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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랑땡이 불고기 응용 버전? 만들어보니 알겠네

중앙일보 2019.01.09 15:00
[더,오래] 민국홍의 삼식이 레시피(14) 
배울 때 어렵다고 생각되지만 익숙해지면 보람을 느끼게 되는 음식 중 하나가 육원전(동그랑땡 부침개)이다. 육원전은 한국인의 입맛을 달래주는 기본 부침개다. [중앙포토]

배울 때 어렵다고 생각되지만 익숙해지면 보람을 느끼게 되는 음식 중 하나가 육원전(동그랑땡 부침개)이다. 육원전은 한국인의 입맛을 달래주는 기본 부침개다. [중앙포토]

 
배울 때 어렵다고 생각되지만 익숙하게 되면 보람을 느끼는 음식이 있다. 마치 미적분처럼 이해하고 나면 수학이 대단하게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그중 하나가 육원전(동그랑땡 부침개)이다. 제사상을 차릴 때나 한식집에서 모둠전을 시키면 나오는 한국인의 입맛을 달래주는 기본 부침개다. 또 2~3시간 동안 아내, 손주와 같이 만들면서 즐겁게 지낼 수 있으니 ‘슬로우 라이프’의 행복함이 저절로 느껴지기도 한다.
 
2017년 학원에서 한식 요리법을 배울 때 육원전이 한국 음식의 기본이니만큼 꼭 잘해야 하는 음식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어려서부터 제사를 지낼 때나 추석이나 설 차례를 지낼 때 늘 보고 먹던 아주 익숙한 음식인 데다 조리법을 배우게 되면 동그랑땡을 직접 만들어 제사상에 올리겠다는 각오가 있었기 때문이다.
 
배워보니 생각 이상으로 육원전에는 한국 음식의 오묘한 비법이 녹아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불고기 양념을 한 간 쇠고기와 두부를 섞은 뒤 이에 밀가루와 달걀을 입혀 지지면 된다는 것이 신기했다. 동그랑땡이 불고기의 한 응용 작품이라니.
 
또 두부 전골을 만들 때 쇠고기완자(육원전을 반 크기로 원형으로 부친 것)가 두부와 함께 가장 가운데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을 배우고 나서는 더 감탄했다. 이렇게 만든 두부 전골은 그 맛이 음식점에서 나오는 일반 두부 찌개와는 달리 상상을 초월한다.
 
육원전 두부를 으깨고 있는 모습. 육원전을 만드는 데 두부를 삼베주머니에 넣어 으깬 뒤 바짝 짜 물기를 빼는 게 중요하다. [사진 민국홍]

육원전 두부를 으깨고 있는 모습. 육원전을 만드는 데 두부를 삼베주머니에 넣어 으깬 뒤 바짝 짜 물기를 빼는 게 중요하다. [사진 민국홍]

 
한국을 대표하는 불고기 레시피가 두부를 만나 육원전이 되고 육원전 자체가 두부 전골의 기본 재료로 쓰이는 식으로 그 용도가 발전하고 있다. 또 간 쇠고기와 두부를 섞어 쳐대는 것을 보고 만두소를 만들 때 응용하면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참 요리라는 것도 일반 세상의 길처럼 깊이 들어가기도 하고 옆으로 뻗어 나가기도 한다.
 
지난해 설부터 육원전을 직접 만들기로 하고 집 부근의 대형마트에 간 쇠고기를 사러 갔다. 마트 정육점 파트의 한 직원이 불고기 양념을 한 간 쇠고기가 30% 할인 중이니 그것을 사라고 권유한다. 이 대형마트는 하루에 오전 오후 불고기 등 특정 품목을 30% 이상 할인행사 한다. 불고기 양념이란 것이 오십보백보로 큰 차이가 없는 데다 덤으로 할인까지 해주니 굳이 양념 안 된 쇠고기를 살 할 필요가 없었다.
 
그는 내가 마트에 갈 때마다 할인 시간대와는 상관없이 양념을 한 간 쇠고기를 구매하게 되면 반드시 30% 할인을 해주고 있다. 전통 재래시장에서나 볼 수 있는 물건값을 깎는 게 가능해진 것이다. 한국인 특유의 오가는 정일 텐데 이를 대형마트에서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인생이란 반드시 고통의 바다만은 아니라 아름답기도 하다. 어렸을 때 배운 프랑스어 라 비에 벨르(La vie est belle)가 절로 튀어나온다.
 
육원전은 부치는 사람이 저절로 집어 먹을 정도로 맛있는 한국의 대표 음식 중 하나다. [사진 민국홍]

육원전은 부치는 사람이 저절로 집어 먹을 정도로 맛있는 한국의 대표 음식 중 하나다. [사진 민국홍]

 
지난 토요일에 내 생일잔치를 집에서 했다. 딸 부부가 동네 구의동에서 유정 낙지를 사 오기로 하고 아들 부부는 삼각지 한강 생태찌개를 사 오기로 했다. 아내와 나는 육원전과 고추전 그리고 만두를 직접 만들어 내놓기로 했다. 육원전을 만든 지도 벌써 8번, 만두는 4번 정도가 되니 힘들지 않았다.
 
전날 단골 대형마트에가 불고기 양념을 한 간 쇠고기를 1kg, 똑같은 양념을 한 간 돼지고기를 500g, 부침용 두부 1.5 kg, 표고에 송이버섯을 접붙인 송이 표고버섯 300g을 샀다. 송이 표고버섯은 잘 썰어 간장 2큰술, 설탕 1큰술, 다진 마늘 반 큰술, 참기름 반 큰술 등을 넣어 불고기양념을 해놓았다.
 
두부는 삼베주머니에 물기를 빼 뽀슬뽀슬하게 만들었다. 대야에 간 쇠고기, 돼지고기, 송이 표고버섯, 양파 2개, 생강 1큰술 등을 섞고 치댔다. 서로 잘 뭉쳐져 끈적함이 느껴질 때까지 치댄 다음 반은 육원전과 고추전 용으로 나머지 반은 만두용으로 나누어 놓았다.
 
육원전과 고추전은 아내가 맛깔나게 부쳐냈다. 내가 만든 동그랑땡에 달걀 물을 입혀 노릇노릇 지져냈다. 우리 집에 시집와서 육원전을 부쳐낸 게 벌써 35년째라면서 스스로 전 부치기의 달인이라고 우쭐댄다.
 
손녀와 함께 만두를 빚고 있는 모습. 만두나 육원전 등과 같이 음식을 만든다는 것은 가족 간 유대감 증진은 물론 어린이의 정서를 함양한다. [사진 민국홍]

손녀와 함께 만두를 빚고 있는 모습. 만두나 육원전 등과 같이 음식을 만든다는 것은 가족 간 유대감 증진은 물론 어린이의 정서를 함양한다. [사진 민국홍]

 
다음은 만두 만들기. 육원전 소에 부추 한단, 숙주 한단, 김치 반 포기, 무 생채(1개 분량)를 추가해 만두 속을 만들어 만두를 빚었다. 무는 생채를 만들어 1시간 절인 다음 물을 꼭 짜내었다.
 
우리 부부가 먹기에는 많은 양의 만두와 육원전, 고추전을 만들었다. 아무래도 딸과 아들네 부부한테 나눠주기 위해서다. 특히 외손녀가 방학해서 딸이 매일매일 밥해주느라 힘이 부친다고 해서 음식을 나눠 주었고 느끼는 것이지만 주면 줄수록 행복감을 느낀다.
 
이렇게 만드는 육원전과 만두는 맛집에서 내는 음식만큼 맛이 좋다. 육원전은 언뜻 만들기 쉽지만 한식 조리법의 기본이 녹아 있는 맛 나는 음식이다. 또 음식을 만들면 가족과 오순도순 같이 즐겁게 지낼 수 있어 음식을 만들면서 가족과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행복함이 더해진다.
 
두부 전골에는 부친 두부 가운데 육원전이 있어 음식의 중심을 잡아 주고 있다. [사진 민국홍]

두부 전골에는 부친 두부 가운데 육원전이 있어 음식의 중심을 잡아 주고 있다. [사진 민국홍]

 
생일 다음 날 육원전으로 두부 전골을 했다. 5cm 길이로 무, 당근, 대파, 송이 표고버섯, 달걀지단을 냄비 가장자리에 가지런히 두른 뒤 가운데에 완자 대신 육원전 6개, 두부 부침개(300g)를 놓고 육수를 부은 뒤 보글보글 끓였다. 물론 육수는 다시마, 멸치, 황태 등으로 우려냈다.
 
너무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이 우러나왔다. 먹방에서 출연자들이 맛있는 것을 표현할 때의 그래픽 처리처럼 행복함이 비눗방울 터지듯 톡톡 터져 나온다.
 
[정리] 육원전(동그랑땡 부침개) 만드는 법
[재료]
불고기 양념을 한 간 쇠고기 1kg, 불고기 양념을 한 간 돼지고기 500g, 부침용 두부 1.5kg, 양파 2개, 생강 1큰술, 송이표고버섯 300g, 간장 2큰술, 설탕 1큰술, 다진 마늘 반 큰술, 참기름 반 큰술, 달걀
 
[조리순서]
1. 송이표고버섯을 잘 썰어 간장 2큰술, 설탕 1큰술, 다진 마늘 반 큰술, 참기름 반 큰술 등을 넣어 불고기 양념을 해 놓는다.
2. 두부는 삼베주머니에 물기를 빼 뽀슬뽀슬하게 만든다.
3. 대야에 간 쇠고기, 돼지고기, 송이표고버섯, 양파 2개, 생강 1큰술 등을 섞고 치댄다.
4. 서로 끈적함이 느껴질 때까지 치댄 다음 반은 육원전과 고추전 용, 반은 만두용으로 나눈다.
5. 달걀물을 입혀 노릇노릇 지져낸다.
 
* 만두 만들기
부추 한 단, 숙주 한 단, 김치 반 포기, 무생채(1개 분량)를 추가해 만두 속을 만들어 만두를 빚는다. (이때 무는 생채를 만들어 1시간 절인 다음 물을 꼭 짜낸다)
 
두부 전골 만드는 법
[재료]
무, 당근, 대파, 송이표고버섯, 달걀 지단
 
[조리순서] 
1. 5cm 길이로 무, 당근, 대파, 송이표고버섯, 달걀 지단을 냄비 가장자리에 가지런히 두른다.
2. 다시마, 멸치, 황태 등으로 육수를 우려낸다. 
3. 완자 대신 육원전 6개, 두부 부침개(300g)를 놓고 육수를 부은 뒤 보글보글 끓인다.
 
민국홍 KPGA 경기위원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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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국홍 민국홍 KPGA 경기위원 필진

[민국홍의 19번 홀 버디] 골프 전문가다. 현재 KPGA(한국남자프로골프협회) 경기위원과 KGA(대한골프협회) 규칙위원을 맡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전무를 역임했고 스포츠마케팅회사인 스포티즌 대표이사로 근무하는 등 골프 관련 일을 해왔다. 인생 2막을 시작하면서 골프 인생사를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풀어나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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