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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의 세계 경제 전망] R의 공포가 몰려 온다…“최대 뇌관은 가라앉는 중국 경제”

중앙일보 2019.01.09 00:03 종합 24면 지면보기
글로벌 매체에 쏟아지는 비관론
어둠 속에서 길을 찾는다. 올해 세계 경제가 꼭 이런 모양새다. 한국은 그 어두운 바다 한 가운데 떠 있는 배라고 할 수 있다. 파도가 출렁이면 금세 뒤집힐 수도 있다. 올 들어 세계 경제가 요동치고 있어서다. 이럴 때일수록 항로를 잘 잡아야 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뉴욕타임스(NYT)·월스트리트저널(WSJ)·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등 글로벌 유력지의 세계경제 전망을 살펴 봤다. 로런스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 마틴 울프 FT 수석 이코노미스트 등 전문가들은 비관론을 쏟아냈다. 미·중 무역전쟁부터 주식시장까지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고, 금융시장도 연중 불안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문답을 통해 올해 대한민국호에 영향을 미칠 10대 글로벌 경제 변수를 짚어봤다.
 
먼저 미·중 무역전쟁이다. FT는 이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무역전쟁 휴전을 이어나갈까’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앨런 비티 FT 브뤼셀 수석 특파원은 단호하게 “아니다”고 말했다. 비티는 “중국의 습관적 불공정 무역 관행은 트럼프는 물론이고 미국에서 초당파적으로 그냥 둘 수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미국은 무역분쟁을 휴전하기로 한 3개월간 중국이 정부 주도 개발계획을 전면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중국이 이에 응할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결국 올해 중반에 들어서면 미국은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를 재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FT 브뤼셀 수석 특파원의 시각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새로운 금융위기도 한국으로선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 여기에 대해서는 FT의 간판 경제분석가 마틴 울프가 대답했다. 울프는 “2008년 리먼 브라더스 도산 같은 유형의 대규모 금융위기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낙관론의 근거는 2008년 이후 글로벌 금융회사들의 재무구조가 탄탄해졌기 때문이라는 시각에서다. 그럼에도 안심만 할 수는 없다. 미·중은 물론 일부 경제 취약국에서의 금융시장 발작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무엇보다 시장금리가 경기 둔화의 우려에 따라 여전히 낮은 흐름이고, 이 여파로 자산가격이 실체보다 과대평가된 것은 불안 요인이다.  
 
글로벌 매체의 최대 관심사는 중국에 쏠려 있다. 중국이 과연 미국을 따라잡을 것인지, 중국 경제가 계속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비관적 전망이 많았다. 울프는 “중국은 다른 동아시아 고성장 국가의 성장을 뒤따르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중국이 1978년 개혁개방에 나선 지 40년 만에 미국과 자웅을 겨룰 정도로 성장했지만 “중국 경제가 급속도로 둔화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는 마치 1980년대 일본이 미국을 따라잡을 것처럼 보였지만 과도한 투자와 급격한 부채로 무너진 것처럼 중국도 그 전철을 밟고 있다는  시각이다. 그의 관측대로 중국은 올 들어 급격한 경기하강을 방어하는 데 비상이 걸렸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시중은행의 지급준비율을 1월에 모두 1%포인트 내린다”고 4일 발표했다. 인민은행은 별도 성명에서 “이달 지준율 인하로 통화공급이 800억 위안(131조원 규모)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줄기차게 금리를 올려 돈줄을 조이며 경기과열을 조절하고 나섰는데 중국은 돈을 풀고 있는 셈이다.
 
지난 3일 세계 증시를 출렁거리게 했던 악재도 중국발이었다. 뉴욕타임스(NYT)는 6일 “글로벌 경제의 고통이 중국에서 무르익고 있다”면서 애플의 중국시장 판매 부진은 중국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신호탄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10년간 글로벌 기업들은 누가 뭐래도 중국 시장의 가능성에 베팅했고, 그만큼 중국인들이 지갑을 열었기 때문에 미래를 낙관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중국인들이 빚에 허덕이기 시작하고 지갑을 닫으면서 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런 상황은 이제 추측 단계를 넘어 현실이 되고 있다. 새해 들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가 중국에서 아이폰 판매가 부진한 점을 들어 “지난해 10~12월 매출이 840억 달러에 그칠 것”이라고 발표하자 애플은 지난 3일 하루 만에 주가가 10% 폭락하고 전 세계 증시가 요동쳤다. 중국발 애플 쇼크였다. 울프는 설상가상으로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투자 비율이 44%에 달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는 중국이 정부 주도로 투자를 확대한 결과였는데 이제는 투자할 여력도 없고 투자할 곳도 없다는 얘기다. 결국 중국은 성장률이 급속도로 저하될 수밖에 없고 혁신의 동력도 약화되면서 미국은 물론 주요 선진국 만한 생산성을 따라잡기 어려워진다고 분석했다.
 
소용돌이 치는 중국 경제는 올해 글로벌 경제 동향의 많은 것을 예고하고 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난 4일 금리 인상과 관련해 “인내심을 갖고 신중히 접근하겠다”고 갑자기 태도 변화를 보인 것도 중국발 글로벌 경제 위축이 고려됐을 가능성이 크다. 파월은 “미 경제는 데이터를 보면 여전히 순항하고 있다”면서도 금리 인상 기조에 대해서는 유연한 자세를 보인 셈이다. 이는 중국 경제가 둔화되면 미국 기업들도 영향을 받게 되는 현실을 고려했을 가능성이 크다.
 
미 재무장관을 역임한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어제 FT 기고에서 “이제는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중국 경제가 둔화되고 미국도 인플레이션율이 목표치 2% 아래로 다시 내려가 경제 활력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자칫 미국도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말까지 했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도 불안 요인이다. 브렉시트가 영국에 ‘자해’가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국민투표를 거쳤기 때문에 쉽게 되돌리기도 어렵다. 국제유가는 미국이 원유 생산량을 늘리는 데다 세계 경기 둔화에 따라 하락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FT는 브렌트유가 연말에 배럴당 60달러를 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가는 연말 주가가 초점이다. 경제에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고 기업 수익도 개선되기 어려워 연초보다 오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는 7일 미·중 특파원 리포트를 통해 “무역전쟁에 따른 관세 부과로 지난해 여름 이후 미·중 양국 간 무역 규모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며 역시 미·중 무역전쟁을 세계 경제 불안의 뇌관으로 꼽았다. WSJ은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주식투자자들은 올해 조심스럽게 투자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결국 올해 세계 경제의 핵심 변수는 세계 경제 1, 2위를 달리는 미·중 경제 동향이다. 두 나라 모두 소비가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과도한 부채에 눌리고 소비 여력이 줄어들면서 경착륙이 예상되고 있다. 한국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 두 나라에 대한 우리의 수출 의존도가 40%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위안이라면 파월 의장이 “금리 인상 기조를 크게 변경할 수 있다”며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섰다는 점이다. 그래봐야 세계 경제의 어두운 그림자를 피하기는 무척 어려워 보인다.  
 
김동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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