 결정을 위한 팁은 무엇인가? ▶문제점을 명료하게 정의하고 기록한다. ▶결정을 통해 무엇을 달성할 것인가? 내가 얻는 것과 잃는 것은 무엇인가? ▶질문하는 순간 재빠르게 80%의 결정을 내린다. ▶결정의 20%는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 ▶결정이 어려우면 중지하고 딴 일을 한다. ▶마감 날짜를 정하고 그 때 결정한다. ▶결정을 안 하는 것보다 저지르고 평가하는 게 낫다. ▶새 정보가 들어오면 언제든지 결정을 바꾼다.
 
셋째, 100% 만족시키려 하지 말자. “양 고깃국이 맛있어도 모든 이의 입맛에 맞추기는 어렵다.” 성공적인 결정에서 올바른 결정으로 나아가자. 올바른 결정이란 무엇인가? 선택에 앞서 분명한 목표를 갖는 것이다. 판단에 대해 확실한 책임을 지는 것이다. 결정에 있어 신중히 생각하는 것이다. “두 번 생각하라!” 마음을 가다듬고, 나와 상대의 입장을 파악하고, 상황과 맥락을 살핀 후 결정하자. 심호흡을 한 후, 네 가지를 점검하자. “결정이 자연스러운가? 합리적인가? 공정한가? 시기적절 한가?”
 
※ 필자는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건강 대표.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임상집단정신치료] [후박사의 마음건강 강연시리즈 1~5권] [후박사의 힐링시대 프로젝트] 등 10여권의 책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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