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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합친 남북 핸드볼 단일팀, 삼겹살 120인분도 뚝딱

중앙일보 2019.01.10 00:02 경제 7면 지면보기
지난달 22일 합동훈련 첫날, 남자 핸드볼 남북 단일팀 선수들이 결의를 다지고 있다. 3주간 호흡을 맞춘 선수들은 스스럼없이 지낸다. 단일팀은 11일 독일과 세계선수권 개막전을 치른다. [사진 대한핸드볼협회]

지난달 22일 합동훈련 첫날, 남자 핸드볼 남북 단일팀 선수들이 결의를 다지고 있다. 3주간 호흡을 맞춘 선수들은 스스럼없이 지낸다. 단일팀은 11일 독일과 세계선수권 개막전을 치른다. [사진 대한핸드볼협회]

 
“힘을 합쳐서 조선 사람의 핸드볼 실력을 세계 앞에 보여주겠습니다.”

내일 독일과 세계선수권 개막전
남북한, 생일파티로 팀워크 다져
입장권 1만4000장 이미 다 팔려
“한마음 준비, 멋지게 경기 할 것”

 
11일 세계핸드볼선수권대회 개막을 앞두고 남북 단일팀에 합류한 북한의 레프트백 이성진(30·예성강 지역팀)이 밝힌 각오다. 2019년 처음으로 구성된 남북 핸드볼 단일팀은 독일·덴마크가 공동 개최하는 제26회 세계핸드볼선수권대회에 ‘코리아’란 이름으로 출전한다. 첫 경기 상대는 남자 핸드볼 세계 1위 독일이다.
 
남자 핸드볼 남북 단일팀이 5일 가진 독일 현지 팀과의 연습 경기 후 함께 모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대한핸드볼협회]

남자 핸드볼 남북 단일팀이 5일 가진 독일 현지 팀과의 연습 경기 후 함께 모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대한핸드볼협회]

 
11일 오전 2시 15분(한국시각) 독일과 공식 개막전을 치르는 남북 핸드볼 단일팀에 대한 독일 현지의 반응은 뜨겁다. 분단과 통일을 경험한 독일은 단일팀으로 처음 세계핸드볼선수권에 나서는 코리아에 대한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지난 4일 훈련장인 베를린의 한 체육관에서 진행한 남북 단일팀 기자회견엔 독일의 30여 개 매체가 취재 경쟁을 했다. 독일 스포츠샤우는 “역사적인 일이 다가오고 있다”고 전했고, 국제핸드볼연맹(IHF)도 “스포츠 그 이상의 역사를 만든다”면서 남북 단일팀의 의미를 전했다. 개최국인 독일 대표팀의 첫 경기인 데다 남북 단일팀에 대한 관심까지 맞물려 개막전이 열리는 베를린 메르세데스 벤츠 아레나의 입장권 1만4000여 장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개막전에는 또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도 참석할 예정이다.
 
7일 열린 독일 현지 팀과의 연습 경기에서 남북 핸드볼 단일팀의 주장 정수영(왼쪽 한국)이 코트에 투입된 이성진(북한)과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 대한핸드볼협회]

7일 열린 독일 현지 팀과의 연습 경기에서 남북 핸드볼 단일팀의 주장 정수영(왼쪽 한국)이 코트에 투입된 이성진(북한)과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 대한핸드볼협회]

 
남북 핸드볼 단일팀은 지난해 5월 하산 무스타파(이집트) IHF 회장의 제안에 따라 11월 말 전격 결성됐다. 전체 엔트리 20명 중 남한 선수가 16명, 북한 선수가 4명이다. 지난해 12월 22일 베를린에서 첫 합동 훈련을 했다. 북한은 이성진을 비롯해 이경송(22·용남산체육단), 이영명(21·관모봉 지역팀), 박종건(19·김책체육단) 등 상위권 팀의 최우수선수 위주로 선발했다. 앞서 탁구·농구·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그랬듯 남과 북이 서로 다른 용어를 익히는 게 급선무였다. 핸드볼을 북한에선 ‘송구’로 부른다. 이영명은 “갑자기 영어 용어가 나와서 이해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서로 알아가면서 맞춰갔다”고 말했다.
 
7일 열린 독일 현지 팀과의 연습 경기에서 슛을 시도하는 남북 핸드볼 단일팀의 이성진. [사진 대한핸드볼협회]

7일 열린 독일 현지 팀과의 연습 경기에서 슛을 시도하는 남북 핸드볼 단일팀의 이성진. [사진 대한핸드볼협회]

 
국군체육부대 감독인 조영신(52) 남북 단일팀 감독은 “우리는 단일팀이다. 훈련할 때 소리도 함께 크게 지르자”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그리고 훈련 시간은 물론 식사 및 휴식 시간에도 가능하면 남북 선수들이 함께 어울리도록 했다. 남북의 용어가 다르긴 했지만, 선수들은 금세 가까워졌다. 휴식 시간에 족구 게임을 하면서 꿀밤 내기도 했다. 훈련 기간 생일을 맞은 구창은(26·두산)의 생일 파티에 남북 선수들이 함께 했고, 현지 한식당을 찾아가 삼겹살 120인분을 함께 구워 먹으며 친분을 더 다졌다. 단일팀 주장 정수영(34·SK호크스)은 “선배로서 북측 선수들을 배려하면서 많이 가르쳐주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조영신 감독은 “북한 선수들의 기술 습득 능력이 뛰어나다.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남자 핸드볼 남북 단일팀이 5일 가진 독일 현지 팀과의 연습 경기 전 함께 모여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 대한핸드볼협회]

남자 핸드볼 남북 단일팀이 5일 가진 독일 현지 팀과의 연습 경기 전 함께 모여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 대한핸드볼협회]

 
남북 단일팀은 대회 개막을 앞두고 독일 현지 팀과 두 차례 연습 경기를 치러 1승1패를 거뒀다. 대회 조별리그에선 쉽지 않은 경쟁이 예상된다. 세계 최강 독일을 개막전에서 만난 뒤 러시아(12일·세계 4위), 프랑스(15일·5위), 세르비아(16일·6위), 브라질(17일·27위)과 대결한다. 북한은 세계 랭킹 자체가 없고, 한국은 19위다. 조영신 감독은 “매 경기 남북한 선수가 같이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 “함께 훈련한 시간은 짧지만, 선수들이 한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 최선을 다해 멋진 경기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대회는 JTBC3 FOX SPORTS가 생중계한다.
 
지난해 평창 겨울올림픽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단일팀을 구성했던 남북한은 핸드볼 단일팀을 계기로 올해도 남북 체육 교류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특히 내년 7월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남북간 단일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11일까지 종목별로 남북 단일팀 결성에 대한 의견을 모은다.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단일팀을 이뤘던 여자농구·카누·조정 등은 도쿄올림픽에도 단일팀으로 출전할 것으로 보인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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