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검찰, '박근혜 탄핵 관련 헌재 동향 파악 양승태가 지시' 진술 확보

중앙일보 2019.01.08 14:20
지난해 6월 1일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재임 시절 일어난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파문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는 양 전 대법원장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6월 1일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재임 시절 일어난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파문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는 양 전 대법원장 모습. [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 헌법재판소 내부 정보를 파악하도록 지시하고 보고받은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양 전 대법원장은 사흘 뒤인 11일 검찰에 소환돼 포토라인에 선다.
 
"양승태가 탄핵 동향 파악 지시했다" 진술 확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양 전 대법원장이 박 전 대통령 탄핵 관련 평의 내용 등 헌재 내부 동향 파악을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앞서 검찰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이동식저장장치(USB) 등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헌재 내부 정보가 담긴 문건들을 발견했다. 수사팀은 이 같은 지시를 내린 ‘윗선’을 추적해 양 전 대법원장의 관여 사실을 파악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되기 전인 2016년 11월부터 탄핵심판 관련 헌재 내부정보를 보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에서 탄핵안 발의가 논의될 때부터 헌재 동향을 주시한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이 결정된 2017년 3월 10일까지 계속해서 평의 내용 등 관련 정보를 보고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헌재 평의는 재판관 전원이 참석해 사건 심리 절차와 의견을 논의하는 회의로, 비공개로 이뤄진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헌재 파견 판사를 통해 대외비 문건 등 내부 자료를 보고받았다. 헌재에 파견돼 근무하던 최모 부장판사는 헌법재판관 의견, 증인채택 여부, 재판 진행 절차는 물론 탄핵심판 관련 의견서, 증인신문사항, 증거서류 등을 모두 파일 형태로 행정처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양 대법원장이 차장 통하지 않고도 직접 지시·보고 받아"
검찰이 지난해 11월 임 전 차장을 구속기소할 때는 임 전 차장이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을 통해 최 부장판사에게 지시를 전달한 것으로 봤다. 그러나 수사팀은 최근 이 전 상임위원이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직접 보고를 했을 뿐 아니라 지시까지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임 전 차장이 검찰 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하고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혐의를 부인하는 상황에서도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 혐의 입증에 문제가 없다고 자신하는 이유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법원행정처가 박근혜 청와대에까지 탄핵심판 관련 동향을 전달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당시 행정처는 같은 수법으로 탄핵 관련 정보뿐 아니라 헌재의 주요 사건 평의 내용 등을 2015년 7월부터 빼돌렸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임 전 차장의 공소장에도 적시됐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에게 공무상 비밀 누설 공범 혐의를 적용할 예정이다. 또 헌재에서 비공개로 진행하는 평의 내용 등을 파악해 보고하는 것은 ‘의무 없는 일’이라 보고 이를 지시한 양 전 원장에게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 가능한지를 검토하고 있다.
 
정권교체 전, 후임 대법원장 임명 가능성 계산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차기 대법원장 임명권자가 누구인지를 가늠하기 위해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사건에 관심을 가졌다고 보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의 임기는 2017년 9월까지로,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이 헌재에서 기각되거나 결과와 상관없이 헌재 결정이 늦어질 경우 정권이 바뀌기 전에 자신과 ‘코드’가 맞는 인물이 후임 대법원장으로 임명될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당시는 양승태 사법부에서 법원행정처장을 맡았던 박병대 전 대법관이 유력한 대법원장 후보로 거론되던 때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대법원장 입장에서 다음 대법원장이 자신이 하던 일을 이어나갈 사람이기를 바랐을 것”이라며“박병대 전 대법관은 법원행정처장을 맡았을 때부터 다음 대법원장으로 임명될 것이라는 얘기가 법원 내에서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