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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조이스틱에 진땀···고령운전자 안전교육장 가보니

중앙일보 2019.01.07 19:43
7일 서울 강남운전면허교육장에서 고령운전자 교통안전교육 참가자들이 기초 인지능력 검사를 받고 있다. 이가영 기자

7일 서울 강남운전면허교육장에서 고령운전자 교통안전교육 참가자들이 기초 인지능력 검사를 받고 있다. 이가영 기자

올해부터 75세 이상 운전자는 고령운전자 교통안전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면허 취득과 갱신이 가능하다. 처음 시행되는 정책에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한 운전자를 위해 7일 오전 서울 강남운전면허교육장을 찾았다.  
 
먼저 교육 대상은 둘로 나뉜다. 만 75세 이상 운전자 중 면허갱신 대상자는 의무적으로 교육을 들어야 한다. 만 65세 이상 운전자는 꼭 들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권장사항인데, 9개 보험사에서 보험 할인을 받을 수 있어 듣는 이들이 많다.  
 
교육을 받기 위해선 도로교통공단 홈페이지에서 예약해야 한다. 교육장마다 다르긴 하지만 보통 일주일에 세 번씩, 오전과 오후로 나뉘어 하루 두 번 교육이 이루어진다. 전화로도 예약할 수 있다. 예약이 활성화된 곳은 지금 신청해도 3월에야 교육을 들을 수 있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올해 안에 교육을 들으면 되니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고령운전자 교통안전교육에 사용되는 기기. 왼쪽 조이스틱으로 방향을 설정하고, 오른쪽 색깔 버튼으로 클릭한다. 이가영 기자

고령운전자 교통안전교육에 사용되는 기기. 왼쪽 조이스틱으로 방향을 설정하고, 오른쪽 색깔 버튼으로 클릭한다. 이가영 기자

운전면허증 또는 신분증을 준비해 정해진 날짜에 교육 장소로 가면 인지능력 자가진단부터 받게 된다. 
총 6개 유형의 문제를 풀게 되는데, 교육 담당자가 시험용 기기 사용법부터 상세하게 알려준다. 왼쪽 조이스틱으로는 방향을 조정하고, 빨간색과 초록색, 흰색 버튼은 문제에 따라 색이나 숫자를 나타낸다. 각 문제 유형은 최대 두 번까지 연습 가능하다.  
 
첫 번째 문제는 선 잇기 검사다. 숫자 1부터 25까지 순서대로 연결하면 된다. 이후 숫자와 계절, 숫자와 요일을 번갈아가며 순서대로 연결한다. 이는 실제 병원에서도 사용하는 치매 검사로 치매나 인지능력이 떨어진 이들에게는 난이도 높은 문제다.  
 
다음은 운전능력 자가진단으로 이어진다. 두 개의 표지판을 3초 동안 보여주고, 다음 화면에서는 72개의 표지판이 나타난다. 앞서 보여줬던 두 개의 표지판이 5개씩 총 10개가 숨어 있는데 이를 찾아야 한다. 방향표지판을 이용하는 검사도 있다. ‘대전을 가려면 우회전해야 한다’는 내용의 표지판을 보여준 후 간단한 산수 문제를 푼다. 이후 ‘대전 가려면 어느 쪽으로 가야 하냐’는 질문에 앞선 기억을 되살려 답해야 한다. 이 밖에 지나가는 숫자 네 자리를 기억한 후 고르기, 공이 움직인 동선을 기억해 재현하기, 다른 방향을 보고 있는 차량 맞추기 등의 문제를 풀어야 한다. 문제를 빨리 풀수록 추가 점수를 얻는다.  
 
이 검사에서 통과하지 못하면 고령운전자 컨설팅 담당자에게 2차 검사를 받는다. 이는 고령운전자에게 익숙한 지필과 대화로 이루어진다. 이 검사에서도 낮은 점수를 받으면 수시적성검사 대상자로 분류해 치매 전문가로부터 정밀 진단을 받는다.  
 
간이 치매 검사를 받는 송병복(75)씨. 이가영 기자

간이 치매 검사를 받는 송병복(75)씨. 이가영 기자

고령운전자 컨설팅을 담당하는 강남운전면허시험장 민원부 최원빈 차장대우는 먼저 자가 운전 체크리스트를 작성하게 했다. ‘운전 중 길을 잃어버린 적 있는가’ ‘가족과 친구들이 운전하는 것을 걱정하는가’ 등의 질문에 예, 아니오로 답하는 형식이다. 이후 신상에 관한 간단한 질문이 이어졌다. 어느 지역에서 왔는지, 운전은 얼마나 자주 하는지, 자가 소유 차량이 있는지, 3개월 내 사고를 낸 적이 있는지, 운전할 때 몸이 불편한 곳이 있는지 등이다.  
 
본격적인 테스트가 진행됐다. 신체 능력을 파악하기 위해 파란 줄을 따라 왔다 갔다 하는 동안의 시간을 잰다. 그리고 ‘지금은 무슨 계절인가’ ‘여기는 몇 층인가’ 등의 간단한 질문부터 오각형 두 개 겹쳐 그리기, 속담의 뜻은 무엇인지 등의 심화한 질문이 이어진다.  
 
파란 선을 따라 뛰지 않고 최대한 빨리 걸어서 왔다갔다 하는 시간을 잰다. 이가영 기자

파란 선을 따라 뛰지 않고 최대한 빨리 걸어서 왔다갔다 하는 시간을 잰다. 이가영 기자

기초인지 능력 검사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송병복(75)씨는 2차 검사에서는 “인지 수준과 신체 능력 모두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 차장은 다만 “나이가 들면 시각 기능이 아무래도 떨어지니 야간 운행은 자제해야 한다. 치매를 예방하려면 운동과 악기 다루기, 책 읽기, 바둑, 장기 두기 등 꾸준히 뇌 운동을 시켜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송씨는 “컴퓨터가 익숙지 않아 앞선 검사에선 낮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며 교육을 이수했다는 증명서를 받고 기뻐했다. 그는 “검사를 받아보니 좋다. 이런 교육을 받아야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안 줄 것 아니냐.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지 검사 이후에는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현황에 관한 강의가 이어진다. 또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된 전 좌석 안전띠 착용 의무화, 자전거 음주운전 처벌 규정 신설 등 달라진 교통정책 등에 관한 설명도 들을 수 있다.  
 
1월 1일부터 고령운전자 교통안전교육 강의를 진행 중인 도로교통공단 서울지부 정월영 교수에 따르면 강남운전면허교육장에서 검사를 받은 40명 중 10명가량은 1차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정 교수는 “2차 검사도 통과하지 못해 수시적성검사 대상자가 된 경우는 없었지만, 기초 검사를 통과하지 못하는 고령운전자가 예상보다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고령운전자를 위한 교육은 꼭 필요하다. 막연하게 ‘예전 같지 않다’고 생각하던 분들이 객관적 검사를 통해 문제를 인식하고, 스스로 운전을 통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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