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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 OFF THE PLASTIC 대표
‘오프더플라스틱(OFF THE PLASTIC)’ 고건 대표. 그는 직접 메고 온 가방을 선보이며 ’매일 쓰다 보니 일회용품 사용이 확실히 줄었다“고 말했다. [변선구 기자]

‘오프더플라스틱(OFF THE PLASTIC)’ 고건 대표. 그는 직접 메고 온 가방을 선보이며 ’매일 쓰다 보니 일회용품 사용이 확실히 줄었다“고 말했다. [변선구 기자]

‘습관을 디자인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시작이었다. 고건(31) 대표가 만든 ‘오프더플라스틱(OFF THE PLASTIC)’은 텀블러를 더 자주 사용하고, 일회용 비닐봉지, 우산 비닐을 쓰지 않는 친환경 습관을 들이도록 고안된 가방 브랜드다. 겉만 보면 평범한 에코백 같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디테일이 놀랍다. 가방을 열지 않아도 텀블러를 꺼내기 쉽게 수납공간을 만들되 음료가 흐르지 않게 세로로 두도록 디자인했다. 가방 안엔 장바구니와 우산을 넣도록 방수처리된 공간이 따로 있다. 원통형의 가방 디자인은 무심코 생겨나는 쓰레기를 조금이라도 줄이겠다는 의도로 이케아 휴지통 모양에서 따왔다.

연중기획 매력시민 세상을 바꾸는 컬처디자이너

 
고 대표는 “타고난 환경운동가는 아니다”라며 손사래 쳤다. 그의 이력은 독특하다. 고교 졸업 후 요리학원에 다니다 접고선 4년제 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 편입했지만 스물다섯에 자퇴했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은 브랜드 마케팅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1년간 ‘쓰리잡’을 뛰며 학원비를 마련해 디자인 기초를 배운 후 홍익대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IDAS) 디지털미디어디자인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졸업 후 브랜드 컨설팅 회사에 2년 정도 다니다 퇴사 후 새로운 사업을 구상했다.
 
그때 사회 이슈로 떠오르던 플라스틱 환경문제가 눈에 들어왔다. “일터에서 만났던 환경주의자를 떠올렸어요. 존중받아야 할 신념이지만 실생활에선 ‘유난 떠는 사람들’이라 쳐다보는 눈이 많았죠. 이분들이 자기 소신을 티 내지 않으면서도 불편함 없이 지키는 데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회사명을 ‘오프 더 레코드(off the record·드러내지 않음)’에서 따온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그는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를 직접 찾아다니며 활동가의 생활 습관을 관찰·기록하며 가방 디테일을 꼼꼼히 구상했다. 가방을 만들어본 적 없던 그는 가방회사 아웃라인즈의 정성진 대표(오프더플라스틱 공동대표)에게 제작 과정을 하나씩 배워나갔다. 8개월간 10㎏이 빠질 정도로 애를 썼다. 지금까지 팔린 가방은 모두 두 사람이 서울 대조동 지하 사무실에서 8개월간 손수 바느질해 만든 것이다. 결과는 예상보다 좋았다. 2018년 7월 온라인 크라우드 펀딩에서 900만원 이상 모아 300여 개를 팔았다.
 
최근 광고기획자로 취직한 그는 제품의 생산·판매보다는 오프더플라스틱의 가치관을 알리는 데 더 주력할 예정이다. 블로그·SNS를 통해 10년 이상 쓸 수 있는 ‘타임레스(Timeless)’ 제품을 판매하는 편집숍 등을 알리며 새로운 소비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이 가방을 만들며 친환경적 가치관이 여전히 우리 사회에 정착돼지 않은 현실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환경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깊이 자리 잡혀야 우수한 제품이 많이 만들어지고 팔릴 수 있죠. 이런 고민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꾸준히 소통하며 또 다른 아이템을 구상하고 싶습니다.” 
 
김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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