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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산갈치부터 때아닌 숭어떼까지…‘대지진’ 전조 증상?

중앙일보 2019.01.09 20:15
7일 오전 강원 고성군 죽왕면 문암진리 해안에서 발견된 길이 4.2m 크기의 대형 산갈치 한 마리(왼쪽)과 8일 강원 강릉시의 한 해변에 숭에 떼(오른쪽) [독자제공=연합뉴스]

7일 오전 강원 고성군 죽왕면 문암진리 해안에서 발견된 길이 4.2m 크기의 대형 산갈치 한 마리(왼쪽)과 8일 강원 강릉시의 한 해변에 숭에 떼(오른쪽) [독자제공=연합뉴스]

최근 강원도 해안 등 동해안에서 흔하지 않은 심해어들이 연이어 발견되자 네티즌 사이에서 '대지진 전조 증상' 아니냐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진과 심해어 출현을 연관 짓는 것은 무리라는 분석이지만, 비슷한 시기 일본과 백령도 해역에서 지진이 연이어 발생해 불안감은 확산하고 있다. 
 
지난 5일 강원도 고성지역 해안에서 약 50cm 크기의 한치가 발견됐다. 이어 지난 8일에는 길이 4.2m 크기 대형 산갈치가 등장했고, 같은 날 강릉의 한 해변에서는 수를 짐작하기 힘들 정도의 숭어 떼가 파도를 타고 나타나 관광객들을 놀라게 했다. 아울러 최근 동해안에서는 회유 경로를 알 수 없는 자연산 명태가 나타났다 사라지기도 했고, 전설의 심해어로 알려진 길이 1.5m 이상의 투라치가 강릉 경포 해변에서 발견됐다. 대형 심해어를 비롯해 때아닌 어류들의 출현에 네티즌은 놀라움보다 지진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지난 5일 고성군 죽왕면 문암진리 해안에서 40~50㎝크기의 대형 한치(오징어)가 발견됐다. [독자 제공=뉴스1]

지난 5일 고성군 죽왕면 문암진리 해안에서 40~50㎝크기의 대형 한치(오징어)가 발견됐다. [독자 제공=뉴스1]

 
실제 8일 오후 일본 남동부에서 규모 6.4의 지진이, 9일 새벽에는 백령도 서남쪽 해역에서 규모 3.7의 지진이 연이어 발생했다. 이에 네티즌은 지진과 심해어 출현을 연관 짓고 있다. 특히 과거 경주 지진과 포항 지진의 사례를 들며 지진 대비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반면 이러한 의견은 불안감을 조성할 뿐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들은 심해어 한 마리 등장을 지진과 연관시키는 건 무리라며, 한치·갈치 한 마리만이 아니라 다른 종도 같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네티즌의 논쟁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지진과 심해어 출현을 연관 짓는 것은 무리라고 분석한다. 전문가들은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는 이야기”라며 학계에서는 정설과는 동떨어진 속설일 뿐이라고 말한다.  
 
기상청 지진화산감시센터 관계자는 “심해어의 출현이 지진의 전조현상이라고 학문적으로 밝혀진 건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피난을 연상케 하는 개미·뱀·코끼리 등 생물들의 대규모 이동이 지진과 관련돼 있다는 얘기도 있으나 항상 그런 것만은 아니다”라며 “객관적인 사실로 밝혀지려면 반복적으로 일어나야 할 텐데 뚜렷한 연계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 관계자도 “과학적 근거 없는 터무니 없는 얘기”라며 “생물들이 대규모로 움직이면 지진이 난다는 이야기는 과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심해어가 떼로 밀려 나온 것도 아닌, 한 마리씩 해안에서 발견되는 일을 지진과 엮기는 어렵다는 견해다.
 
김소구 한국지진연구소장은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일본에서는 '메기가 지각 변동에 예민하다'는 속설이 있어 메기를 어항에 길렀다고 한다”며 “아마 심해어가 나타나면 지진이 일어난다는 것도 여기서 나오지 않았나 싶다”고 짐작했다.
지난달 8일 강릉 경포해변에 길이 1.5m가 넘는 투라치가 파도에 밀려 나와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관광객들은 산채로 밀려 나온 이 투라치를 바다로 다시 돌려보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달 8일 강릉 경포해변에 길이 1.5m가 넘는 투라치가 파도에 밀려 나와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관광객들은 산채로 밀려 나온 이 투라치를 바다로 다시 돌려보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문가들은 심해어가 최근 해안에서 연이어 발견된 이유로 ‘먹이’를 꼽는다.  
 
먹이를 찾으러 해수면까지 왔다가 파도에 해안으로 휩쓸려 나온 것이라는 주장이 가장 설득력이 높다.  
 
어재선 경동대 해양심층수학과 교수는 “심해어가 피부에 있는 박테리아를 제거하거나 심해에는 부족한 먹이를 찾기 위해, 또는 일광욕을 위해 표층에 올라오기도 한다”며 대형 한치와 갈치가 등장한 이유를 분석했다.  
 
또 명태의 경우 “여름에는 심해에 살다가 표층수가 차가워지는 겨울철에 올라온다”라며 “최근 동해안에서 발견된 심해어가 대지진의 전조라고 보기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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